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페이지

4. 부름(콜링)은 뜻밖에 오기도 한다

시북(허지수) 2025. 8. 5. 04:20

 

 지수씨. 하고 싶은 거 해요.

 그리고, 기왕 공부 하기로 한 거 계속 가 봐요.

 영어든, 일본어든, 중국어든, (뭐 혹은 스페인어) 등...

 

 학교 반에는 정말로 한국어 포함 5개 국어 능력자가 계신다.

 공부도 당연히 1등을 다툴 만큼, 가장 잘 하시고, 적극적이시다.

 항상 교수님이 잘 보이는 앞자리를 선호하시고, 대인관계력도 너무 훌륭하시다.

 나는 나의 열등감을 쓰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어떤 롤모델을 남겨보려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것은,

 어제의 기적 같은 이야기였다.

 나는 근무 휴일을 맞아서, 산책에 나섰다. 날은 흐렸고, 비까지 오던 날이었다.

 첫 번째 장소에서 일터의 사장님은 웃으며 맞이해 주셨다.

 식사를 챙겨주셨고, 커피를 사 마셨다.

 

 인상적인 말이 있다면,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컨트롤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사람을 컨트롤 한다는 것은 인간의 불가능한 영역에 가까웠다.

 나는 지금 가스라이팅이나, 무슨 길들이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통제와 지시, 훈련, 그리고 일이 돌아가게 만든다는 게 결코 간단한 영역은 아니다.

 나도 지금 동호회 경영 앞에 서 있기 때문에, 그 점을 배워야 한다.

 

 어쩌면 그래서 성경에 잠언인가 시편 어딘가 즈음에.

 너의 행사 혹은 경영을 주님께 맡기면, 그가 이루실 것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인간은 한계와 제한이 있기에, "절대적 선"이라는 영역에 머무를 수가 없다.

 오히려 인간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갈등하고 방황하다가, 불완전하지만

 그럼에도 선을 선택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오늘은 11시간이 조금 더 넘는 근무일정이 짜여져 있기 때문에, 시간을 무척 아껴야 한다.

 모닝페이지를 평소보다 더 빠른 속도로 20~30분안에 장문을 흘려보내는 중이다.

 게임매장에 어제 놀러가서 5시간이 넘는 시간을 함께 놀았다.

 여사장님 (이모님) 은 꽤 나를 어여삐 챙겨주셨다.

 

 당신께서 직접 만드신 견과쿠키를 2개나 건네고, 도넛을 건네고,

 민생쿠폰으로 커피까지 사주셨다.

 나도 질 수 없지! 레어한 명작중고게임을 일단 질러보았다.

 하지만, 그보다 인상 깊었던 것이 대화였던 것이다.

 

 하나. 돈 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라.

 둘. 공부라는 세계는, 끝이 있을 리 없다. 계속 가보라.

 셋. 미래라는 것은 알 수 없다. 우리 긍정적으로 살아보자.

 

 나는 지금 석사, 박사를 밟기에는 돈이 없고, 시간도 제한적이다.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 가능한 코스는 다른 나라의 말을 훨씬 더 공부해서,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고, 공인된 점수를 획득하는 정도는 현실적으로 닿을 순 있겠다.

 이 또한 시간이 몹시 걸리는 일이며, 약간 뭐랄까, 피아노 숙달 같은 노력의 영역이다.

 

 나는 고스란히 어떤 한 사람의 인생관, 세계관을 그대로 훔쳐온 것이었다.

 게임 파이널판타지6의 핵심 캐릭터 록 처럼, 훔치기를 시도해 크게 성공한 것이었다.

 아주 값진 것을 얻어온 순간이었다.

 

 너 동료가 돼라. 그렇게 해서 동료가 되었다는 게 어느 만화의 모토고.

 너 물리학자가 돼라. 그렇게 해서 서울대를 나오고, 카이스트 물리학자가 되었다는 것이 어느 교수님이 셨고,

 너 즐거이 살라. 그렇게 소명이 다시 들렸던 것이, 어제의 내 풍경이었다.

 

 이제 요약하고, 정리한다면,

 항상 기쁘게. 라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내 청춘의 비전이었고, 나는 그 꿈을 현실의 폭풍우를 직격으로 맞으며,

 떨어뜨리고 분실하고 말았다.

 그리고, 십여년, 이십여년, 광야의 시간을 거치고, 내가 아무 것도 아닌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나서야.

 비로소 다시 기쁨의 세계로 인도 받는다.

 

 베토벤도 그랬을까. 그래서 웰니스 병원에 있던 그 표지. 혹은 나의 카톡 지난날 카톡 프사의 표지처럼

 고난을 헤치고 환희로. 고통을 넘어서 기쁨으로. 그렇게 좌우명을 삼고 살아갔던 것일까.

 거의 손이 안 보이는 타자기를 입력하는 느낌으로, 기계식 타자기를 두드려왔다.

 삶을 기쁘게 살려면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솔직한 것이 그 힌트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솔직할 것,

 

 오늘의 나는 응답을 요구받고 있다.

 같이 달콤한 인생이라는 춤을 춰볼래? 라는 질문 앞에 서 있다.

 같이 피겨 선수 같은 예술을 살아볼래? 라는 질문 앞에 서 있다.

 

 엉덩방아를 만 번쯤 찍어서, 금메달을 딸 만큼, 높은 곳에 올라가 보겠다는 건 아니다.

 목표부터 세워야, 갈 길부터 찍고 네비처럼 움직여야 - 도달하게 된다는 것을, 나는 믿지 않는다.

 내가 생각한 근사한 삶이란, 일단 경기장 안으로 뛰어들어 버리는 것이다.

 질러버리는 것이다. 종교적 표현을 붙인다면, 운전대를 주님께 한 번 의지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어디론가 나는 도착해 있기 마련이다.

 

 이것은 무기력이나 의존을 말하는 것이 아니며, 더 적극적인 태도를 말한다.

 너 솔직히 말해봐, 뭐 하고 싶니.

 소원을 말해봐! 들어줄테니, 액셀 풀로 밟아서 데려가 줄테니,

 너 그 각오만큼, 오늘 하루만 살아보자.

 

 그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콜링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10년 뒤에 나는,

 그러니까 2035년에 나는, 정말로 플레이스테이션 6 정도를 즐기고 있었으면 한다.

 

 오늘은 일하는 곳에, 그 착하고 예쁜 학생들이 올까.

 사놓은 책을 선물할 수 있을까. 그 마음이 닿으면, 그 아이는 여전히 또 기뻐할까.

 

 노력하는 인생은,

 그리고 솔직한 인생은,

 마지막으로 한 번 뿐인 인생은, 짧고 빨리 흘러가버리는 인생은,

 

 그토록 귀한 것인데...

 나는 미안하지만, 속상한 과거에 문을 좀 닫아버리겠다.

 진짜로 가지고 싶은 것을 가져야 겠다.

 

 자우림의 표현을 빌려.

 용감하게.

 그리고.

 씩씩하게.

 

 반짝여라 내 눈동자여. 오늘도 근무시간을, 밝은 미소, 근사한 목소리와 함께 잘 버텨다오!

 

- 모닝페이지 4번째 시간 03시 30분 ~ 04시 10분 근무도 중요하지만, 이것도 중요하다는 마음에

다다닥 신나게 씀. 어쩐일인지, 꽤 장문인데도 피로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새벽에.

- 2025. 08.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