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영화인데 서울이 영화의 주무대가 될 수 있다고요? 주연이 앤 해서웨이라고요? 그리하여 영화 콜로설에 관심을 가지고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상당히 이색적이고 보기 드문 괴수 스토리라고 생각됩니다. 이용철 평론가님이 기발한 B 무비 같다며 7점이나 찍어주었는데요. 한국과 미국이 연결되어 있다는 직설적인 구성과, 괴수가 한국사람들을 실수로 희생시켜서 사과하는 태도는 참 인상적입니다. (물론,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도 계십니다.)
글로리아 역의 앤 해서웨이가 그 동그랗고 커다란 눈으로 연기를 잘 해서 저는 마음에 오래 남을 독특한 B급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많은 경우 실의에 빠져 있는 대목이 생각납니다. 글로리아는 술에 번번이 취해 있고, 글로 돈 버는 것이 그리 근사하지도, 또 쉽지도 않음을 처량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콜로설, 그 말이 전해주는 거대하고, 놀랄 만한 일은 전혀 없는 듯한 일상. 그래서 연인과 결별한 글로리아는 낙심해 빈집으로 돌아와 뉴스를 시청하게 되었네요.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서울은 난리가 났습니다.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정체불명의 괴수가 등장했다가 사라지고 있으니까요. 너무나 덩치가 크기 때문에, 건물들이 피해를 입고, 다치는 사람까지 발생합니다.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고, 각국에서 도움의 손길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인류 공통의 적이 나타났으니까요. 그런데 먼 곳, 미국의 어느 술집에서 중계되고 있는 TV 앞 손님들은 참 느긋합니다. 자기들 미국의 땅이 아니라, 한국이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있는 솔직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가볍게 볼 수 있는 12세 관람가 영화 이지만, 인간의 한심한 수준을 보여주기로는 어른들을 위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방점을 찍어 주는 것이, 글로리아양의 유년 시절을 잠시 함께 보냈었던, 찌질남 오스카씨의 등장입니다. 오스카는 처음에는 친절한 자세로 나타나 백수로 전락한 글로리아를 자기 가게에 깜짝 취직도 시켜주고, 가구까지 챙겨서 가져다 주는 등 호의를 베풉니다. 그러다가 "힘"이라는 것을 얻게 되자 온갖 미친 짓을 자행하는 못볼 꼴을 행사합니다. 영화는 중반부터 대놓고 오스카가 어린 시절부터 정말 형편 없는 모습이었다고 폭로하고 있는데요. 거기에서 약간도 성장하지 못하고, 여전히 남을 괴롭히길 즐기고, 자신의 가게까지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모습이 압권입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사랑하지 못한다면, 타인을 품고 아끼고 사랑하지 못함을 매우 현명하게 보여주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글로리아는 우연히 괴수의 모습을 관찰하다가, 이 녀석이 사실은 본인과 같음을 알아내게 됩니다. 처음에는 너무 놀랍고, 신기해서, 자랑스럽게(?) 또 조심스럽게 술집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런데, 술 먹고 일생일대 최악의 실수를 저지르고 크게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괴수가 넘어지는 바람에 사망사건이 발생하고 말았거든요. 글로리아는 한국어까지 구사해가며 땅바닥에 글을 써서 자신의 진정성을 고백하고 사과합니다. 실은, 이 지점부터 영화를 이해하기 어려워집니다.
사람들이 태도를 돌변해 환호하기 시작하거든요. 심지어 이 거대한 괴수를 친근하게 느끼며, 각국에서 관광객이 서울로 몰려온다고 합니다. "그럼 억울하게 사고로 죽은 목숨들은? 생명을 가볍게 생각한다는 치명적 불편함!" 영화 콜로설은 정말로 사람들의 이중적 태도를, 빙빙 돌려서 냉철하게 비판하고 있는건지도 모릅니다. 나만 아니면 된다며, 괴수 나온다는 서울에 몰려와서 셀카놀이를 하고 있는, 아 인간이란!
오스카가 후반부터는 로봇으로 서울에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쾅쾅쾅 자신의 거대한(?) 발을 이용해 서울이라는 한 세계를 붕괴시키기 시작하네요. 그러자, 글로리아가 최후의 아이디어를 실천해 옮깁니다. 직접 서울행 비행기를 타는거에요. 그리고 나쁜 악당 로봇이 등장하는 지점까지 걸어갑니다. 한국과 미국이 이어져 있다면? 서울에 글로리아가 등장하자, 역으로 이제 오스카의 놀이터 앞에 거대 괴수가 등장하게 됩니다. 오스카는 살려달라고 돌변해 빌어보지만, 잘못을 뉘우칠 줄 모르는 인간에게는 글로리아+괴수는 망설이지 않습니다. 극적으로 로봇을 던져버리며 아름답게 해피 엔드!!! 마무리는 훌륭했습니다.
일본 구글을 약간 살펴보니 이 작품은 일본을 무대로 하려 했으나, 괴수의 형태가 마치 고질라 처럼 연상된다며 태클이 걸려와, 한국으로 변경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서양에서 바라보는 동양이란 일부 외국인들에게는 역시 먼 곳이라 함부로 대할 수 있다는 것, 그 국력의 차이가 꽤나 냉정하게만 느껴집니다. 사람들의 따뜻한 선의 말고도, 이상한 악의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매우 괴상한 영화, 지금까지 콜로설이었습니다. / 2017. 06. 28.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