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

못 배운 과학자와 그를 존경하는 나

시북(허지수) 2025. 9. 21. 21:25

 

 아마 이 프로필을 처음 읽는 분이 계실 것 같으니,

 굳이 말씀드리자면,

 저는 중학교 중퇴생 입니다.

 

 

 네?

 한 마디로, 못 배운 사람 입니다.

 

 운 좋게도, 금정 야학에서,

 부산대학교 선생님들 (특히 사범대학) 의 도움 덕분으로,

 검정고시 과정을 늦은 나이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도 못 배운 사람이었으므로,

 대학은 포기한 채, 그저 가방에 책을 넣어 다니며,

 제 1 취미를 독서로 삼았습니다.

 

 산다는 것은 너무 알 수 없는 일이다보니,

 나이를 제법 먹어서, 정규 대학 과정을 전액 장학생으로 다니게 되었고,

 말도 안 되게 높은 꿈이었던, 부산대학교 대학원 입학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2025년은 특별한 한 해로 기억됩니다.

 05.15. 에 사랑하는 제자의 연락을 받았고,

 이번 09 월에 사랑하는 또 다른 제자는 결혼을 하고,

 놀랍게도 최근에는 늘 그립던 은사님과 연락이 닿는 기적까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중학교 친구들과, 어울리는 기쁨을 누린 것입니다.

 아이들의 권유로 시작한 인스타그램은 20일도 채 되지 않아서,

 방금 방문이 30,000+ 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놀이 문화, 소통 문화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자랑을 보태) 조금은 뿌듯합니다.

 

 그 중에서도 정말 대단히 아끼는 친구들이 몇 명 정도 있습니다.

 1015 라는 친구가 어느 늦은 밤, 과학이 어렵다고 연락이 왔을 때,

 저는 깊은 생각 끝에, 한 가지 영상이 떠올랐습니다.

 

 " 마이클 패러데이 " 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찾아보았을 때, 이 영상은 다시 복원되어 있었기에, 대단히 신나기도 했습니다.

 은사님은 명랑하고 쾌활하신데,

 뭐 어때 지수야, 통합 과학 공부 한 번 해보라며, 괜히 등을 떠밀어 버립니다.

 정작 본인은 통합 사회 계열 베테랑 교사 시면서 말이죠.

 

 저 같이 병약한 중학교 1-2학년 중퇴생이 - 재밌는 사람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

 놀랍게도, 우연히 만난 좋은 책이었습니다.

 겨우 읽고, 겨우 쓰는... 나.

 귀를 기울이고서야 들리는... 나.

 무슨 말인지 한참 생각하고 나서야, 뒤늦게 의미를 눈치채는 둔재인 나.

 

 엄격한 아버지께서 비로소, 조금은 미소 지으셨습니다.

 당신의 자식이, 조금은 마음에 들었는지, 흥에 겨워 소주 한 잔을 하시던 날입니다.

 저 또한 기독교인의 제 1 원칙인, 부모님을 사랑하는 것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어머니는 약 10년의 긴 간병 끝에 먼저 떠나보냈지만, 그래서 후회 없어 좋았고...

 아버지를 모시는 주어진 시간 또한, 이 역시 후회 없이 좋으리라, 다짐을 해봅니다.

 

 글을 계속 쓸 것인가에 대해서도,

 주변에서 권해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많다보니, 중단 없이 계속 이어서 쓰게 됩니다.

 (특히 글을 읽어주던 0127 친구의 다정한 모습이 무척이나 그립습니다.)

 

 통합 과학 공부를 이왕 시작해 버렸으니, 조금은 힘차게 달려야 겠습니다.

 1015 친구에게, 괜찮아, 나도 어렵네~ 라고 말해야 하니까, 좀 더 전달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

 

 못 배운 인생은, 오늘도 행복하게 잠이 듭니다.

 아! 그리고!

 제 블로그의 숨은 팬인, 0127 친구에게도 슬쩍 인사 남겨봅니다.

 항상 응원해줘서, 정말 많이 고마워!

 

 글을 마칩니다.

 마이클 패러데이 같이, 빛나는 삶을 살 순 없지만!

 그래도, 재밌는 통합 과학 여정이 되기를 꿈꿉니다.

 

 그저, 할 수 있는데까지, 듣고, 쓰고, 고민하고, 생각을 멈추고, 미소 짓고,

 잘 모르니까, 또 노력해보고,

 뭐, 공부라는 것이 그런 것 같습니다. (네?)

 

 저녁 10시가 다가오며, 밤이 깊었네요.

 밤을 밝히는 것이, 저 아름답고 값비싼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촛불 이라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기만 합니다.

 이것이 과학의 시선이라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못 배운 사람의, 어리숙한 글은 여기까지 입니다.

 건강하세요. 다시 만나 뵙겠습니다.

 

 마이클 패러데이 처럼,

 그런 삶을 꿈꾸니까, 아마 1% 정도는 닮을 수 있지 않을까요?

 하하. 정직히 말한다면, 이것도 너무 높은 꿈 같습니다.

 

 꿈을 꾸고, 노력하는, 모든 학생들과, 청년들을 응원합니다.

 사랑합니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다시 한 번, 응원합니다.

 

 - 2025. 09. 21. 저녁 09시 30분. 허지수 (닉네임 : 시북)

 - 못 배운 사람, 그렇지만, 다정한 사람. 그리고 친절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