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히 말하자면, 조금 망설였습니다. 조폭 영화라서요. 리뷰를 쓰기가 늘 쉽지 않았습니다. 조폭처럼 살아보자 이렇게 쓸 수는 없으니까요 :) 그래도 많은 누리꾼들의 좋은 평가, 조인성 주연이라는 점에서, 용기 내어, 141분을 즐겨보기로 했습니다. 생각보다는 훨씬 슬픈 영화라고 느껴졌습니다. 안 그래도 살기 힘든 세상에서, 조폭 이라는 직업도 새삼스럽지만 참 할 것이 못 된다 싶더라고요. 장기판의 졸이 되어서, 심부름꾼 역할을 해야한다니요. 별로 근사할 것도 없었네요.
영화 비열한 거리에서는, 진흙탕 난장판 싸움이 꽤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장면들은 우리에게 현실을 알려줍니다. 싸움이라는 것은 원래 멋진 것도 아니라고, 사실은 기선 제압이고, 더 나아가면 구역에서 살아남기라고, 동물들이 펼치는 영역 지키기 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영화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주인공 병두가 기회를 찾지 못하고, 29살의 나이에 오락실 영업권 마저 동생에게 넘겨줘야 할만큼 신세가 처량하게 되자, 황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감히 부장검사를 작업하겠다고 결심하게 됩니다. 아참 작업한다는 말은 처리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쪽 세계의 작업이란, 영 좋지 못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군요 :) 아무튼, 병두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라는 그럴싸한 명분이 있었기 때문에, 작심하고 부장검사를 처리해 버립니다. 이로써 황회장의 절대적 신임을 얻게 되고, 줄을 완전히 갈아타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불현듯 나타난 소꿉친구 민호를 만나게 되지요. 민호는 하필이면 조폭영화 만들겠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친구입니다. 어느정도냐 하면, 병두네 오락실이 조폭들의 싸움으로 난장판이 될 때, 이 때가 기회다 싶어서 휴대폰으로 열심히 촬영하기에 바쁜 인간 유형입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처음부터 기회주의자 느낌이 많이 나서 어딘지 모르게 찜찜함을 줍니다. (글쎄요. 물론, 좋게 본다면 열정적인 인간이라 볼 수 있겠지만....)
기회주의형 인간, 저도 참 싫어하는 유형입니다. 차라리, 묵직하게 어느 한 편에 분명하게 발을 담구고 있는 건실함이 좋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진행될수록 민호야말로 기회주의의 절정이 무엇인지 잘 보여줍니다. 병두가 사는게 너무 힘들어서, 눈물을 흘리며 비밀을 털어놓습니다. 그러자 그 말들을 경청한 민호는, 이러한 다양한 상황을 그대로 자신의 영화에다가 집어넣어버립니다. 그것도 병두와 아무 상의도 없이 말이에요.
이런! 아무렇지 않게 멍하니 있던 병두는 뒤통수 제대로 맞은 격이죠. 친구에게 자신의 힘듬을 털어놓은 것이 뭐가 잘못이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민호는 조폭만큼이나 무서운 인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에서는 좋은 친구고, 뒤에서는 그 친구의 약점을 이용한다면, 얼마나 나쁜 짓입니까.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옆 친구를 밟고 올라가는 유형이라니, 그러면서 미안하다는 진심어린 사과대신에, 괜찮을 줄 알았어 라고 변명부터 하려 합니다.
그런데 매우 슬프게도 비열한 거리 영화는, 극후반에서 병두가 정작 조직과 민호 양쪽 모두에게서 버림 받는다는 매우 서글픈 전개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조직 입장에서는 병두가 민호의 영화로 인해 긁어부스럼을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책임론으로 버림받고요. 반대로 민호는 어찌나 눈치가 빠른지, 형사와 줄을 잡고, 황회장과도 줄을 잡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병두는 제거의 되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과정들이 설명 하나 없이 잔혹하게 그려지고 있어서, 영화를 보고 있으면 아! 하고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이렇게 불쌍한 조폭이 있나 하고요.
참, 그러고보니, 극의 히로인인 현주 이야기를 하지 않았네요. 현주는 마음씨 착한, 평범한 아가씨 였다는 생각입니다. 법보다 주먹이 먼저나가는 병두를 잠시 두려워하고, 만나지 말자고 했지만, 사실은 자신이 아플 때, 애써 돌봐주는 따뜻한 마음씨를 보고서 마음의 문을 다시 열어주었던 게 아닐까 싶고요. (아플 때, 잘하면 점수 크게 땁니다!)
상상이지만, 황회장의 오른팔로 병두가 잘 자리 잡고, 병두와 현주 두 사람이 좋은 관계로 이어지는 해피엔딩으로 그려지면 그 나름대로 의미야 있지 않았을까요. 아 이런 게 뻔한 신파극이겠지요. 물론, 그랬다간, 조폭 영화 치고는 욕먹을 희한한 마무리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아무래도 남자들의 세계, 그리고 배신이라는 어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히로인의 비중은 있지만, 이들이 써내려 가는 것은 글쎄요, 아름다운 추억이 겨우 한 두장 뿐이라는 것.
조폭 병두에게 중요했던 것은, 부자가 되어 조직에서 든든한 형 노릇을 제대로 하는 것, 식구를 잘 챙기는 것, 가족을 아끼는 것, 사랑하는 여인에게 구두 선물을 하고, 반지 선물을 하면서 일상을 기쁘게 즐겨보는 것에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닿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 영화 특유의 슬픔이 느껴졌습니다.
리뷰를 마치려 합니다. 배신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는 것 그것이 참 소중합니다. 한 번의 인연이 오래도록 이어져 나가는 것, 그것도 아름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좋은 운명은 자신이 먼저 준비되어서 노력하고 있을 때, 운 좋게 찾아지는 것이 아닐까 가끔 생각해 봅니다. 벌써 또 주말이 되었습니다. 주말에는 오랜 벗과 영화관 나들이를 합니다. 저는 그런 소소함에서 행복을 찾아나서기로 했습니다. 오늘을 기쁘게 살기, 오늘을 노력하며 살기, 그렇게 평범한 일상을 웃으면서 보내는 것은 병두의 꿈. 그것을 이루어 가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2016. 07. 30.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