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디스커넥트 (Disconnect, 2012) 리뷰

시북(허지수) 2017. 6. 10. 03:45

 

 솔직히 말하자면, 동호회 활동을 오래했고, 몸에 익숙한 편이기 때문에, 저는 대체적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선의"를 믿는 편입니다. 하지만 인터넷 세계에는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님을 확인할 때가 제법 있습니다. 누군가는 심심하다고 혹은 관심 받고 싶어 장난을 칩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인터넷 관계망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지요. 더욱 지독한 경우가 있습니다. 악성코드나 랜섬웨어를 통해 컴퓨터를 엉망으로 만드는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심지어 해킹 등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되기도 합니다. 사이버 범죄는 갈수록 진화하고 늘어나는 느낌입니다.

 

 영화 디스커넥트는 SNS 세계를 다루고 있는 섬세한 작품입니다. 크게 3줄기의 이야기가 함께 들어 있는 복합 영화이기도 합니다. 포스터의 설명을 빌리자면, 첫 번째 이야기는 온라인 화상채팅을 통한 미성년자의 불법성매매가 들어있습니다. 매우 현실적인 접근이고 그 수법까지 노골적으로 상세히 묘사하고 있으므로, 이 영화가 19금이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둘째 이야기는 중학생이 SNS를 통해 친구를 사귀고, 그것이 얼마나 헛되게 오염되는지를 가감없이 폭로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상의 허세나 위로가 가짜일 수 있음이 나타나고 있네요. 마지막으로는 아이를 잃은 주부가 채팅을 하다, 컴퓨터가 바이러스로 감염돼 거액을 잃는다는 이야기 입니다. 영화는 SNS를 무작정 탈퇴하라고 명령하기 보다는, 소셜 네트워크에는 위험성이 있으니 거기에 환상을 가지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로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본격적인 영화 속으로 출발합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아이를 잃은 신디는 남편과의 관계도 서먹서먹하고, 살아가는 것이 무척 힘겹기만 합니다. 그런 와중에 온라인 사이트에서 만난 익명의 사람과 채팅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위로를 얻게 되지요. 사이가 친밀(?)해지면서 신디는 많은 것을 털어놓습니다. 남편이 더 이상 자신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라든지요. 단지 대화만을 나누었을 뿐인데, 당황스럽게도 그녀의 전 재산이 피싱으로 날아갔고, 더 이상 신용카드 결제가 되지 않습니다. 신디와 그의 남편 데릭은 분노에 빠져서, 사이버 범죄 전문가를 찾아나섰고, 전직 형사 마이크 딕슨은 그렇게 쉽게 돈이 찾아지는 것이 아님을 천천히 인지시켜 줍니다. 답답함으로 가득 차 있는 신디와 데릭 부부는 이렇게 된 이상 직접 채팅의 상대방을 찾아나서겠다며, 자동차를 몰고 장거리를 운전해 나갑니다.

 

 중년의 세탁방 아저씨를 만나게 되는 신디네 부부! 남편 데릭은 총까지 준비해 왔지만, 형사에게 급히 연락이 옵니다. 그 아저씨도 피해자일 뿐 범인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영화는 이후의 답을 제시하지 못한 채 막을 내리게 됩니다. 그래서 이렇게 해석될 수 있을테지요. SNS 라는 익명의 존재에게 기댈 바에는, 지금 가까이에 있는 남편 데릭과 의사소통을 더 해나갈 수 있도록 조금씩, 꾸준히 노력하라는 것입니다. 이 점은 저도 느낀 바가 많았습니다. 저는 몇 주 전 아버지의 알뜰형 스마트폰을 새 제품으로 바꿔드리면서, 인터넷과 음악 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들과 카카오톡 이용법, 그리고 자판 활용법을 꾸준히 조금씩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카카오톡을 경유해 유튜브에 접속하는 등, 점차 스마트폰에 익숙해 지는 것을 보니 참 좋았습니다. 저는 SNS 자체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문명의 도구를 악의적으로 사용할 때, 영화 속 사건처럼 비극이 일어날 수 있는 거겠죠.

 

 이 영화에서 가장 비극적인 인물이 있습니다. 음악에 빠져서 친구하나 없었던 중학생 벤입니다. 마음을 터놓을 곳 없던 그에게 SNS 친구 한 명이 나타나자, 슬며시 미소를 짓고 환희에 차는 모습이 슬프게 정면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얼굴도 예쁘게 나온 제시카 라는 여학생이 관심을 보이며 댓글을 달았고, 그녀에게 홀딱 빠져버린 벤은 그만 SNS으로 헐벗은 사진을 전송하고 맙니다.

 

 이 개인적 사생활은 그러나 온 학교에 뿌려지고 말았고, 벤은 이 충격을 why 라고 절망적으로 표현한 후, 스스로 목을 메고 맙니다. 충격적인 전개이나, 그만큼 사실적인 흐름에 잔상이 참 오래 갔습니다. SNS 에서는 자신의 정보를 어느 정도 까지만 선을 지켜서 공개하는 자제력이 중요함을 선명히 배울 수 있는 대목입니다. 영화 마지막에서 이르러서야 벤의 가족은 정말로 소중했던 것은 다 이 병원 안에 함께 하고 있음을 고백하는데, 이 대목이 영화의 메시지가 아닐까요. 평소 가족 간의 의사소통을 하려고 정말 조금씩이라도 노력한다면, 그 행동들이 모여서, 서로를 지켜주고 지지해주는 밑거름이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한편 미성년자 화상채팅 사이트에서 활동하고 있는 카일을 설득해서, 인터뷰를 따내는 니나의 존재는 다소 불편함을 만들어 냅니다. 아무래도 별 생각 없는(?) 순진한 10대 카일을 이용함으로써, 니나의 눈부신 성취가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겠죠. 카일은 이 니나 이모를 알게 되어서,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 보는 것까지는 그나마 좋았는데요. 그래봐야 배운 것 없는 자신에게는, 패스트푸드점 직원이나, 편의점 아르바이트 정도 밖에 더 하겠느냐고 매우 직설적으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사람들 유혹해서 편하게 익숙하게 돈을 벌겠다는 각오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최후에는 니나가 카일에게 등을 돌리고 맙니다. 니나는 악의가 있는 여성은 아니었지만, 스스로의 1인분 인생도 힘들었던 것이 아닐까 되짚어 보게 됩니다. 카일까지 챙겨서 함께 살아가기에는 벅찼던 것입니다. 10대 시절을 아무 목적 없이 잘못 살아내면, 20대 시절이 힘들어 진다는 당연하고 아픈 교훈인지도 모르겠네요.

 

 영화는 3줄기 스토리 모두 극적인 희망은 전혀 그리지 않은채 막을 내리고있습니다. 오히려 충분히 사실적이기 때문에, 생각에 잠기게 해주는 뒷맛이 있습니다. 리뷰를 마치며, 타조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타조는 위험이 닥치면 고개만 바닥에 박아버리고서는, 그냥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막무가내로 접근합니다. 그러다 천적의 희생양이 되고 마는 겁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조금은 힘들지라도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고, 사이버라는 가짜 세계 속으로 숨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매일을 열심히 살아가다보면, 그 속에 길은 나타나기 마련이므로,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탐색하며, 행동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만이 창조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러면서 사랑하는 타인에게도 초점을 가지고, 함께 즐겁게 살아가려고 한다면, 우리는 SNS로만 도피해 버리는 일을 그만둘 수 있을 겁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1의 관심을 더 가지기, 그것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주었던 수작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2017. 06. 10.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