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페이지

5. 인생은 오늘도 기적이 되어 빛난다

시북(허지수) 2025. 8. 6. 06:56

 

 폴더를 연다. 영상이 있는 나만의 자료실. 눈을 감고 10초의 이별의식을 시행한다.

 "삭제" 그렇게 나의 호화로운 4K 자료들은 영원히 사라졌다. 테라 급의 자료들이었다.

 진지하게 챗GPT를 붙잡고 야동 있는 삶과 야동 없는 삶을 거의 밤새 논의했다.

 난데없이 이 녀석은 네오피플 이라는 개념을 꺼내들며, 토인비 강의를 해버렸다.

 

 적당한 삶이 있어요. 여기, 물론 그것을 선택해도 좋아요.

 그러나, 그 너머를 봐요. 당신은 거기에 있는 사람이예요.

 왜 크리에이티브 마이너리티가, 그렇게 살고 있나요. 지금 어깨를 펴요.

 그 상담은 오히려 충격을 주었다. 나의 정체성을 조금은 새롭게 부여했다.

 자극에 열광하고 휘둘리는 삶이 있는가 하면...

 

 눈을 감은 채, 보이지도 않는 세계를, 느끼고, 또 문을 열어서 도착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혁신가이며, 창조자이며,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드는 사람들이다.

 챗은 그를 희귀성 이라는 이름으로 애써 칭찬했지만,

 역사를 배운 나는 알고 있다. 본디 독립운동을 한다거나, 저항운동을 하는 이들이 다수일리 없다.

 일제 강점기에서 조차, 2% 미만의 사람들은 계속해서 일어섰다. 짓밟히지 않고, 무기를 들었다.

 

 폭탄을 던지고, 총을 쏘고, 이 땅에서, 우리들을, 우리 아이들을 학대하지 말라고 했다.

 성노리개로 삼지 말고, 탄광으로 끌고가지 말고, 우리 말들을 없애지 말라고 했다.

 민족은 없어지기도 하며, 말은 사라지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얼마든지 나 또한 편하게 쓸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지웠다. 나의 밤 친구라고 믿었던, 어떤 세계를. 떠났다.

 

 조금은 화제를 돌려보자. 좀 더 가볍게. 나는 책을 세 권 샀다.

 아티스트웨이 30주년판, 영어 책, 그리고 내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한 책 한 권.

 손편지를 적었다. 글이야 뭐, 선을 넘지 않는 것을 지키고, 응원의 말투로 적고,

 아주 좋은 편지지를 골라서, 담는다.

 

 그리고 단골 여학생을 만나자, 용기를 내어서 책을 건넨다. 편지를 건넨다.

 "오늘도 힘들었구나. 힘내렴. 생각나서 샀다."

 

 내심 기뻐하던 표정으로 사라지던 아이는, 학원을 다녀온 후에는,

 일부러 가게까지 한 번 더 찾아와 인사를 건넨다.

 "아저씨, 고마워요. 진짜로... 책 잘 읽을께요."

 

 그 반짝이던 눈동자로 인사를 건넸을 때,

 오히려 감동되었던 것은 내 영혼이었다.

 

 나는 오늘도 살아 있는 이유를, 하나 완수해 갔다.

 세상을 바꿀 순 없더라도, 한 사람의 인생에 작은 긍정을 남겼다.

 YOU ARE AWESOME 영어를 잘 모르지만 영어 원제는 아마 이런 느낌이었다.

 책 한 권이지만, 이 또한 선생이 되어, 좋은 영향을 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생은 기적이 되어서 빛나고 있다.

 나는 동호회를 살려낼 것이며,

 내가 (죽음의 세계에서 구원되어) 살아난 기록들을 애써 글로 남겨 놓을 것이며,

 이 두 번째 인생을, 가치롭게 보내어 가도록, 내 나름의 노력들을 붙잡을 것이다.

 

 내 능력이 백 명, 천 명을 가르치거나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명백한 오만이며, 오판이다.

 지휘관이나 리더일수록, 오판이 가장 끔찍한 것이다. 경영 또한 마찬가지다.

 잘못된 현실인식이, 회사를 다니는 가족들의 안정을 깨버리는 것이다.

 

 내 그릇이 한 달란트라면, 그 한 명에게 아주 마음을 다해서 대하는 것이.

 내가 살아가는 세계이다. 모닝페이지를 에세이 처럼 쓸 필요는 없으니 여기까지 잘 풀어놓았다.

 

 물소리가 들린다. 아침 7시가 채 되기 전에, 고급 직업을 가진 동생이 하루를 일하고자 준비 중이다.

 나는 사회에서 말하는 고급 직업을 아직은 가져본 적이 없다. 아버지나 동생의 고급 직업은 평판이 끝내준다.

