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본편 이야기가 있으므로, 안 보신 분은 뒤로가기를 누르셔도 좋겠습니다)
심야에 CGV 굿무비 타이밍을 애매하게 놓쳐서, 그 다음 시간대로 늦은 밤 더 큐어 라는 영화를 보았다. 어느 다음 리뷰어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고 아예 극찬을 날리시기도 했다. 물론 머리 나쁜 나는 내용 따라가기도 벅차서, 해외 리뷰까지 좀 살펴보고 나서 이해가 된 점도 있다. 영화는 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중세풍의 성을 병원 삼아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이 곳을 휴양지가 아니라 폐쇄 병동으로 접근한다면 한결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폐쇄 병동이 그리 나쁜 곳이 아니다. 전화도 걸 수 있고, 예쁜 인턴 선생님과 탁구도 칠 수 있고... 당신이 뭔데 가 봤니? 라고 묻는다면, 어머님의 정신 장애를 오랜 시간 병간호 하고 있다고 단단히 되받아 칠 수 있다. 덕분에 살아가는데 지장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병시중도 끝이 있다는 것에 작은 희망, 살아갈 이유가 있다.
영화는 시작부터 안 좋은 징후를 보여준다. 길게 자 본 적이 없다는 록하트(데인 드한 연기 진짜 잘하네요...) 아버지는 자살로 잃었고, 그 기억도 흐릿하고, 격무에 시달리는 것이 분명하고... 초반부는 록하트가 대단히 예민하고 눈치 빠르다는 점도 초점을 맞춘다. 내가 의사는 아니라 함부로 말할 수 없지만, 자신감 과잉에 거짓말까지 약간 붕 떠 있는 조증 느낌이 팍~ 하고 올 지경... 사람이 너무 잘 나가다가 정신이 이상해 지면, 그것도 참 심한 비극 같다. 어쨌든 물 좋은(?) 스위스로 옮겨져서 각종 치료를 받는 내용.
록하트의 관점에서 의사 선생님은 악마화 되고, 성 아래 마을 주민들까지 한패거리로 몰아붙이고, 마지막에는 성까지 홀라당 태워먹는 장면이 압권. 다음 리뷰 중에 바이올렛님께서 친절히 "그리고 앞니 뺐는데 마지막 웃음에 앞니가 있음? 이게 뭔가" 리뷰 남겨주셨는데, 해외 리뷰를 참고하면, 이것이 주인공의 망상 증세를 대표하는 한 컷이라는 점. 그러니까 냉정히 말해서 후반 장면들은 주인공의 망상으로 공동체가 파괴되는 장면을 냉정하게 그린다고 나는 써버리겠다.
고 임세원 교수님도 중증 정신질환자로 인해서 세상을 달리하셨지 않은가... 때로는 영화보다 현실이 더 무섭기도 하고. (30년 전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진짜 진짜 공부 열심히 해서 정신의학을 목표로 공부해 보고 싶기도 한 요즘이다.) 예컨대 환청 같은 것도 우리는 쉽게 환청이라 말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진짜로 들리는 것과 같은 뇌 반응이 나타난다고 읽은 적이 있다. 그만큼 심각한 것이고, 치료가 절실한 것이다. 환시, 환청, 망상 등으로 본인의 생명도 위험할 수 있고, 타인의 생명을 해칠 수 있으니까 (사회적으로도) 치료는 얼마나 중요한가.
순진하고 착한 사람들도 정신병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신문 인터뷰에서 읽은 게 생각이 난다. 홀로 남겨진 엄마를 생각하는 주인공 록하트를 안타까운 존재로 접근하고 싶은데... 이렇게 가면 이 리뷰 자체가 엄청나게 욕 먹을 꺼 같아서 자제모드. 다만 명심할 것은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이 점은 꼭 짚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록하트 라는 관점에서 접근한 리뷰라서, 다른 사람에게는 완전히 또 다르게 느껴질 수 있으니 해석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는게 훨씬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런 영화를 좋아한다면 역시 셔터 아일랜드 영화도 재밌으니 이 쪽도 추천하고요.)
리뷰를 마치며, 현대 사회는 너무 빠르게 돌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 사이버 세계만 해도 365일 24시간 오픈되어 있고... 이 영화에서 배울 수 있는 큰 메시지는 건강이 정말 크다 라는 어쩌면 참... 우리 모두가 아는 내용. 그것만으로도 나는 만점 줄 수 있는 즐거운 스릴러 영화였다. 편성해준 OCN 감사. 바빠도 쉬어가고, 밥 잘 먹어가며, 때로는 좋은 벗과 수다도 떨어가고, 그런 소소한 곳에 인생의 알찬 기쁨이 숨어 있는게 아닌가 싶다. / 2019. 10. 29.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