리뷰[Review]/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Journey to the Center of the Earth, 2008) 리뷰

시북(허지수) 2016. 7. 27. 05:29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는 크게 특별할 것 없는 판타지 영화 입니다. 주인공 3인방의 모험담을 담고 있으며, 90분의 짧은 킬링타임용 무비에 가깝지요. 그런데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별 생각 없이 보고 있으면 무척 신나고 즐겁다는 점입니다. 마치 놀이동산에서 덜컹 거리는 놀이기구에 탑승한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영화가 마칠 때 쯤에는 아! 아쉽게도 벌써 끝나버렸네, 라고 이야기 하는 특이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설정은 이렇습니다. 지질학자인 트레버가 형의 고서를 발견해서, 조카 션을 데리고 아이슬란드 여행을 떠납니다. 말도 통하지 않는 그 곳에서, 우연히 미모의 산악가이드 한나를 만나게 되었고, 이들 셋은 함께 동굴에 갇히면서 본격적인 영화가 시작됩니다. 동굴에서 나가는 길이 어처구니 없게도 딱 막히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동굴 안쪽으로 직진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실 시종일관 무모한 도전이 계속됩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그러므로 판타지 영화에서 굳이 현실성을 따지고 검증하기 보다는, 이들의 여행담을 통해서 우리가 무엇을 즐겨보느냐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재밌었던 장면은 멸종된 생물들의 대량 등장입니다. 반짝이는 새가 예쁘게 등장하고, 흉악한 육식식물이 나타나고, 거대한 공룡이 등장합니다. 마치 어렸을 때, 받으면 뜯느라 기뻐했던 종합선물세트의 느낌을 줍니다. 예를 들어, 광산씬 갱도에서는, 압도적으로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열차를 망설임도 없이(!) 타는데, 이 장면은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 열차를 연상하게 합니다. 다행히 무사히 살아남은 3인!

 

 그 후에는 반짝이는 각종 보석들을 발견해서, 일확천금도 노릴 수 있게 됩니다. 다이아몬드 같은 고가품은 챙기고 보는 여유, 그러다가 까마득하게 아래로 추락해서 잃어버린 세계, 또 하나의 지구로 들어가게 되지요. 안쪽 지구는 참 아름답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하고, 여러가지로 볼거리가 풍부합니다. 몽환적인 그림을 참 잘 살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설명을 살펴보니, 쥬라기 공원의 시각효과 감독이라고 합니다. 과연 명불허전입니다.

 

 어린 시절에 저는 백과사전식의 책들이 운좋게 집에 있었고, 할 일이 없을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것도 그림 위주로만 살펴보았던 추억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역시 흥미를 끄는 것은 육식식물이었지요. 너무 징그러워서, 참 무서웠는데 영화로 보니까 더 무섭습니다! 하지만, 교수인지 액션스타인지 모를 화끈한 트레버의 대활약에 의해서, 미모의 한나가 구조되는 장면으로 이용되니까, 육식식물도 일종의 들러리에 불과하게 된다는 점이 참 기막혔습니다.

 

 또한 거대한 공룡은 어떻습니까! 절대무적을 자랑할 것 같았지만, 인간의 지식, 가장 약한 두께의 바닥으로 거대한 공룡을 유인해서 끝내 제압해버리는 장면은 압권입니다. 해양 씬에서는 무시무시한 피라냐가 떼거지로 등장하지만, 야구게임처럼 한 번에 한 마리씩, 탕탕 쳐나가며, 해치우게 됩니다. 무엇이든 두려움에 벌벌 떨기 보다는 순식간에 해결책을 떠올려서 번개같이 행동을 해나가는 주인공들의 빠른 호탕함에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일직선으로 달리는 맛이 좋고, 답답함이 없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 하겠습니다.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장면은 자기장 장면입니다. 열두살 꼬마 션 혼자서 떠다니는 바위를 한 걸음씩 걸어 넘어야 하는데요, 작은 새가 함께 하면서 격려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종의 상상이지만, 션은 정말로 작은 새와 함께 대화하면서 어려움을 보다 쉽게 견뎌갔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름다운 빛을 뿜어내는 새 역시 날개를 자랑하면서 날아다니지만, 이 곳에서 독특한 인간이라는 존재에 호기심을 느끼고, 함께 하는 즐거움이 꽤 신선하고 보기 흐뭇했습니다. 사실은, 좀 게임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요. (길을 잃었을 때, 길을 안내하는 새의 역할은, 꼭 플레이 가이드 같았거든요.)

 

 이제 모험담 리뷰를 짧막하게 마치며 정리합니다. 인생을 모험으로 비유한다면, 혼자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때로는 혼자서 힘든 여정을 겪는다고 느껴지는 그 순간에도, 사실은 누군가 함께 하고 있고, 해결할 수 있는 일들도 있음을 생각해 보는게 필요합니다. 읽고 있는 책의 표현을 가져온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작은 일이라도 매일 해나가는 습관을 기르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왜 트레버는 2명의 강의생이 남는 여건까지도 자신의 일을 포기하지 않았을까요, 그는 평생을 거쳐서 자신의 꿈을 좇으려고 했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멋진 주인공 입니다. 한나 역시 산악가이드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미모보다 더 빛났고요. 션은 번뜩이는 영리함으로 보석을 챙기는 재치가 재밌었습니다.

 

 음, 저는 처음에 일단 2~3줄만 써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써야할지 감이 솔직히 안 왔거든요. 단순한 오락영화라서... 하지만 또 쓰다보니 분량을 채울 수 있었네요. 제가 생각해도 쬐끔은 신기합니다. 늘 그렇듯 한 편의 영화는 정성스럽게 편집되어서 만들어지는 예술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장면을 보고서, 어이없어 할지, 즐거워하면서 어린아이처럼 웃을지는 결국 보는이의 몫이겠지요. 조금은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기분이 들어서 기뻤습니다. (그나저나 이런 가족용 오락영화를 매우 늦은 심야시간에 틀어주는 CGV는? 이것은 매우 어려운 질문이라 답을 모르겠습니다!) 리뷰는 여기까지 입니다. 즐거웠습니다. / 2016. 07. 27.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