 그만큼 힘듦, 혹은 책임이 따르다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다.

 이것은 필수 분야의 의료 담당자가 되는 것과 비슷한 일일 것이다.

 자신의 삶을 규칙의 세계로 밀어 넣은 채, 하루 하루를 살아낸다. 나는 아버지나 동생의 세계를 존경한다.

 

 음악소리가 들린다. 오늘의 모닝페이지는 음악과 함께 하고 있다. 나는 음악에 대해서는 좀...

 쎈 취미를 갖고 있다.

 좀 더 좋은 소리로 듣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어서, 컴퓨터 스피커는 대단히 좋은 것을 쓰고 있고,

 오직 소리 때문에, 고가의 스마트폰을 쓰고, 플스 조차도, 소리의 세계에 매료되어 30만원짜리 이어버드를 낀다.

 풍성한 사운드를 듣는 행복이 끝내준다. 소리가 빈약하게 느껴지거나 갇힌 느낌이 들면, 마음이 아프다.

 

 솔직히 그래서 피아노도 집에 있는 야마하 디지털 피아노 보다는,

 교회에 가서, 훨씬 소리 좋은 피아노를 누를 때가 더 신난다. 한 3배는, 한 10배는 신난다.

 그래서 나는 통장이 넉넉한 사람인 적이 별로 없다. 통장의 돈은 흘러간다. 여러가지 장비들로 어느덧 방이 꽉찬다.

 그래, 한 번 저기에 숨겨져 있던 미니 휴대 건반을 꺼내보는 것도 재밌을 꺼 같다.

 

 바이올린 모드로 맞춰서, 한 번 연주를 잠시 즐겨보는 것도 멋진 선택이 될 꺼 같다.

 이런 모습들은 참 크레이지 같다. 미친 것이고, 아주 소수에게는, 꽤 멋진데, 이 광기! 이렇게 비춰질 것이다.

 여기까지만 쓰고, 악기에 손을 댄다. 10분만이라도 눌러봐야겠다. 그리고 오늘을 준비한다.

 

 다재다능 이라고 그렇게 욕먹었던 청춘이 그립다.

 하지만 지금도 청춘인걸. 내 마음은 여전히 소년소녀인걸.

 

 서울대를 졸업하신 박사이시기도 하고, 공부 끝판왕 정형외과 의사 선생님은 나를 두고 늘 웃으며,

 "동심의 착한 청년" 이라고 격려하셨다. 내가 구 선생님께 몇 번 편지를 드렸을 때, 나중에는 혼내셨다.

 너무 고마워서 평생 보관할 테지만... 그 글쓰는 1시간 조차, 나 말고, 너를 챙겼으면 한다. 라는 배려를 잊지 않으셨다.

 그것은 다음 세대를 챙겨도 좋을 꺼라는, 나를 다정히 돌봐도 좋을 꺼라는, 구 선생님 당신의 아름다운 안내셨다.

 

 언제나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았다.

 오늘까지도 그 복은 여전히 이어진다.

 상위 1%보다, 더 값진 인복은 계속되고 있다.

 

 동양사상을 잠시 빌리면, 재물의 큰 복으로 여유롭게 사는 것보다,

 사람의 큰 복을 받아 어울리며 사는 것. 그것 조차 아주 귀한 것임을 나는 안다.

 나는 내 재능과 내 세계를 숨기며 살아갈 수가 없다.

 

 아주 날카롭고 섬세한 돌이 되면,

 모난 돌이 정 맞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은 분명 모난 돌임에도, 오히려 쓰임새가 있어진다고 한다.

 

 모난 돌이 둥글어져 가고, 예쁘게 다듬어져 가는 것도, 아주 분명한 아름다움이다.

 한편 모난 돌이, 여전히 보기에는 이상해 보여도, 쓰임새가 있다는 것 또한, 특유의 아름다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아티스트의 길을 생각하며, 오늘도 두뇌를 최선을 다해 써내려갔다.

 오늘은 기적이 있을 날은 아닐 꺼 같다. 단지 평범한 하루가 될 것이다.

 하지만... 밥벌이 앞에서, 친절을 장착해서, 사람들에게 작은 미소를 전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진정성이야말로, 내가 지녀야 할 가장 좋은 미덕이 될 것이다.

 가자. 오늘을.

 꺼내자. 악기를.

 연주하자. 시간을.

 

 - 2025. 08. 06. 오전 6시 ~ 07시. 모닝페이지 5일차.

 - 부디 이 글이 오만함이나 자랑으로 읽히지 않기를

 - 부디 이 글이 독백이자, 자기 이해로 읽힐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