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8 만년의 집 (2019) 리뷰

시북(허지수) 2020. 5. 15. 14:26

 

 강상중 선생님의 사적 에세이를 읽게 되었습니다. 원제는 어머님의 가르침 이네요. 강 선생님은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게 된 고통을 겪었음에도, 여전히 삶에 대해서 긍정으로 태세 전환을 하시고, 잘 먹는 것의 중요성을 알려주시고 계십니다. 강아지파에서 고양이파가 되었던 이야기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읽었습니다. 겁많은 고양이 루크가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기세 등등해 지는 모습은 소소한 웃음을 줍니다. 무엇보다 아주 기억에 남는 대목은 나도 작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고백이었네요. 잠시 함께 읽어볼까요.

 

 "제비꽃의 꽃말 가운데 작은 행복이 있다. 우리 집에 핀 털제비꽃을 보노라면 정말로 그런 기분이 든다. 털제비꽃은 누군가에게 영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굳이 맞서지도 않는다. 그저 홀로 고상하게, 표표히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사람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으리라."

 

 저는 지금의 시대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지켜나가는 것도 귀중하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편리하고 빠른 게 좋지 라고 바깥이 물들어 있더라도, 우체국까지 방문해서 손편지를 써서 할머니께 전한 적이 있습니다. 손주의 소박한 다짐과 일상 이야기에 얼마나 기뻐하시던지요. 손편지로 이웃에게 감사 인사 전하기는 제가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좋은 가치 중 하나입니다. 공부방 시절 제자는 오래 전 공무원이 되었는데, 항상 마음에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다짐했다 합니다. 남들이 빨리 빨리 라서, 나도 일단 빨리 가기 보다는, 이 가치가 제대로 된 방향인지를 점검하는 태도는 중요합니다.

 

 한편, 이 책 덕분에 변화도 있었습니다. 꽃에 대해서 저는 너무 모르고 살아왔는데, 앞으로는 조금씩 관심을 가져보려고 마음 먹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산책길에 예쁘게 핀 색색의 꽃들. 무엇인지 이름을 말할 수 있으면 더 즐겁겠다 생각되어, 다음 앱을 설치해 꽃검색을 이용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타인에게 야유 받은 경험에도 지지 않고, 강상중 선생님을 위로해 주었던 것은 경치라는 말씀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간은 자연을 소중히 여겨야 됩니다. 하다못해 요즘 같은 따뜻한 봄날, 햇살을 받으며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의 건강과 활력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그럼 위로의 대목도 읽어보겠습니다.

 

 "나를 위로해준 것은 무엇보다 고원의 맑고 깨끗한 공기와 나무, 꽃이었다. 깊어가는 가을의 드높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고, 조금씩 물들어가는 뜰의 경치를 물끄러미 바라보노라면 인간이 만들어온 역사란 참으로 어리석게 느껴진다. 그리고 나 또한 무척 어리석다. 이렇게 어리석은 우리를 그저 아무 말 없이 감싸주는 고원의 가을은 그 자체로 작은 구원이었다."

 

 인간이란, 역사란 어리석다... 결코 부정적인 의견은 아니었을테죠. 어리석음이 반복된다는 것에 대한 경계였다고 생각합니다. 은사님과 오늘 점심을 함께 했는데, 그 로마 제국이 전성기 때 인구가 1억이 넘었으나, 멸망 때는 인구가 반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도덕성이 땅에 떨어진 것은 물론이었죠. 그렇게 인구가 급속이 줄어드는 나라가 있는데, 그것이 제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점에 가슴이 아픕니다. 아이를 더 낳게 만들고, 경제구조를 튼튼히 만들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었으나 결과는 여전히 신통치 않네요. 지혜를 더욱 모아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글을 마치며 서두로 돌아가 어머님의 가르침은 저도 가슴에 깊이 간직해 두겠습니다. 감동적인 말씀이니까요. 색도 넣어볼까요.

 "세상 어디든 도깨비만 사는 건 아니다."

 "정이 없고 못된 사람도 있지만 정이 많고 좋은 사람도 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먼 곳에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나부터가 정이 많고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함을 다짐합니다. 어이, 여기에 편한 지름길이 있어, 라는 속삭임을 거부하며, 도깨비나 괴물이 되지 않기를 경계합니다. 대한민국이 좋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잘못된 일에 반드시 벌이 가해져서, 우리 다음 세대에게도 자랑스러운 멋진 모습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 2020. 05. 15. 강상중 선생님께 감사를 전하며 오랜 독자 시북 (허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