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꽤나 긴 하루였다.
일터에서 5시간 가까이 월급 루팡을 허락 받았다.
게임 슈퍼로봇대전 식으로 표현하자면, 보너스 스테이지에 가까웠다.
책을 펴고, 생각에도 잠겨보고, 또 어떤 논의를 챗과 함께 발전도 시켜본다.
가령 리더십에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비범한 능력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이끄는 것 못지 않게,
평범한 사람 한 사람의 입장을 헤아릴 줄 아는 배려심이 클 것이다.
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지식을 전달하는 것 역시 중요하겠지만,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감을 가지고, 삶을 사랑하도록 이끄는 것 또한 교육일 것이다.
오늘도 단골 여학생 한 명이 찾아왔다. 원래 가게라는 것이 단골들이 꽤 있다.
용기를 좀 내 봤다. 미소를 건넨다.
"요즈음에는 이런 말 하면 안 된다지만, 항상 예뻐요!"
이런 말을 건넬 때는, 언제나 태도, 정중함이 가장 중요하다.
그 아이의 표정은 한없이 깨끗하게 맑아지며, 웃으며 말한다.
"고맙습니다. 헤헤..."
외모를 평가한다거나, 나의 시선으로 던지는 말이 아니라,
그 사람의 존재 그 자체를 예뻐함으로써,
그 아이가 삶을 사랑의 태도로 바라볼 수 있게 했다면,
이조차 욕심이며, 그 아이가 삶을, 각도 단 1도 정도라도, 밝게 생각하게 되었다면,
나의 소명 또한 오늘 하루 이룬 것이다.
그리고 그 단골 아이는 언젠가 또 찾아오겠지!
나는 이번에는 거리를 두며 가볍게 웃겠지! 응원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지켜야 할 거리, 침범하지 말아야 할 바운더리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10대 아이들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것이 교육학개론 수업을 실제로 들어야 했던, 내 생각이다. 물론 나 A+ 받았다. 깨알 정보다.
사람들을 예뻐한다는 것은 아주 정중한 영역이다.
그것은 사랑의 영역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며, 시대를 역행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다시 리더십 영역으로 들어간다면, 나는 이끌기를 포기함으로써,
오히려 평범한 삶의 빛나는 모습들을 소중히 여길 수 있었던 것이다.
챗은 현대 최신 리더십 이론과 기법들을 소개하려 했지만 나는 거절한다.
리더십은 진정성, 말하자면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며, 이론이 아니라 행동의 영역이다.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가며 긴 시간 근무를 마쳐간다. 게다가 사피엔스까지 읽고 사유한다.
나는 너무 정신에너지를 많이 소모한 날이다. 그런데 왠걸 선물이 찾아온 것이다.
사람. 사람의 반가움이 얼마나 큰 지 모른다.
동호회 카페에서 빛나는천왕성, 만화광님을 만났을 때, 그런 느낌과 비슷한데.
물류센터의 어느 아저씨를 정말 오랜만에 몇 달 만에 마주한 것이다.
(물류센터 아저씨는 가끔 다른 분이 오실 때가 있다)
우리는 서로를 알아보고, 그 반가움에 어쩔 줄 몰라한다.
나는 다가가 아저씨를 가볍게 포옹한다.
"어쩜 이렇게 반가워요!"
"지수야! 우리가 서로 본지가 벌써 몇 년이고! 넌 근데, 애 같더니, 어느덧 좀 늙었구나!"
"네? 하하하하, 그죠. 또 언젠가 만나요!"
나 또한 존재를 칭찬 받는 경험이었다. 내가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을, 인정 받아간다.
옛말처럼, 사람을 하나 만드는데 온 마을과 많은 어른들이 필요하듯,
나 또한 사람이 되어가는데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다.
상처도 입어가고, 이렇게 누군가를 안아보기도 하고,
긴 고민 끝에 배려심의 중요성을 아주 느리게 체화해 가고,
그래서 삶을 좀 더 곧게 만들어 가는 것에는, 이른바 "어른"이 되어가는 것에는
왕도나 지름길이 없다.
고민과 부딪힘. 슬픔과 깨짐. 그 속에서 헤엄치고, 힘겨워 하다가,
어느덧 세월이 흘러가 있었음을 눈치채어, "조금 늙었구나"를 알게 된 것이다.
그것은 아저씨의 솔직한 표현이었다. 20대 알바생의 모습이 아니라, 어느덧
30대 40대 경영주 처럼, 행동하고, 또 즐거워하는 모습에, 물류 아저씨는 늘 나를 아꼈다.
(실제로 많은 단골 손님들께서는, 나를 사장님으로 대하는 분이 꽤 많다... 이런!)
그것 또한 언제나처럼 말한다면 나의 특별한 인복들이다.
하루를 사는데, 누군가를, 살짝 안아볼 수 있었다면, 그 또한 미라클한 마무리가 아닐까 싶었다.
AI가 챗GPT가 버전 10.0 까지 올라간다고 해도, 닿을 수 없는 영역이 바로, 그 지점이라는 것이.
너무 명백하고 간단하지 않은가. 초AI 하이퍼AI 울트라AI 무슨 그런 세계가 와도,
인간은 인간에 의해서 감동받는 그 깊이감을 결코 헤아릴 수 없다.
이른 아침에 깨어,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는 무관심과 사랑 없는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세상을 흑백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상상한다.
훨씬 입체적이고 다채롭다는 것을 알게 하려면,
그 한 복판에는, "배려심"이 위치해야 한다고 정리한다.
한 번 만 더 배려하고 말하는 것,
한 번 만 더 생각해보고 말하는 것,
사람들의 모든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확률적으로 피곤한 손님은 늘 있기 마련이라서...)
아무튼, 내가 사랑한 세계를 아주 값지게 여기며,
그것만이 내 세상임을 인정하며, 가꿔가는 것이 아닐까.
오늘은 하프타임 (6시간) 근무이고, 이제 신나는 5일간의 두 번째 휴가지령이 내려온다.
목요일에 만나는 기적은 무엇일까.
평범한 날의 소박한 결실.
워즈워스의 시구로 기억하고 있다.
평범한 하루겠지만, 소박한 실천으로,
남에게 미소를 건넬 수 있다면,
그것이 촛불 하나 켠 인생이다.
어두운 곳에서는 그 작은 촛불로도, 약간은 환한 곳이 될 것이다.
그렇게 촛불을 들고, 깃발을 들고, 나는 선지자처럼 외쳐간다.
"사랑하세요!", "당신은 예뻐요!"
말이 아닌 태도로.
인생에는 그런 길이 있다는 것을.
모든 작은 일에는 최선을 다했을 때의 경지가 있다는 것을.
삶은 선물이다.
인생은 여행이다.
그 선물과 여행을. 누군가와 함께라면, 100배 쯤은 더 소중해질 것이다.
오늘도. 그런 날이기를 기도해본다.
- 2025. 08. 07. 모닝페이지 6번째 글. 오전 04~05시.
- 슈퍼로봇대전월드 동호회 리더. 시북 (허지수). 어느덧 스물 하나에서, 20년이 더 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