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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15.] 30분 감사 일기

시북(허지수) 2025. 5. 16. 00:00

 3분 일기라고 써놓고, 몇 자 더 보태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30분 일기라고 하자. 이왕이면 15일에 맞춰 쓰고 싶었으나,

 피곤한 일정을 마무리 하느라, 날을 넘겨 16일이 되고 말았다.

 

 스승의 날이라고, 오래 전 사랑하는 제자에게, 올해 귀한 편지를 받았다.

 그리고 감사의 기념 치킨도 받았다. 망설이지 말고 바로 주문해 먹었다.

 2010년의 공부방 추억이,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서 나를 깨워준다.

 

 2025년의 나는 이제 제법 아프고, 또 실은 가난하기도 하지만...

 어디로 가야할 것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가고 싶었던 길을 (운 좋게도) 전부 가보았기 때문이다.

 

 근래에, 비싼 피아노 개인 공부도 해보았고, 에세이도 길게 써봤다.

 어릴 적에 그토록 갖고 싶었던, 호화찬란한 게임라이프도 다 해봤다.

 수천, 수만명 동호회에 대한 아쉬움도 이젠 없고, 블로그도 여기까지면 많이 왔다.

 

 10년, 20년이 넘는 시간, 이렇게 버킷리스트(?)를 다 누려보니...

 그 어디에도 만족한 적이 없었다. 목표에 도달한 잠깐의 스침 뿐...

 그렇기에, 살아가는 남은 나날들이, 허무와 슬픔인 줄 알았는데...

 

 2025년 5월 15일,

 그리고 5월 16일.

 오늘부터는 말하는대로, 선생님 답게 살아보고자, 다짐해본다.

 

 이제 실패에서 실패를 향해서 걷는다.

 행복은 결코 성취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아이들의 다정한 이웃이 되어보자.

 

 혹시 또 모르잖아.

 그렇게 치열하게 깨지며, 살아간, 지금의 5년, 10년의 세월들 덕분에...

 인생 마지막에는 미소 지으며, 참 좋은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꺼 같다.

 

 큰 돈, 긴 가방 끈, 튼튼한 몸, 그 무엇 내게 없었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실은 완전 지각했지만,

 결석하지 않고, 혹여 꼴찌가 되더라도 끝내 완주하는 그 날까지.

 

 좋은 선생님이 되자.

 세상 맨 뒤에서 걷는, 아이들을 한없이 사랑하고 아끼는,

 괜찮은 사람이 되자.

 

 오늘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을 남깁니다.

 

 - 2025. 스승의 날, 자정을 넘겨. 허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