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기사링크 = https://news.v.daum.net/v/20191101080107495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요시노 아키라 (吉野彰, 71세) 인터뷰 기사를 읽어보았다. 좀처럼 보기 힘든 신기하고, 무척 감사한 기사였다. 정치는 어차피 아베를 내가 안 좋아하고, 기대도 없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 다만 교육 쪽에는 관심이 많다. 여러 종류의 사람과 공부해야 한다는 점이 놀라웠고, 그 뒷대목은 사실 좀 충격적이기 까지 하다. 하나의 연구에 100명이 달려갈 수 있다. 보통은 그러면 치열하게 경쟁하고, 살아남는 쪽이 트로피를 거머쥔다고 여긴다. 그게 누가봐도 일반적이고 합리적이다. 그런데 여기서 다음 대사가 너무 인상적이라 꼭 마음에 담아두고 싶었다.
90명은 열심히 노력하지만, 나머지 10명가량은 놀도록 하는 게 좋다는 주장이었다. 아니 놀아라니...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인가. 다행스럽게도 부연 설명이 이어진다. "(무슨 일을 하든) 10% 정도의 낭비는 각오해야 한다" 예전에 미국의 유망한 기업들이 업무 중에 휴식과 놀이 시간을 확보시켜주었더니 효율성이 더욱 올라갔다는 기사를 읽은 바는 물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노벨상의 비결이 될 수 있다니, 실로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무슨 공학박사님도 아니고, 노벨상 근처에 갈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님 표현을 빌려서 취미생활에 20%를 과감히 투자하는 것이, 오히려 삶을 더 즐겁고 건강하게 유지시킨다 라는 말이 유독 생각나는 것이다.
그 낭비가 무엇일까, 그 논다는 것이 무엇일까. 꽤 긴 시간을 붙들고 있다. 물론 기사 속에 대부분의 답이 있긴 하다. 싫어하는 것을 하면서 놀 수는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계속 추구했을 때, 긴 시간이 흘러서 그게 낭비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는 의미일까. 예전 어느 교육학 관련 책에서는 노벨상의 비결을 목표를 향해서 직선으로 가지 마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그러면 필히 벽에 부딪힌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은 관심사를 열렬하게 좇아서 여기저기 빙글빙글하면서 가다보니까 뜻밖의 곳에서 힌트가 숨어있었다는 글이었다. 그림과 같이 그 장면이 있어서 더욱 기억에 선명한 내용이었다. 좋은 책 이름이라도 좀 외우거나 메모해둘껄... 진짜로 김정운 박사님 책제목처럼 인간은 제대로 실컷 노는만큼 성공하는 것일까.
읽어야 할 책들이 헉헉 거릴만큼 너무 많이 밀려있고, 좀 버겁다고도 느낀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정치가 그토록 엉망이지만, 존경받는 경영자라든가, 과학자가 많다는 점은 참 훌륭하다. 그리고 이들이 꾸준히 사회를 향해서 소신껏 발언한다는 것 자체도 놀랍고... 선망의 정혜윤 작가님은 책 읽기의 소중함을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이라서, 일부러 시간을 만들어 내고, 그래서 확보된 시간을 독서로 보낸다고 읽었던 것 같다. 간단한 이야기다. 현실은 마법이 아니다. 저절로 이루어지고, 해결될리는 없다.
놀면서도 (아마 탁월한?) 성과를 내는 10% 인간.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진지하게 오래도록 마음에 담아놓고 고민하고 싶다. 못을 무리하게 전동드라이버를 이용해 온 힘으로 밀어붙여도, 때로는 아예 망가지고 만다. 이와는 반대로, 즐겁게 춤추듯이 자기 박자에 맞춰서, 하루에 한 걸음씩 쌩쌩 나사를 회전시키며서 자신의 목표를 잊지 않고, 흥미와 동기를 계속 유지시키며 놀아보는 것. 그 꾸준한 강인함과 여유로운 부드러움이 그 어떤 벽도 뚫고 들어가는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지금은 비유로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정리한다면, 나는 이게 진짜 의미도 느껴지고 참 재밌다. 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때, 거기서부터가 노벨상 혹은 장인정신의 출발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2019. 11.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