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컨디션 난조로, 내가 웃을 일이 많이 없어졌다.
이게 다 시험 압박, 대학원 진학 압박 이라고 둘러대고 싶을 지경이다.
부산대 앞에서 토스트를 어느 때처럼, 사먹는데 이모님께서 일부러 말을 거신다.
다정하셔라...
내 나름의 최선의 답을 냈더니, 슬쩍 또 웃으신다.
겨우 오후 1시. 공부하러 가는 길이냐고 묻길래, 용감히 네 라고 외친다.
뭐, 가방에 생물 - 아니 생명과학 책이 들어 있기도 했고.
늦게라도 대학원을 가야겠다고, 마음먹는 중이라고 고백했더니,
이모님이 이번에는 더 크게 웃으시며,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주신다.
뭉클하게 웃고 말았다.
사실은 조금은 눈물이 났다. 참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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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가난한 학생인 탓에, 7~8천원에 해결할 수 있는 녹OO 까지 갔다.
예약 손님으로 자리가 없는 저녁이었음에도, 일부러 내가 먹을 수 있게 방을 따로 안내하시고,
대뜸, 나같은 진상(?) 1인 손님에게 애써 말씀하신다.
너무 잘와주었고, 부담없이 와서 언제든지 먹고 가라고, 완전 VIP 손님처럼 환영해주신다.
이번에는 심지어 아무튼... 정말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다. 뚝딱 속이 든든해진다.
그렇게 두 끼나 나름 제대로 잘 챙겨먹었더니, 훨씬 마음이 편해진다.
중단 중인, 인스타에 가보니 EBS를 응원하는 내 댓글에 하트가 10개 넘게 쏟아져있다.
그럼에도 인스타를 들어가보는 일은 대체로 요즘에는 괴로움이다.
DM을 누르는 일도, (비공개에) 팔로우를 누르는 일도 요즘에는 전혀 없다. 힘들게 배운 교훈이니깐.
살아가는 일은 대체로 수학의 일차 방정식 처럼 x+2=7 을 구하는 것이 아닌 거 같다.
수학이야 고민하고, 생각하고, 때로는 암기해서 (암기는 솔직히 아닌 것 같지만) 답이 있다곤 해도,
살아가는 일은 약간 난해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천재들 조차,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다는 것이며,
아주 멋진 사람 조차, 실수하는 구석이 있다는 점이, 살아가는 재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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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방 시절, 문양에게, 한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기에, 그 슬픔으로, 한국사를 몇 년간 고민했었다.
통합과학의 시대가 열렸는데,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 통합과학의 문을 열어보고 싶었다.
인문학이 물론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말로 떠드는 일에는 약간의 회의감이 있는 편이다.
그에 비한다면, 과학은 훨씬 압도적이다. 나선. 이라는 2글자만 써도, 누군가는 신의 존재를 느낀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피아노를 배우면 옥타브가 8개이고, 검은 건반이 5개이고, 그래서 수열이 어쩌니...
여러가지 아름다운 조합들이 머릿 속을 떠다닌다.
오늘은 집에 있는 싸구려 디지털 피아노가 (누르다보니) 꽤나 미워서,
학원에 있는 고-급 그랜드 피아노를 누르고 싶은 마음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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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말이 생각난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혹은 가르치는 것은,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사랑하기 위함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계속 묵묵히 사랑하는 것 뿐이라고.
나의 열정이, 남을 다치게 하는 과열이 아니라,
자동차가 안전하게 속도를 올리는 저속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천천히, 느리게, 거북이 같은 꾸준함으로, 그냥 걸어간다.
오늘도.
글을 좀 재밌게 써야 하는데, 글 실력이 뒤로 밀리는 것 같아서,
글이 자꾸 무겁게 내려가는 것 같아서 꽤나 반성 중이다.
나름 글쓰기가 야학 시절부터 치면 꽤나 경력이 긴데... 이런~
내일은 꼭 더 재밌게 써봐야지! 아무 일도 없는 하루일테니까!
- 2025. 10. 13. 오후 10시 무렵. 허지수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