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라스트 홈 (99 Homes, 2014) 리뷰

시북(허지수) 2017. 9. 2. 23:26

 

 영화 라스트 홈은 배우들의 연기가 참 훌륭합니다. 그리고, 사회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어서, 집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직장을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불안함을 주는지 생각을 던져줍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데, 현실적인 모습들이 그려집니다.

 

 비도덕적인 사람들 역시 나옵니다. 윤리 보다는 돈을, 생활을 먼저 고려하는 태도는 실용적인 것 같지만, 그 마음에 평온이 깃들지 못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조금 다른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먹고 산다는 일이란 참 어렵습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돈 없으면 삶이 힘들어 진다는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데니스는 올바른 청년이었습니다. 어머니와 아들, 가정을 지켜나가기 위해 땀흘려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일은 이상한 현실을 마주할 때 가끔 있습니다. 예컨대 건축주가 갑자기 파산을 해버려서, 몇 주치 임금을 못 받을 때가 있습니다. 어쩐지 이 작품은 99프로의 사람들에게, 거 봐 현실은 노력해도 헛고생일 때가 있어. 라고 콕 집어 전달하는 것 같습니다.

 

 그에 반해서, 살아남은 1프로가 되겠다며, 지독하게 살아가는 인물이 있으니 릭 카버 부동산 브로커 입니다. 은행이 집을 가져가는 현장에서 릭 카버는 감정 없이, 차분하게 일처리를 해가며, 부동산을 굴리고 있습니다. 대사들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너는 집을 지으니까 가난하고, 나는 집을 굴리니까 부자이고." 노동보다 금융이 우위에 서 있는 자본주의의 모습을 매우 적나라하게 그대로 비춥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데니스는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린 돈을 제 때 값지 못하고, 대출금 연체라는 이유로, 불과 2분만에 집없는 떠돌이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자동차에 꼭 필요한 짐들만을 급히 챙겨서, 인근의 모텔에서 당분간 지내기로 합니다. 정규 일자리는 없고, 당장 현금 5만원이 아쉬운 처지가 되었습니다. 부동산 브로커 릭 카버가 난데없이 호의(?)를 보여줍니다. 나를 따라오면 일당으로 벌 수 있는 일자리를 주겠다는 거에요. 놀면 뭐하겠어요, 데니스는 그렇게 릭 카버와 본격적인 인연이 닿게 되었습니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적극적인 태도의 데니스. 사랑하는 가족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주어진 여건에서 또 순수하게 노력해 나갑니다. 반드시 극복하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를 고용한 릭 카버에게, 무슨 일이든 하겠다며 충성을 맹세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데니스는 직업을 바꾼 겁니다. 노동 대신에 남의 집에 퇴거 명령을 하고, 강제 집행을 하는, 자비 없는 길을 걷게 됩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미국은 총기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한 번만 더 눈에 띄면 손봐주겠다며 권총을 꺼내오기까지 합니다. 그래도 한결 같은 점은 발견됩니다. 다들 오래도록 정든 내 집에서 떠나기 싫다는 거에요. 그렇다면, 애시당초,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은 고금리의 대출 상품을 이용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그러나, 신용등급은 낮고, 돈이라는 게, 필요한 순간이 있기 마련이므로, 많은 사람이 위험한 미끼를 물어버린 겁니다. 집 잃는 사람은 널렸고, 릭 카버의 부동산 회사는 바쁘고, 데니스는 새 일에 적응 중입니다.

 

 그 와중에 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불법적인 일들도 점차 배워나갑니다. 처음에는 에어컨이나 주방을 몰래 뜯어내는 수법을 씁니다. 이렇게 뜯어낸 것들을 또 재활용하는 거에요. 나중에는 법원의 서류를 위조하는 범죄까지 손대게 됩니다. 법원에는 이미 릭 카버의 사람이 심어져 있다는 것이 대단히 놀라웠네요. 그래서 판결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고, 덕분에 집을 잃어버린 사람이 또 나왔습니다.

 

 헬기 위에서, 땅을 내려다보며 릭 카버는 여기에 매물이 100채나 된다며, 수완을 보기 좋게 과시하고 있습니다. 그의 오른팔이나 마찬가지였던 데니스는, 오늘도 바쁩니다. 그런데 일이 대단히 심각하게 흐르네요. 퇴거 명령에 불복종한 사람이, 총까지 꺼내들면서 끝까지 거부하고 있습니다. 경찰차가 출동하고 굉장히 위기감이 돌고 있습니다. 영화는 데니스의 양심선언과 함께 끝이 납니다. "미안합니다. 내가 서류를 위조했어요. 이 집은 아직 당신 집이 맞습니다. 당신에게 권리가 있어요." 라는 거죠. 돈 보다는 따뜻하게 사는 길을 선택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결국 돈을 벌기 위해서 아무 일이나 할 수 없는 게 아닐까요? 자신에게 맞는 일을 해야만 마음이 편안한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불법을 동원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몇 억씩 벌어가는 모습 속에는 정의가 실종되어 버립니다. 가족을 위해서 이와 같은 힘든 돈벌이에 뛰어들었던 데니스 였지만, 이렇게 살 수 없다며 영혼의 절규를 보여주는 모습은 제게는 참 좋았습니다. 때로는 차라리 그만두는 게 나을 때가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먹고 사는 일이란 여전히 힘들지만, 그럼에도 정직한 사람들이 대우받는 세상은 오기 마련이라 믿습니다. 소수의 승자를 위한 독식의 나라는 정말 위험할 수 있음을 배워갑니다. / 2017. 09. 02.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