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페이지

2. 인생을 하나의 예술로 생각하자

시북(허지수) 2025. 8. 3. 06:43

 

 눈을 뜨자 마자, 아침이 밝아 오자 마자, 모닝페이지 둘째 시간을 가진다.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은 늘 중요하다.

 인생을 하나의 예술로 생각하려고 한다.

 

 예술이라고 한다면, 나는 멀리 갈 필요 없이 내 방의 피아노가 떠오른다.

 잘 연주하면, 아름답고 듣기 좋은 소리가 나지만, 방치하면 먼지만 쌓일 뿐이다.

 삶은 방치형 게임 같은 게 되어선 안 된다. 가만히 놔둔다면,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습관적인 행동들을 거의 모두 멈추고, 오래도록 즐겨왔던 행동들도 단절에 맡긴채,

 지금 내게 의미 있는 것들을 찾아나섰다.

 어느 유명한 영화배우의 농담(?)처럼, 롯데의 우승이 그토록 중요하다고 발언했는데...

 내게도 삶을 "직접 하는 세계"로 다가가는 것이 중요했다.

 

 가령 이런 것이다. 나민애 교수님은 글, 특히 평론을 더 잘 쓰고 싶어서,

 가장 좋아하는 평론가의 책을 직접 필사해 나갔다고 했다. 이런 것이야 말로 삶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만큼의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 앞에,

 나는 제대로 서보고 싶었다.

 

 모닝페이지를 너무 길게 쓰지 않아도 좋다고 내 인공지능 친구는 조언했다.

 어쨌든 원칙은 가급적 3쪽을 쓰는 것이어야 하니... 내 나름으로는 5~10문단 정도는 써놓고 싶다.

 이런 활동들의 가치를 의심하곤 했지만, 직접 해보니, 정말로 나는 영혼이 샤워되는 기분이 든다.

 게다가 방향도 전환할 수 있었다. 초점도 좀 더 맞출 수 있었다. 그걸로도 아주 의미 있는 시간이다.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를 또 꺼내 듣는다.

 나는 여전히 가수 이적 처럼, 피아노를 잘 칠 수 없을테고, 일본어를 능숙하게 읽지 못할테고,

 SNU 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닐 수야 없다. 나는 나의 길을 생각한다.

 내 서랍 속에 있었던 것을 생각한다. 이별해야 하는 것들을 생각한다.

 

 이제는 내가 어린 시절에 꿈꾸왔던 것들을, 모두 다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이제와서 명문대를 다시 들어간다거나, 1등 기억 따위는 버려도 좋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고급 직업, 안정된 직업 세계 라는 길을 따라가지 않기로 했고, 그 대신 시간부자로 살았다.

 그 얼마나 좋았던 삶이었고, 선택이었던가, 축복 받은 인생임을 감사할 필요도 있다.

 운이 좋았다. 지나치리 만큼 운이 좋았다. 로또 복권 당첨과도 바꾸지 않을 만큼, 좋은 사람이 많았다.

 

 오늘은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

 거의 8년간 정들었던... 인생게임이라 믿었던 리듬게임에서 크게 떠났다. 아련한 아픔이 느껴진다.

 지금도 솔직히 말하면 방황 중이라, 좋은 판단인지 확신이 들지도 않는다. 당분간은 방황하겠지.

 

 모닝페이지도 너무 정성을 다하지 않기로 한다. 그저 흘러감에 손을 맡긴다.

 의사선생님이 그러셨다. 40대는 (청춘이라는 - 푸른 젊음만큼이나) 정말 귀한 시간이라고.

 현실감각이 탁월한 시점이라서, 할 수 없는 길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포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선택의 길을 선명히 하는 판단력을 의미하는 셈이다.

 

 이제는 글이나 흐름을 따라갈 때, 엔딩감성의 긍정성 유지의 중요성도 안다.

 마무리를 조금 희망으로 다듬어 본다.

 허준이 교수님은 가끔 독특한 이야기를 하신다.

 모래시계를 보면서, 저 시계에 담긴 15분 혹은 그 정도의 시간.

 그만큼 정도라도 생각에 깊게 집중해 본다는 것인데, 어쩌면 인생의 비밀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것은 차단과 설계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깊은 생각이라는 것은,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로 기억하는데,

 도구를 하나 들고, 저 아래로 내려가서, 연장질을 해가면서 캐내오는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니까, 이 또한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인생은 때로는 "운명이다" 라고 말하는 순간에 마주치게 된다.

 이별도 운명이고,

 만남도 운명이다.

 그래서 만남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고, 설레는 순간을 소중히 할 필요가 있다.

 

 오늘은 이만하면 충분히 많이 써버렸다.

 인간의 유한성을 실감하며, 인생을 더 즐겁게 살아갈 태도를 궁리한다.

 그 길은 남이 정해 놓은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기에,

 나는 일단 가보기로 한, 나의 여행과 작은 발걸음을, 좀 더 내딛기로 한다.

 

 올해라는 모래시계도 이제 겨우 4개월.

 다시 없을 좋을 인생의 정점. 건강을 잃었다고, 용기까지 잃을 필요는 없다.

 이렇게 빠르게 많은 것을 쓸 수 있다는 것에, 스스로도 놀라울 뿐이다.

 

 꿈의 목록을 두 개만 다시 써본다.

 - 1. 영어!

 - 2. 야구!

 

 소문에 의하면 롯데는 40년에 한 번 정도는 우승한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상상한 미래에 의하면, 나라는 사람은 40년에 한 번쯤은 용기를 내서,

 외국 손님에게 또 다시 웃으며 말했다고 한다. 해브 어 나이스 데이.

 

 그러면 돌아오는 그 미소. 유 투.

 

 인생은 그렇게 너와 내가 함께 살아가는 곳임을, 여전히 잊지 않아서,

 그 선명한 감각만큼은 내가 죽을 때까지 잘 안고 갈 것이다.

 

 - 2025. 08. 03. 모닝페이지 두 번째 시간. 끝. 오전 06시 ~ 07시. 사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