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세븐데이즈 (Seven Days, 2007) 리뷰

시북(허지수) 2016. 8. 2. 00:16

 

 이 영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돋보입니다. 빠르고, 긴장감 있는 전개, 속도감을 잘 살려서 두 시간짜리 영화 같지가 않습니다. 납치된 딸과 살인마를 맞바꾼다는 설정인데, 아무래도 관객 입장에선, 빨리 딸을 납치해간 사람이 누군지 밝히고 싶어지겠죠! 그 호기심을 끝까지 잃지 않고 본다면, 매우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의문을 가질 수 있겠죠. 도대체 저 살인마가 누구길래 석방시켜야 하는가? 범인들끼리 정말 지독한 아동납치극을 꾸며냈구나 라고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세븐데이즈는 마치 추리소설 각본처럼, 한 단계 더 넓은 범위까지 포용하는 대담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약간은 산만하다거나, 많은 것을 담으려고 했다는 느낌도 일부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후반부가 흥미롭고 신선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기막히게!) 펼쳐지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이 스릴러를 따라가 보는 것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 영화의 쾌거! 정도랄까요. 재밌었습니다. 며칠 연속으로 한국영화만 보고 있네요. 어서 서론은 걷어내고, 본론으로 질러봅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승률 100% 를 자랑하는 변호사 지연은, 하루 아침에 거의 정신 나간 사람처럼 행동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운동회 장에서 딸을 잃어버렸거든요. 딸을 찾기 위해서는 그런데 돈도 아니라, 매우 특별한 요구가 들어옵니다. 살인마를 꺼내달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찰의 도움도 마다한채, 지연은 홀로 납치범과 협상을 들어가게 됩니다. 겨우 7일안에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 시간도 촉박하고, 미친듯한 일벌레가 됩니다.

 

 이 워커홀릭 그녀를 그림자처럼 매우 헌신적으로 돕는 형사 성열의 존재도 특기하고 싶습니다. 이 따뜻한 형사는 납치된 딸 은영이 역시, 자신에게 소중한 아이였다고 밝히며 이번 일을 해결하는데 누구보다 앞장서서 각종 임무에 나섭니다. 최고 능력자 변호사, 형사 조합이 펼쳐집니다. 성열의 표현대로라면, 대통령의 요구를 수행하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아이를 살려야 하니까요.

 

 영화는 사형선고를 1심에서 이미 받은 살인마 "정철진"에 많은 비중을 싣고 있습니다. 사실, 정철진이 전과도 많고, 거짓말까지 하는 인물임이 밝혀지자, 과연 이런 쓰레기 같은 녀석을 변호해주는, 지연과 성열도 참 몹쓸 인간으로 잠깐씩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건이 진행될수록, 정철진은 진범이 아닐 수 있음이 밝혀집니다. 현장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지 않았을까? 라는 게 지연이 파고든 지점입니다.

 

 클럽에 가서 정보를 캐내고, 마침내 약물 중독에 걸려서 정신분열증세를 보이고 있는 강지원이라는 인물을 찾아냈습니다. 살해된 장혜진 양의 연인쯤 되는 인물이지요. (생각해보면 이처럼 등장인물들이 제법 많고, 파악해야 하는 동선이 많은 편입니다.) 강지원은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었다고 했는데, 알리바이가 거짓임이 탄로나서, 장혜진양이 죽는 그 날에 현장에 있었을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로 추정되었습니다.

 

 결국 정철진 무죄 판결을 받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증거로 사용된 칼이 발견되지 않았거든요. (*자, 칼은 왜 끝까지 안 나오는걸까요! 거기에 이 복수극의 비밀이 담겨 있었습니다.) 게다가 녹취된 증언에 의하면 강지원군과 그의 아버지가 시체를 운반하고 닦았다는 사실이 고스란히 녹음되어서, 명백한 범죄가담자에 해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이로써 납치범과의 협상은 성공? 드디어 사랑하는 딸과의 재회? 네, 딸 은영이가 엄마와 다시 만나게 되어서 눈을 깜빡이게 되자, 저는 비로소 안심하게 되었습니다. 아! 그렇게 잔혹한 영화는 아니었구나! 납치범이 그래도 매너가 있네? 의외잖아!

 

 영화는 마지막에 놀라운 반전을 숨겨놓았습니다. 그리고 장혜진 양을 끔찍하고 무참하게 죽인 진범은, 사실 정철진이 맞다는 쪽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가림막 속 납치범이 등장해, 법보다 더 강렬한 집행을 가하는데, 이 문구 꽤 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습니다. 너 같은 나쁜 놈은 편안하게 사형당해선 안 돼, 인간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인 화형으로 처형하겠어. 그리고, 의문의 납치범은 이제 지연에게 부탁을 다시 하게 됩니다. 이번엔 내가 법정에 설 차례네요. 괜찮다면 나를 변호해 주시겠어요? 라고 말입니다. 아.... 이 탄식이 절로 나오는 전개라니!

 

 딸을 잃은 부모 마음이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점에서 지연과 혜진 엄마 숙희는 마음의 끈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사이가 아닐까 싶고요. 숙희씨는 사적 복수를 했지만, 그에 걸맞는 형을 살고 담담히 나오게 될 것 같습니다. 애시당초 사랑하는 딸을 잃은 세계에서 당분간 기쁘게 사는 일 자체가 무리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감춰진 진실까지도 담담하게 밝혀냈다는 점에서 한 걸음 더 나은 결론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딸아, 혹시라도 이제 꿈에 나와도 원망 없이 나와 함께 대화를 나누자꾸나 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결론 내려 봅니다.

 

 하여간 마약이 문제고, 문을 함부로 열어주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 사람이 긍정적인 습관을 기르기는 쉽지 않은 데 비해서, 나쁜 습관 기르기는 자연스러운 유혹 신호들로 인해서, 더 쉽게 습관화 되어간다고 합니다. 맘껏 먹고 살 찌우기는 쉽지만, 절제해서 먹으며 살 빼기는 훨씬 어려운 이유입니다. 처음부터 혜진양이 좀 더 조심하면서 살았으면 좋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뭐... 만약 같은 가정은 아무런 쓸모가 없긴 하네요.

 

 다만 어머니 숙희씨가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을까, 그 생각이 참 마음에 남네요. 고통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용기 있게 살아갔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어머니 숙희씨 에게 아동 납치에, 살인에, 사적 복수가 완전히 잘못됐다며 함부로 비난할 수는 없을 같습니다. 숙희씨가 이해되어서 더 안타깝고 슬펐던 스릴러 영화 세븐데이즈 였습니다. / 2016. 08. 02.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