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스타열전

#138 유고연방의 마지막 명공격수 다르코 판체프

시북(허지수) 2020. 9. 24. 23:32

 

 구 유고슬라비아 최고의 명문팀으로 손꼽히는 "츠르베나 즈베즈다" 이 곳에서 3시즌 연속으로 득점왕을 차지한 선수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다르코 판체프. 90년대 초,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으로까지 평가받던 스타였으나, 정작 운명은 꽤나 판체프에게 짓궃었다고 생각합니다. 한참 명성을 누리고 20대 후반에 명문 인터밀란에 몸담았으니 부진한 실력으로 엄청 욕먹으며, 상대적으로 더욱이 그 이름이 묻혀버린 느낌이 있습니다. 판체프의 잘 나가던 시절과 그림자를 같이 살펴볼까요~ 출발.

 

 프로필

 

 이름 : Darko Pančev
 생년월일 : 1965년 9월 7일
 신장/체중 : 175cm / 77kg
 포지션 : FW
 국적 : 구유고슬라비아 / 현재는 마케도니아
 국가대표 : 27시합 17득점 (후에 마케도니아 국가대표로 6시합 1득점)


 90년대 초반, 최고 클래스의 선수로 평가받던 명공격수 - 판체프 이야기

 

 판체프는 구 유고슬라비아가 낳은 가장 훌륭한 공격수 중 한 명입니다. 별명이 코브라 였는데, 어떻게든 골을 만들어 내는 발군의 결정력이 가장 큰 무기였습니다. 발끝으로 멋지고 아름답게 차야만 골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무릎으로라도 공에 몸을 갖다 대어 골문으로 향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골감각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판체프는 어떻게든 골을 넣는 공격수였고, 팬들에게도 사랑을 받았지요.

 

 유고의 1부리그 바르다르 클럽에서 5시즌을 보내는데, 모두 두 자리수 득점을 기록했고, 한 번의 득점왕을 기록합니다. 그리고 1988년 명문팀 FK 츠르베나 츠베즈다에 몸담게 되면서, 인생 최고의 정점을 보내지요. 뛰어난 선수들과 함께 물만난 물고기가 됩니다. 첫 시즌 32시합에 35골... 득점왕, 다음시즌인 1991년 34골, 또 득점왕, 그리고 유고에서 보낸 마지막 시즌인 1992년에도 25골로 득점왕을 차지합니다.

 

 이른바 유고의 마지막 에이스 스트라이커 였습니다. 1990-91시즌 챔피언스컵도 유명할 것입니다. 이 친구들은 정말 축구를 잘했고, 4강에서 전통의 강호 바이에른 뮌헨을 침몰시키면서, 결승전에 오릅니다. 아군 진영 깊숙한 곳에서 공을 빼앗아 20초 만에 달리고 달려서 역습으로 골을 넣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었지요. 그리고, 이어지는 결승전. 이들은 마르세유와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역사상 최초로 우승을 차지합니다. 마지막 키커, 역시 판체프 였습니다 :)

 

 1991년 발롱도르 시상식에서도, 판체프는 동료스타 천재 사비체비치와 함께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그야말로 유럽에서 인정받는 스트라이커로 통했습니다. 유로92 예선에서도 폭풍같은 골들(10골)을 몰아치면서 팀을 이끌었고, 본선진출에 성공하지요.

 

 그렇지만... 그의 빛은 여기까지 였습니다. 유고슬라비아는 내전으로 하나 둘 갈라지기 시작합니다. 마케도니아도 독립의 길을 걸었고, 마케도니아에서 태어났던 판체프도 이제 국적이 바뀌었습니다. 유로92는 결국 유고슬라비아가 참가를 접어버립니다. 대타로 참가하는 덴마크가, 전설의 골키퍼 슈마이켈 등의 대활약으로 놀랍게도 우승을 차지하지요. 하하.

 

 유고는 해체되었고, 유럽을 제패한 최강의 팀 중 하나였던 츠르베나 츠베즈다의 멤버들도 각각 서유럽의 명문 클럽으로 차례차례 이적해갔습니다. 사비체비치는 AC밀란으로, 프로시네츠키는 레알마드리드로, 미하일로비치는 로마로, 벨로데디치는 발렌시아로 등등... 판체프도 이적의 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명문팀 인터밀란으로 이적합니다.

 

 완전히 달라진 환경에서 판체프는 더 이상 활약할 수 없었습니다. 벤치신세만 전전하다가, 임대를 다녀오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찬밥신세만 당하다가, 30대 초반의 나이로 현역에서 은퇴하게 되었습니다.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것은, 역으로 돌아와서 나중에는 비난을 한 몸에 받아야만 했던 비운의 스타가 되고 말았습니다.

 

 글쎄요, 어차피 태어나는 나라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는 주어진 삶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판체프는 빅무대에서 실패한 스타가 아닌, 유고연방시절의 마지막 명공격수 라고 감히 제목을 정해봤습니다. 애독해 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드립니다.

 

 2011. 01. 01. 초안작성.

 2020. 09. 24. 가독성 보완 및 동영상 업데이트 - 축구팬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