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푸른 옷의 천사들
새벽 2시가 넘은데다가 일요일.
병원 편의점은 조용하고,
청소까지 마쳤다.
볼륨을 높여요!
모차르트의 피아노곡들로
가게를 공연장으로 만들어 놓는다.
따스한 국물이 그리워서
컵라면에 청양고추세트까지 멋진 심야다.
실은, 인기척도 못 느꼈다.
실컷 국물이 옷에 튀도록
우습게 먹고 있었는데,
헉.
두 분이나 간호 선생님이 오셨다.
편히 드세요.
간호 선생님의 선빵에 당황해버리는 나.
클래식 취향이 들킨 것도 부끄러워
얼른 선곡을 밤, 바다 그리고 숲 으로 돌린다.
물론 이쪽도 큰 취향이고, 라이브가 정말 입체적이다.
선생님들도 편의점에 잠시 쉬러 오셨는지
시간을 재보니 10분 넘게 쇼핑에 진심이시다.
3번째 선곡이 시작될 무렵,
우르르 물건들이 쌓인다.
마침 포인트 쌓인게 있고,
나는 초단기근무라서.
선생님들께 양해를 정중히 구하고.
조금 할인을 해드린다. (그래봐야 천원 남짓이다.)
라면 먹고 있을 때,
슬쩍 선빵 대화를 건넨 배려심.
나도 나름 답례의 용기다.
작은 할인이 뭐라고.
선생님들은 웃음이 환하다.
밤늦게도 영업하니 굳이 너무 좋음을 내색하신다.
"우와, 진짜로 자주 올께요!"
어처구니 없을 만큼, 밝은 목소리에
나는 몰래 울컥한다.
나야말로 자주 (예쁜) 선생님들을 못 봐서
미안하고, 또 아쉽다.
나만의 콘서트장에 갑자기 나타나
영혼의 잠을 깨워주신, 푸른 옷의 천사들이시다.
일주일의 달빛 야간비행은 여전히 반짝인다.
새벽 4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잠든 밤.
응급실은 환하게 도시를 지킨다.
주일 새벽.
화려한 성전의 깨끗한 성직자들 보다.
높은 강당의 권위와
웅장한 그랜드 피아노의 울림 보다.
나에게는.
거친 소리가 오고 가는 병원 풍경이
오히려 사람들의 신성함이 더 잘 느껴진다.
말로 사람을 구할 수 있는건지
이제는 의문이다.
피부를 정확히 뚫고 들어오는
바늘과 피는 거짓을 모르고,
삶을 힘껏 건져올린다.
이웃 사랑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밤새 사회의 시간을 지키다가,
아침에야 겨우 잠이 드는 영웅과 천사들에게
무례하지 않는다면 참 좋겠다.
세속에서 빛을 찾는 나는
이미.
길을 잃은지 오래인지 모른다.
코드 ER.
생명은 오늘도 구해질 것이다.
선생님들은 오늘도 움직일 것이다.
나도.
내 자리를 지키는 희미한 소명을.
미소로 맞이하기를.
내가 먹는 4알이나 되는 약들이.
나를 좀 더 살게 해주기를.
너~무 좋은 풍경들이
기쁨이 되어 찾아올 때 마다.
사람을 지으신 주님께 높이 떠들테다.
크게 떠들테다.
오늘이 너무 좋습니다.
슬픈 일 가득한 부서진 삶조차,
당신은 넉넉히 구원하실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