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페이지

1. 진짜로 원했던 것을 가지려면! (모닝페이지 첫 시도)

시북(허지수) 2025. 8. 2. 09:39

 의식을 자유롭게 쓰는 - 모닝페이지 첫 시간.

 

 나의 꿈은 변해왔다. 그나마 감사한 것은, 그 꿈들을 대체로 전부 이뤄봤다는 것이다.

 책을 좋아해서, 책을 가득 사 모았다.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을 가득 사 모았다.

 사람을 또 참 좋아해서, 어울리는 활동도 크게 누리고, 즐기기도 했다.

 

 나는 전국 1등, 나는 천재. 높디 높은, 근거 전혀 없는 자신감은,

 깊고 음침한 골짜기로 추락해 버렸다. 세상은 근거를 늘 물어봤으니까.

 그렇게 비겁하게 살아가기 시작한 게, 벌써 10년, 20년이 되어버렸다.

 

 허준이 교수님이 샘나게 부러웠다. 필즈상이 부러운 것이 아니라,

 그 단단함. 인생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전부라고 질러보는 패기가 멋있었다.

 

 어차피, 모닝페이지는 그냥 쓰는 것. 그것을 숨기지 않는 것.

 부끄럽지만... 나는 현실을 잊기 위한 다양한 도구에 길들여져 갔다.

 가장 좋은 핑계는 건강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제 서 있기만 해도 다리가 아프고, 몇 시간만 집중해도 생각할 근력이 탈진해 버린다.

 

 제일 하고 싶었던 것은 그렇다면 도대체 뭘까.

 진짜로 원했던 것을 가지려면 또 어떻게 해야 할까.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좋아했다. 대체로 외국어인 경우가 많았다.

 언어를 잘 이해한다면 훨씬 더 즐거울텐데... 라고 생각을 했다.

 "재미있는 인생, 기쁜 인생." 그런 것이 나의 젊은 청춘 시절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나는 언어 습득에 필요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다.

 음악을 즐겨 듣는 것과, 직접 연주하면서 실력을 늘리는 것은 전혀 다른 세계이다.

 깊게 반성을 하자면 나는 좀 귀족적 마인드 였던 것 같다. 귀족이 밥먹여 주는 것도 아닌데.

 떠먹여 주는 달콤함에 취하기 시작하니까, 너무 편리해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번역본, 패치버전, 한국어 정식 버전... 거기에 의존한다.

 지금 슬픈 것은, 깊게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가는 느낌이, 몹시도 서운하다.

 애써, 언어 공부를 하고, 뇌에 자극을 주면, 유명 가수 이적씨의 표현을 빌려, 안 쓰던 뇌 근육이 운동하는 느낌?

 그렇게라도 조금은 "살아있음"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

 

 일본어 공부를 서너번 시도하고, 책까지 샀었지만... 아! 일단 또 실패. 세상아 더 발전해라! 더 좋아져라!

 영어 공부, 역시 오랜 꿈이었고, 책까지 샀었지만... 아! 좀 해보자! 어쨌든 그러하다.

 

 그래, 어차피 모닝페이지니까. 나처럼 말이 앞서는 사람, 생각이 앞서는 사람은, 이른바 먹물파 들은...

 행동이 앞서는 사람들, 실천이 앞서는 사람들을, 좀처럼 이기지 못한다.

 비유하자면, 나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나무 였던 것이다. 그러니 주변의 변화에 휩쓸려 살아갈 수 밖에....

 

 청춘의 시절 읽었던, 정혜윤 작가 (CBS 라디오 쪽) 님 책의 어느 한 대목을 기억한다.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수 십년, 아마 삽십 몇년의 시간을 묵묵하게 세상을 만들어 가던 사람의 모습을.

 

 가장 최근에 본 영상으로는 유키 쿠라모토 연주자님의 닳은 손가락으로 쓸 수 있을테지.

 스마트폰으로 터치해도 지문이 다 닳아서 화면이 반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피아노 연주자 뿐만 아니라, 한 분야를 오래도록 몰입해서, 분야에 오른 사람들이 나는 참 좋다.

 나는 수박 겉만 늘 핥아보는 사람이니까, 그 안 쪽의 멋진 세계를 좀처럼 알지 못한다.

 

 지금도 벌써부터 겁을 잔뜩 먹었다. 모닝페이지 첫 날이니까, 두서없이 긴 글이 가능하지.

 금방 또 질려서 접겠지. 에피소드는 없어서, 쓸 말이 없다 를 치는 것을 벌써 상상한다.

 

 그러니 마무리는 좋은 이야기를 쓰자.

 가게의 단골 여학생 (내가 정말 아끼는 학생이다!) 이 풀메이크업에 거의 캐주얼 드레스 차람으로 나타났다.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드디어 오늘이 썸남에게 고백하는 그 날이라고 했다!

 용기를 북돋아주려고, 미소를 가득 띄워서 응원을 보냈다.

 

 이것이 내가 매우 뒤늦게 발견한 인생의 큰 진실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관중석에 앉아 있는 것도 그것도 하나의 (나름의) 삶이지만,

 경기장 안에서 직접 뛰어 들어가며, 땀을 흘리는 모습 역시, 귀중한 하나의 삶이다.

 

 나는 다시 경기장 안으로 뛰어 들어가볼래.

 누가 뭐라고 하든, 내 인생 내가 경기장 안에서 넘어지고 깨지고 울어본다는데 뭐!

 

 배철수 아저씨는 자신이 국가에서 운영하는 대학교를 다녀서,

 그 빚을 사회에서 사람들에게 음악으로 위로를 전하는 것으로 갚을 수 있다는 사실에 울컥하셨다.

 

 친구는 나보고 놀려댔다. 전액장학금으로 4년씩이나 대학을 다니고, 그 돈 다 어떡할꺼냐고 했다.

 나는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못 갚을 꺼 같다. 국가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기에도...

 어느덧 나이가 많이 와버린 게 좀 쓰라린다.

 

 결국 괴테의 통찰이 옳았는지도 모른다. 가만히 있는 삶은,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뒤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이제 조금은 앞을 향해서 큰 걸음 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걸음만, 그래도 오늘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용기를 얻는다.

 

 그 여학생처럼, 나도 마음의 단장을 마치고,

 나의 오랜 꿈 앞에 이제 좀 더 진지하게 선다.

 

 힘껏 돈 벌고,

 좋은 책 읽고, 신나게 게임도 하고,

 외국어와 어느덧 가까워져 가는,

 

 그런 반짝이는 평범한 하루가...

 나를 사랑하는, 그 하루가...

 오늘이라는 것. 진짜로 원했던 것을 시도하기에는 오늘만큼 좋은 날은 절대 없을 것이다!

 

 - 2025. 08. 02. 아티스트웨이를 읽으며. 모닝페이지 첫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