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스타열전

#137 바람의 아들, 아르헨티나 카니쟈

시북(허지수) 2020. 9. 23. 23:54

 

 질풍같이 빠른 스피드로 공을 드리블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축구팬들은 감탄을 아끼지 않습니다. 오늘은 남미편으로 날아가서, 아르헨티나의 쾌속윙어 클라우디오 카니쟈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프로필

 

 이름 : Claudio Paul Caniggia (스페인식으로는 카니히아 지만, 이탈리아계 아르헨티나인이라 카니쟈를 선호)
 생년월일 : 1967년 1월 9일
 신장/체중 : 172cm / 67kg
 포지션 : FW
 국적 :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 50시합 16득점

 

 바람의 아들, 마라도나의 연인, 쾌속전설 카니쟈!

 

 압도적인 스피드를 자랑하는 드리블로 적진을 휘젓고 다니는 카니쟈의 샤방한 모습은 많은 팬들을 사로잡았습니다. 긴 금발에 잘생긴 외모를 자랑했기 때문에 여성 팬들로부터 인기도 높았지요. (가령 리버풀의 금발을 휘날리는 샤방한 토레스도 굉장한 인기지 않습니까!) 여하튼 이 초고속 윙어인 카니쟈는 속도 뿐만 아니라 슈팅 실력까지 겸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르헨티나 공격의 중요한 요점으로서 활약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1985년에 데뷔한 카니쟈는 클럽 무대에서는 큰 명성을 얻지 못했습니다. 아르헨티나 리그, 포르투갈 리그, 이탈리아 리그, 스코틀랜드 리그, 카타르 리그까지 여러 리그를 경험하면서 많은 팀들을 다녀갔으나, 오히려 트러블 메이커로 이름을 날리는 등 훌륭한 모습이었다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1993년 AS로마 시절에는 코카인 복용으로 인해서 1년 넘게 출장정지를 당하기도 했으니깐 말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문제아 적인 요소도 카니쟈의 윙어로서의 진면목이 워낙 강렬한 덕분에, 사람들은 그에게 많은 사랑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특히 카니쟈는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에서의 눈부신 활약이 대단했습니다. 1987년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카니쟈는 혜성같은 신예로서, 마라도나와 찰떡같은 환상의 호흡을 맞추면서 아르헨티나 공격을 책임졌습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카니쟈와 마라도나의 콤비는 빛을 뿜습니다. 90년 월드컵 아르헨티나와 카메룬과의 경기. 카니쟈의 무시무시한 속도를 막아내고자 카메룬의 수비수들이 무리한 파울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카메룬 수비수들은 결국 빨간 카드를 바라보면서 경기장에서 퇴장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경기는 카메룬의 1-0 승리! 아르헨티나 첫 경기부터 것참...!

 

 여튼 아르헨티나는 간신히 16강에 올라갔는데, 아이구야~ 만난 적은 브라질입니다! 월드컵 무대에서 당시까지 아르헨티나가 이겨본 적이 없었던 강호 브라질... 그런데 농담삼아 마라도나의 연인으로 불릴만큼 마라도나와 호흡이 너무도 잘 맞았던 카니쟈가 드디어 새로운 역사를 만듭니다. 마라도나의 환상적인 드리블과 패스, 카니쟈의 침착하고도 깔끔한 결승골! 경기는 아르헨티나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이것은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브라질을 처음으로 이겨본 경기였습니다.

 

 4강전에서는 강호 이탈리아에 맞서서 이번에도 카니쟈가 귀중한 동점골을 작렬시키며 아르헨티나를 구해냈고, 승부차기 끝에 개최국 이탈리아는 침몰하고 말았습니다. 많은 축구팬들이 이 바람의 아들에 환호했고, 아르헨티나에서는 마라도나와 더불어서 카니쟈가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정작 90년 월드컵 결승전에 카니쟈는 경고 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었는데...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는 서독에게 아쉽게 0-1로 석패하면서 준우승에 머무르고 말았습니다. 고국의 팬들은 아 카니쟈만 있었으면! 하고 아쉬움을 숨길 수 없었지요.

 

 월드컵이 끝난 이후에도 코파 아메리카 (1991) 에서 아르헨티나의 우승멤버로 활약을 펼쳐나가는 등 국가대표로서 멋진 날들이 이어져 나갈 듯 하였는데, 1994년 월드컵에서는 부상 등의 불운이 겹쳐서 토너먼트 무대에서 뛸 수 없었고, 1998년 즈음에는 어느덧 대표팀에서 멀어져있는 카니쟈의 모습이 되어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30대가 훌쩍 넘어가던 카니자 였으나, 2001-02시즌 스코틀랜드의 레인저스에서 에이스로 부활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맹활약을 보였습니다. 덕분에 2002년에 오랜만에 국가대표로 복귀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등번호 21번을 달고서 카니쟈가 참가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하지만 놀라움은 거기까지 였습니다. 출장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고, 벤치에 앉아 있던 카니쟈는 심판에게 폭언을 날리다가 시합에 출장도 안했으면서 퇴장 처리 당하는 엽기적인 기록의 주인공이 되는 씁쓸한 추억만 남고 말았지요. 황홀하게 빛나는 시절을 보냈던 카니쟈는 10년이 훌쩍 흘러 2002년 월드컵에서는 안구에 습기차는 비운의 옛스타로 자리매김할 뿐이었습니다. 이후 카타르 리그로 이적한 카니쟈는 2005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습니다.

 

 이제 이야기를 정리할까 합니다. 글쎄, 카니쟈는 위대한 기록으로 이름을 남긴 스타이기보다는, 너무도 인상적인 모습으로 추억되는 스타일 것입니다. 바람을 가르던 스피드, 그리고 마라도나와 보여준 전율적인 호흡! 여담으로 마라도나와 장난으로 입맞춤 하다가 마라도나 부인에게 엄청나게 혼났다는 즐거운 비화도 있군요. 마칩니다. 애독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고맙습니다.

 

 2008. 12. 15. 초안작성.

 2020. 09. 23. 가독성 보완 및 동영상 업데이트 - 축구팬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