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군함도 (The Battleship Island, 2017) 리뷰

시북(허지수) 2017. 10. 29. 03:15

 

 2017년 10월, 애플리케이션 옥수수에서 일찍도 무료로 풀어주길래 챙겨보게 된 영화 군함도 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영감을 받아 영화가 전개 되는데, 그 드라마가 펼쳐지는 게 일단 슬펐습니다. 말이 좋아서 군함도지, 마구잡이로 조선사람을 잡아다가 섬에 가둬버리고, 강제로 탄광노역에 종사시키는 내용입니다. 그 뿐입니까, 조선사람이 마냥 선하게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불편함이 남을 것입니다. 일본 제국주의가 나쁜 것은 당연하고, 생각해보면 나라가 빼앗긴 이 틈을 노려서 잔인한 행동에 동조해 버린, 조선사람들 역시 있었다는 게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탄광은 흡사 살아있는 지옥을 방불케 합니다. 45도에 달하는 고온, 게다가 좁기도 좁아서, 아직 키가 다 자라지 않은 나이 어린 아이들까지 동원해 석탄캐기가 실행됩니다. 살벌한 감시가 있는 것은 물론입니다. 이 지옥의 섬, 군함도를 벗어나려고 용감하게 바다로 뛰어들어가는 소수의 용감한 젊은이들이 등장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죽음 뿐입니다. 이런 슬픔의 섬 군함도가, (일본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자금을 많이 분담한다는 이유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은 역사의 비극입니다. 이제 영화 이야기로 출발합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악기를 다루는 강옥과 그의 외동딸 소희는 경성 반도호텔에서 그래도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 땅에 성공을 꿈꾸며 넘어온 것이 커다란 화근이 되고 말았습니다. 추천서를 들고 있었음에도 별 소용이 없었고, 그대로 군함도로 끌려가게 된 것입니다. 강옥은 악기를 다룰 수 있었기에, 일본 노래를 연주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소희는 그 어린 나이에, 이 곳에서 일본 관리소장의 뒷바라지를 담당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희망이라... 그래요, 이 곳은 좀처럼 희망을 찾아볼 수 없기에 지옥 같은 곳입니다.

 

 한 때, 종로 일대를 주름잡던 칠성 역시 끌려온 군함도에서 힘을 과시할 수 없었는데, 그것은 주먹 보다 더 무서운 총이 지배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칠성은 충분히 용감하고, 적극적으로 나서며, 조선사람들을 통솔하려고 합니다. 일본인들이 잔머리를 써가며, 칠성에게 죄를 덮어 씌우려 할 때에도 그는 당당하게 나섰으며, 이로 인해 칠성을 따르는 무리들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군함도란 얼마나 무시무시한 곳입니까. 칠성 같은 싸움짱 보다 더 험악한 총의 논리, 제국의 논리는, 사람의 목숨조차 가볍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군함도의 핵심비밀이 밝혀집니다. 조선사람들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는 것은 윤학철이라는 존경받는 조선인 선생님이며, 이 분이 탄광의 일본 관리소장과 협상을 한다는 거에요. 이 장면은 마치 노예들을 다스리는 법을 떠올리게 합니다. 딱 필요한 만큼만 공급하여, 반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다는 겁니다. 조선사람들이 말을 안 듣는 것 같으면, 윤학철을 이용해 일본이 약간 양보하는 척 연기를 합니다. 혜택을 주는 것처럼 위장하는 전략을 쓰는 거죠.

 

 헐. 그러다보니, 이제는 아예 일부 조선사람들이 여기서 나는 돈을 벌고 있다 라는 착각까지 가지게 됩니다. 일본과는 대화가 충분히 가능하다 라는 섬뜩한 착각에 빠져버리는 점을 이 영화는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작가 루쉰의 일갈처럼, "미친개에게는 몽둥이밖에 약이 없다!"는 점을 생각하고 각성해야 함이 중요합니다. 제국주의로 치닫으며 이성을 잃고 미쳐있는 일본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절대로 대화가 아니라 몽둥이 입니다! 일단 여기서 빠져나가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겁니다.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광복군 소속의 무영이 등장합니다. 영화의 중반부터 후반은, 무영의 조선인 설득, 그리고 탈출 과정을 상세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너무 힘이 드는 과정입니다. 다친 사람도 많았고요. 군함도 탈출을 눈치 챈 일본은 총을 들고 무차별적으로 막 쏴댑니다.

 

 타이밍 딱 좋게, 고통을 극복하고 등장한 칠성은 멋지게 나타나서 조선인들을 돕기 시작합니다. 소수의 정예 사람들이 현실에 쉽게 절망하지 않고, 군함도 탈출이라는 거대한 그림을 그리고 단단히 실행에 옮기는 모습이 멋있습니다. 무영은 마침내 일본인 최고관리자를 없애버리고, 군함도에서 반드시 살아 돌아가, 이 일본의 저열한 악행을 세상에 전하자고 외칩니다. 살아남은 이들 한 명, 한 명이 귀중한 역사의 주인공입니다. 강옥은 도중에 크게 다쳐서,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돌아가는 도중, 일본 나가사키에 원폭이 떨어지며, 아! 일본의 패망을 목격하게 되는 덤이 있습니다.

 

 작가 카뮈의 아주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 그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은 어리석은 것" 군함도를 역사에서 반드시 기억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인상적입니다. 관점에 여유를 두고, 한 발짝 정도 떨어져서 자신을 한 번 바라보는 것도 괜찮을테지요. 혹시 나도 착각하고 있는 것은 없나? 저 사람 만큼은 괜찮은 사람일지도 몰라, 그렇게 너무 쉽게 함부로 믿었다가 때로는 쓰라린 경험을 겪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지금 힘들지 몰라도, 바른 선택을 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악몽에서는 벗어나야 합니다.

 

 나라를 잃게 되면, 우리는 군함도와 같은 끔찍한 비극을 또 겪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므로, 또 다시 우리의 소중한 대한민국이, 일본 혹은 중국 땅이 되는 것은 아닌지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됩니다. 그만큼 우리는 아름다운 강산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엉망이 되어가며, 계속되는 비정규 일자리의 양산, 저출산의 늪으로 계속 빠져들어가다간 실로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 오늘날 우리가 스스로 나라를 절망의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 슬픈 현실. 꼭 극복되어 코리안 드림이 다시 펼쳐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 2017. 10. 29.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