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로빈슨 크루소 리뷰

시북(허지수) 2018. 1. 14. 22:57

 

 첫 줄부터 부끄러운 고백을 씁니다. 저는 그동안 고전을 잘 읽지 않았습니다. 책 편식도 상당한 편입니다. 하지만 책의 가치는 잘 말린 것 - 고전 에 있다는 강상중 선생님의 한 줄 이야기에 커다란 감명을 또 받습니다. 날 것 - 새로운 책에만 끌릴 것이 아니라, 고전에도 끌림을 느끼며 한 번씩 읽어본다면, 많은 것을 알려줄 지 모릅니다. 추천을 받아 로빈슨 크루소를 읽었습니다. 결론은, 재밌답니다.

 

 그리고 이 책, 국립중앙도서관 선정 고전 100선이며, 미국대학위원회 추천 도서입니다. 이 정도라면 읽어볼 가치 충분하지 않겠어요! 저는 때마침 교회 책장에 있길래 그냥 빌려와 단숨에 읽었습니다. 스토리 요약은 어딘가에 분명 있을테니 생략하고, 리뷰는 제 스타일대로 막 갑니다. 정~말 훌륭한 통찰이 들어 있는 문장부터 소개합니다. (아래에서 계속.)

 

 저자 : 대니얼 디포 / 역자 : 전세재, 그림 : 박혜경 / 출판사 : 한국헤르만헤세

 출간 : 2014년 08월 01일 / 가격 : 15,000원 / 페이지 : 238쪽

 

 

 나에게 있어서 사용할 수 있는 것만 가치가 있었다. 다시 말해서,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내가 사용할 때만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배에서 금, 은, 그리고 돈을 가져왔다. 하지만 그것들은 내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바꿀 수만 있었다면 그 돈을 담배나 맷돌과 기꺼이 바꾸었을 것이다. 무와 당근 씨앗, 그리고 한 웅큼의 완두콩, 그리고 잉크를 살 수만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그 돈을 써 버렸을 것이다. 돈 그 자체는 내게 어떤 이득도 가져다주지 않았다. 그 돈들은 그저 내 서랍 속에서 이끼와 곰팡이가 낀 채로 있었다. 그 서랍 안이 다이아몬드로 꽉 차 있다 한들, 나에게는 아무런 이익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다.(114페이지)

 

 이 한 페이지는 삶을 살아가는 데 매우 귀중한 교훈을 줍니다. 때때로 우리는 이상하게도, 사용하지도 않을 것을 구입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하게는, 돈을 모으기만 하고, 제대로 사용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로빈슨 크루소의 사고방식이 정말 뛰어난 것은 그는 주저하지 않고, 가장 필요한 것을 돈으로 산다는 점에 있습니다. 물론, 반론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필요한 게 어디 한 두개인가? 그러니까 당연히 많은 돈이 필요하단 말이야!

 

 돈을 지혜롭게 잘 관리한다면, 내게 진짜 필요한지 고민해보고 사용한다면, 우리는 놀랍게도 돈의 노예에서 탈출할 수 있는게 아닐까요. 예를 들면... 음. 저요? 저는 어리석은 사람이었습니다. 청년 시기 때, 게임을 엄청 좋아했었어요. 월급날이 다가오면 꼭 게임매장에 들려서 게임을 사오곤 했습니다. 계속 반복되면, 결국 밀린 게임만 늘어가고, 잘 하지도 않을 거면서!

 

 최신 게임을 즐기려면, 절대로 이럴 필요가 없어요. 다 클리어 한 것은 매장에 팔면되고, 정말 하고 싶은 것만 골라서 주말에 열심히 플레이해도 얼마든지 만족스러운 열혈 게이머가 될 수 있죠. 자기만족을 위해서 게임을 잔뜩 소장하는 콜렉터가 삶의 목표라면, 그점도 나쁘지는 않아요. 그러므로 늘 질문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한테 필요한 것은 뭘까,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 걸까. 이제 다음 페이지를 읽어보겠어요.

 

 어떤 사람들은 자신에게 없는 것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하나님이 자신에게 주신 것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다. 우리가 느끼는 불만은 우리가 갖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부족해서 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인생은 한편으로는 슬픔으로 가득 찬 삶이라고 할 수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은혜로 가득 찬 삶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움직이며, 내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하느님의 은총을 깨닫고, 그분의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후 나는 더 이상 슬프지 않았다. (115~117페이지)

 

 의사 선생님의 표현을 좀 빌려온다면, 우리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은 1시간이면 충분하다는 거에요. 왜 자신의 능력 없음을 슬퍼하고, 자신만이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자책을 하나요. 그것도 온종일 언제까지나! 그러지 말고,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감사해 보세요. 저는 오늘도 한 줄 이상 글을 쓸 수 있어서 깊이 감사하려고요. 따지고 보면, 슬픈 일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렇지만, 기억해야 할 중요한 점은, 인생을 쭉 계산해 본다면 신의 은총도 우리는 많이 받아온 것이 아닐까요. 제가 좋아하는 CCM음악 중에는 이런 가사가 담긴 내용이 있습니다. "여기까지 우리 인도하셨네" 온 마음을 다해, 오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살아가면 그 삶의 여정은 멋지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성공만이, 유명해짐만이, 우리의 가치가 될 순 없습니다. 사랑을 주고 받으며, 하루 하루, 즐겁게 보내는 그 관계 속에서 우리는 살아감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지금 모습으로도 충분히 사랑 받는 존재임을 느끼게 된다 생각합니다.

 

 삶이 무인도에 갇혀버린다는 것은 어쩌면 "만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겪음을 의미합니다. 이 책의 진짜 반전은 맨 뒤에, 역자 진세재 교수님의 번역을 빌려옵니다.

 

 내가 세상의 모든 것들을 누릴 수 있었던 문명 세계에 있는 것보다, 이런 외로운 곳에서 사는 것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했다. 비록 물질적으로는 어렵지만, 과거의 지긋지긋한 삶보다 현재의 삶이 얼마나 더 큰 행복을 안겨 주는지 뼈저리게 느끼기 시작했다.(본문 중에서)

 

 모든 것을 누리는 것이 행복이 아니었다고, 큰 울림을 주지 않습니까? 물질적으로는 어렵지만, 더 좋은 선택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까? 그러므로 자신의 삶을 최대한 소중히 여기며, 열심히 살아가는 삶 속에서 행복 또한 이 쪽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입니다. 로빈슨 크루소가 탈출에 성공하는데 28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스타워즈 영화에 나오는데, 진짜 멋진 가치 중에 하나는, "희망을 끝까지 가지는 태도" 입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좋은 선택을 계속해 나갑시다. 기회는 오늘 여기에서 결단하고, 출발하는 데 있습니다. / 2018. 01. 14.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