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원.
아마 내가 가진 재산의 전부일 것이다.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필요한 것 외에는 전부 다 꿈에 걸어버렸다.
제자와 함께 신나게
레이싱 휠을 돌리고
테니스를 휘두른다
밤이 깊도록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논다
우리는 어른이 된 것이 맞는 걸까
영원히 철이 들지 않는구나
새벽 4시
사실은 모닝페이지를 쓰기 보다는 누워서 자고 싶다
하지만 아버지는 편찮으시고, 병원에는 가야 한다
조금은 하나님께 서운하고, 사실은 부모님께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늘 의사 선생님들께 배운 지혜에 기대어본다.
할 수 있는데까지만 하세요 지수씨
자신의 인생을 사세요 지수씨
나는 장남으로써, 책임을 다하고자 했고,
내 시간, 내 재산, 내 열정, 내 청춘을 부모님께 다 드렸다.
그 순간, 그 순간들을 영원히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늙고, 병이 들어 계신 아버지.
얼마 전에는 온 바닥에 똥이 줄줄줄.
동생은 눈물을 속으로 흘려가며 일일이 다 뒷처리를 했을 것이다.
사람은 다 비슷비슷하다. 그런 상황을 겪어보면, 미소가 사치로 느껴진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간다
가끔은 행복의 시간도 찾아오므로
작은 기쁨으로 거대한 어려움과 슬픔들을 견딘다
게임매장의 이모님은 애써 어려운 이야기들을 해주셨다
첫째, 부모님.
첫째, 시간관리. (피아노, 운전)
첫째, 사랑
나에게는 어려운 질문들이다.
아픈 부모님을 계속해서 사랑하며,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지 않으며,
사랑하는 이들을 챙겨가면서 산다는 것은,
꽤나 어깨가 무겁게 느껴진다.
윤대현 선생님께 배운 비법을 외친다.
"나는 손흥민이다~~~"
지쳤을 때는, 크게 한 숨도 쉬어보고, 에너지를 다시 채운다.
또한 이와타 선생이라면 이렇게 응원했을 것이다.
"나는 마리오다~~~"
점프, 대쉬, 점프, 대쉬! 앞을 향해서, 저물어 가는 시간 앞에서도, 즐겁게!
그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긍정성을 잃지 않고
하루에 감사를 놓치지 않는 것
나는 이것이야말로 정주영 회장님이 알려주셨던 소중한 지혜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내 인생 10년, 20년 즈음 갈아넣는다고 해도, 뭐 어떠리.
이제는 마흔에 대학을 갈테고, 혹여 마흔 중반에 대학원에 간다해도 뭐 어떠리.
정직하게 노력했다면,
하나님께서 살피시사, 응원해 주실 것이다.
"얘야, 그 눈물들, 그 속상함들, 그 깊은 가시들
오히려 너를 반짝이게 만들어 줄테니, 힘을 내렴."
그래서 나는 노래한다.
어제의 한숨이 변하여, 오늘의 노래가 되기를 찬송한다.
가진 건 천 원.
일용할 양식을 달라고 기도부터 한다.
그래도 좋지 아니한가
어릴 적 꿈꿔왔던 꿈을 이루었고
같이 놀 제자들과 벗이 있고,
공간까지 허락받았으니.
내 의견을 말하자면,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뭐 인생이 끝나버린다 해도,
이제 아무 미련은 없지만,
그럼에도 부모님이 낳아주셨으니,
국가에 전액장학금이라는, 마음의 빚도 지고 있으니,
기왕이면,
좋은 삶으로 나머지 날들을 웃어가자
고마워 사랑하는 수제자 L군, 너의 총명함에 쌤도 기쁘단다.
우리 함께 가자.
우리 함께 웃자.
깊게 생각도 하며, 혹시 모르잖아.
세상은 그렇게 조금씩 바뀌어 가는 건지도 몰라.
우리가 실수도 하며, 어리석은 일을 할 때 있으나,
우리가 또한 재밌게 살아가면,
그것으로도 세상이 밝아질지도 몰라.
홍종일 목사님은 오래 전, 말씀하셨지.
"목사님 왜 쓰레기를 굳이 줍고 그러세요? 누가 어차피 할텐데요!"
"어허! 지수야, 대접을 받기를 좋아하다가, 사람은 말야..."
지혜로운 사람들은 이 이야기가 닿기를 바라본다.
인생은 누군가를 따스하게 대접하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편안하게 대접받으며 살다가는 오만함이 결코 아니라,
불편해도, 그 사람의 입장에 서 볼 줄 아는 작은 배려심이야말로,
빛나는 기독교 정신이라 생각한다.
부디 예수님이 나의 많은 잘못들 앞에서도,
변호사가 되어주셔서, 방패가 되어주셔서,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방에 편지지를 넣는다. 새로 산, 태블릿도 넣는다.
그리고 마음에 미소를 넣는다. 다시 긍정을 소중히 넣는다.
넌 왜 미쳤니? 넌 왜 힘든데 웃고 있니?
나는 말하고 노래할 것이다.
뭐 어때! 불평한다고 뭐가 해결되는데!
인생은 오늘도 아름다움만이 펼쳐진다.
힘을 낸다.
멋진 의사선생님을 만나, 치료를 받기 위해
새벽부터 마음을 서두른다.
몸이 이제 제법 불편한 아버님도,
아마도 오늘 만큼은... 잠시 기뻐하셨으면 좋겠다.
- 2025. 09. 02. 허지수 (시북)
- 부산 늘봄내과 박 원장님께 언제나 감사를 표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