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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국에 니가 뭔데 일본어 게임에 기모노차림이냐! 어디선가 칼날 같은 비난의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하지만 이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어서 따로 사진 출력까지 해 놓았다. 잊고 싶지 않은, 내게는 좋은 책 한 권의 가치와 맞먹는 무게를 가진 마법의 장면이었다. 내 인생은 마치 "대흉"과도 같았다고 여길 때가 솔직히 있었다. 기독교인이면서 하나님께 불평하던 시절이 내게는 솔직하게... 있었다. 10대 시절 걸을 수 없었던 두 다리가 속상했고, 간신히 다시 걷게 된 20대 시절, 사회는 왜 그토록 차갑고 냉정했던지 모른다. 서러워 울 때도 있었다.

 

 불행의 정점은 30대 였다. 어머니가 정신이 계속해서 아프셨다.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오늘이 며칠인지 모르셨고, 혼자서 밥도 드실 수 없었다.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10시간씩 간호할 때는, 삶이 이토록 무거울 수 있구나를 배웠다. 온라인에서는 잘 나가던 해피라이프도 완전히 올스톱 되었다. 하지만 현명하신 교회 사모님의 표현을 빌려온다면, 그 유명한 표현을 쓸 수 있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터널은 결국 끝이 있었다. 하지만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그 추수는 쓰라렸다. 나는 물질적으로 몹시 가난했고, 심적으로도 지치고 괴롭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보면, 내가 겪었던 어떤 불행도,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하게 해주었고, 내가 전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를 끌고 왔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좀 더 가까이 하게 되었고, 간직하면 좋을 무척 귀중한 지혜들이 많았다. 긴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며 어머님을 마침내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고, 어머님의 착하고 선한 성품을 마침내 존경할 수 있게 되었다. 5년...? 아마 그 정도는 걸린 것 같다. 나만의 독특한 배움의 값진 시간이었다고 쓰고 싶다. 살아야 하는 이유의 강상중 선생님을 비롯해, 하지현, 양창순, 김병수, 윤대현, 정혜윤, 유은정, 김형석 선생님 등 우리나라에 정말 좋으신 분들이 많았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서 열정을 내어 책을 내주실 때마다 얼마나 기뻤는지 모르겠다. 그런 귀한 구절들에 나는 얼마나 큰 위로를 받고, 때로는 이것도 나의 운명이니 사랑할 수 있다고 몇 번이나 외쳐갔다.

 

 또한 어머님을 위해서는 TV채널은 주로 CBS 혹은 CTS 기독교계열 방송에 고정되어 있어서 좋은 설교도 함께 듣게 되었다. 남들은 젊음이라는 귀중한 시간에 성공을 위해서, 또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인생을 멋지게 살아내는데... 비록 그 경험은 내게 없었다. 그 대신에 책을 보고 설교를 듣고, 어머님과 함께 하는 또 다른 시간이 내게 허락된 것이라고... 지금은 이렇게 제법 멀리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매일 즐기는 짧지만 경쾌한 리듬게임들의 시간들 역시 소박하지만 취미로써 매우 귀중했고... 스크린샷에 나오는 뱅드림 게임을 하다가 감동 받은 적이 역시 있다.

 

 운명을 사랑한다는 것에 대하여 양창순 선생님은 2019년 신간에서 "내가 받은 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소중히 여기는 마음, 잘 지키겠다는 마음, 갈고 닦겠다는 마음" 이라고 써주셨다. 게임으로 비유한다면, 나는 정신건강의학에 대하여 지식이 +1 정도 되었고, 기독교에 대한 애정도 +1 정도가 되었다. 이것이 얼마나 특별하고 감사한지 모른다. 운명은 내게 혹독하게 아픈 시간들을 선물했지만, 나는 거기에서 발버둥치며, 마음 속에서 인생을 긍정하기 위해서 노력해 왔다는 것이다. 나의 아픈 속 사정을 잘 아는 어르신 한 분은, "어머니가 그렇게까지 아프신 것도 너의 복이다" 라는 매우 인상적인 말씀을 해주셨다. 이렇게 깊은 의미가 담긴 말들은 언뜻 이해하기가 이상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는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다. 내 짧은 지식과 언어로는 설명하기 대단히 어려운 표현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운명처럼(?), 어느 인자한 가게 사장님께서, 이제부터 뭐 먹고 살꺼니? 앞으로 어떻게 할꺼니? 라고 미래를 물으셨다. 물론, 할 수 있는 곳에서 일은 성실히 하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인터넷에서 글을 쓸꺼에요! 라고 쑥쓰럽지만 이야기를 꺼내고 말았다. 말하자면, 오늘부터 투잡인 것이다. 오프라인 세계도 잘 살아내고, 다시 온라인 세계에도 뛰어들어서, 내가 받은 소중한 이야기들을 나누어주고 인생 힘내라고 응원할 것이다.

 

 늘 좋은 일만 가득하다면, 뭐... 그것도 상상만으로도 즐겁지만, 설령 그렇지 못하고,

 힘든 일에 시달리고, 다시 나를 일으켜서, 인생을 버텨가는, 그것 역시 얼마나 아름답고 귀중한 멋진 인생인지...

 앞으로도 어려운 일 만나도, 두려움에 벌벌 떨기 보다는, 거기서 하나라도 배워가며, 인생이 아름다운 것임을 배워가고 싶다.

 - 2019. 10. 17. 감사일기 6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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