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슈퍼셀의 게임 클래시 로얄에 빠져 있습니다. 한 번에 3분 남짓 단순한 게임인데,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매일 조금씩 플레이 합니다. 이 슈퍼셀이 핀란드에서 출발한 게임이라 합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철학이 있었다는 대목이 멋집니다. "모든 포지션에 최고의 재능을 가진 사람을 채운다. 무관료제를 지향하며 장벽이 없는 수평 문화를 만든다.(22페이지)" 결국 조직의 경쟁력은 사람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슈퍼셀이 흥미로웠던 것은 박리다매로 매출을 올리지 않고, 서너 개의 메가 히트 상품이 있다는 거죠. 제가 언급한 클래시 로얄만 해도 다운로드가 1억이 넘었습니다. 큰 돌풍을 일으킨 포켓몬 고가 1억이 넘었다고 하니. 슈퍼셀은 전 세계를 사로 잡은 겁니다.
북유럽에 게임 스타트업 돌풍이 불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겠습니다. 캔디 크러쉬 사가는 스웨덴 게임이고, 마인크래프트 역시 스웨덴 작품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마무리 합니다. 눈에 보이는 제품을 생산하는 실물경제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재화가 한정된 상태에서 경제 규모를 키우려면 자원을 최소한으로 소비하는 산업으로 전환을 해야 한다. 문화, 예술 분야의 사업을 키우는 게 그 답이 될 수 있다. 게임도 그중 하나다.(25페이지)
저자 : 하수정 / 출판사 : 한빛비즈
출간 : 2017년 01월 30일 / 가격 : 15,000원 / 페이지 : 292쪽
시장의 논리보다 더 앞서는 게 있다는 대목은 적잖게 놀랐습니다. 안전벨트는 스웨덴의 발명품인데요. 1959년 새로운 차량용 안전벨트가 등장합니다. 어깨에서 가슴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고 다시 한 번 배를 감싸는 3점식으로 지금 사용하는 것과 같아요. 혁신이었죠. 이 특허권으로 얻을 수입만 해도 어마어마할텐데, 볼보는 특허권을 포기하는 실로 놀라운 선택을 합니다. 이유를 들어봅시다.
"이 발명은 사람의 인명과 관련된 기술이라 우리만 갖고 있을 수 없다. 이익을 취하기보다 생명을 구하는 일이 중요하다." 저자의 마무리는 인상적입니다. 가끔 이렇게 바보 같은 기업이 나와 세상이 좀 더 살만한 곳이 된다!
이제 덴마크를 대표하는 기업 레고의 이야기를 살펴봅니다. 레고는 잘 놀다라는 뜻의 덴마크어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었어요. 이건 여담인데, 사실 어른들도 많이 좋아하죠. 어느 날, 레고 본사에 7살 여자아이의 손편지가 도착합니다. 왜 장난감에 유독 여자가 별로 없느냐고 재밌게 항의를 올린 거죠. 발빠른 덴마크 회사 레고! 그 해 여름에 여성 과학자 시리즈를 출시하게 됩니다. 고생물학자, 천문학자, 화학자! 여성들도 얼마나 소중한데요!
핀란드 전 대통령 할로넨의 이 구절은 음미해볼 대목입니다. "여성들에게 특히 당부하고 싶다. 주체적인 사람이 돼라. 남성이든 여성이든 서로에게 동등한 삶의 동반자, 삶의 좋은 파트너가 돼야 한다. 말이 통하고 함께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남자다운 또는 여자다운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말고 다른 사람이 돼라. 고정관념은 깨라고 있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라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 봤습니다. 칼 융의 표현을 잠시 가져온다면 - 나의 과거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미래의 모습이 나를 규정한다 는 거죠.
저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즐겨봅니다. 핀란드 편이 아직 기억납니다. 술을 밤에 사지 못한다는 거였어요. 24시간 편의점이 환하게 비추고 있는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문화가 대단히 놀라웠습니다. 이 책에도 술문화가 소개되고 있네요. "스웨덴에서는 술에 취한 모습을 매우 안 좋게 본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고, 멋있었던 대목을 콕 집는다면, 저는 154페이지 칼 폴라니 경제학자의 견해가 담긴 대목이었습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데 두 가지 원칙이 있다. 하나는 시장 자율화와 자유무역으로 이뤄지는 경제 자유주의 원리이고, 또 하나는 인간과 자연, 공동체를 시장의 해악에서 보호하기 위한 사회 보호의 원리다. (국가가 술을 관리하는) 북유럽식 주류독점 시스템은 사회 보호의 원리가 시장자유주의 원리 위에 있음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물론, 이 견해는 장점과 단점이 같이 있음을 숙고해야 겠지만, 사회를 더 낫게 만들기 위해서는 때로 국가가 나설 때 나서야 함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듭니다. 예컨대,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이 (미국보다는) 다수에게 훨씬 훌륭한 것처럼요.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의 각 나라 사람들이 자국을 대표하는 단어로 소박하고 편안한 행복을 꼽았다고 합니다. 남과 비교할 필요 없이, 사람들과 모여 편안하게 차를 마시는 것, 이런 모습 속에 행복이 숨어 있다니, 우리는 무엇인가 비밀을 발견한 것만 같습니다. 국가의 국민총생산과 인당생산성이 세계 몇 위냐도 중요하지만, 지금 행복한 선택을 했느냐도 정말 의미 있는 질문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의 책 소개 겸 리뷰는 여기까지 작성하겠습니다. / 2018. 01. 17.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