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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드베드, 2008-09시즌을 끝으로 은퇴. 그라운드에서 결코 지칠 줄 몰랐던 그의 축구심장도, 영원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오늘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적 축구선수인 체코의 대포 네드베드 이야기 입니다.

 

 프로필

 

 이름 : Pavel Nedved
 생년월일 : 1972년 8월 30일
 신장/체중 : 177cm / 70kg
 포지션 : MF
 국적 : 체코
 국가대표 : 91시합 18득점
 주요수상 : 2003년 유럽최우수선수 (발롱도르)

 

 "기계처럼 달리고 대포처럼 쏜다. 네드베드!"

 

  네드베드를 보면서 경기해설자가 한 말입니다. 멋지지요. 블로그 지인 바셋님께서 네드베드에 꽂혀버려서, 해외에서 직접 생중계를 보다가, 이 경기에서 해설자가 평했던 말이라고 합니다. 정말 적절하고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기장에서 멈출 줄 몰랐고, 강렬하고 시원한 중거리슛으로 이목을 사로잡아 버리는, 체코가 낳은 세계적인 축구스타 네드베드! 그의 커리어 속으로 빠져봅시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1972년 태어난 네드베드. 그의 아버지는 2부리그의 축구선수였습니다. 그림이 예상되듯이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에게 축구를 배우며, 공과 가까이 지냈지요. 그런데 네드베드는 천성적으로 타고난 축구천재는 아닌 것 같습니다. 10대 시절, 듀크라 프라하 팀을 거쳐서, 체코의 명문팀 스파르타 프라하에 입단하게 되었지만, 팀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고, 감독으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럴 때, 어쩌겠습니까. 자기계발서적 같은 것을 보면 아주 깔끔하게 정답이 나와있습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고민하는 시간 대신에, 연습하는 시간을 가진다"
  다시 말하자면, 난 소질이 없나봐, 아 이 길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물론 들겠지만, 자신이 목표하는 바가 있다면 일단 맹렬히 연습을 하는 것이 아주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네드베드가 바로 그러하였습니다. 주위의 시선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착실하게 실력을 길러나갔습니다. 그는 연습벌레이자, 지독한 노력가였습니다. 어린 시절 12시간씩 축구를 위해서 연습했던 아이가 바로 네드베드였습니다. 누군가 그에게 묻습니다. 취미가 뭔가요? 네드베드가 답합니다. 내 취미는 연습입니다.

 

 그 연습의 결과는 역시 남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네드베드의 장기인 대포알 슈팅은, 양쪽발의 파워가 거의 흡사합니다. 그 놀라운 비결을 물으니 어린 시절 맹훈련을 했기 때문이라 답합니다. 비결치고는 참 심플하면서도 큰 울림을 줍니다.

 

 스무살이 넘어가면서 네드베드의 빛나는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하는데,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 되겠네요. 우선 명문 스파르타 프라하의 주전자리를 꿰찹니다. 벤치신세는 이제 옛말이고, 어느새 중심선수가 되어서 리그의 연속 우승에 공헌합니다. 체코의 떠오르는 영건 네드베드는 국가대표에도 선출됩니다. 1994년이었습니다.

 

 네드베드가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것은 1996년 유로를 들 수 있습니다. 체코는 예상을 뒤엎고 조별리그에서 이탈리아를 잡으며, 토너먼트에 진출합니다. 네드베드가 귀중한 선제골을 작렬시켰지요. 체코의 젊은 신예들은 기세를 타서, 토너먼트에서 포르투갈, 프랑스까지 침몰시켜버립니다. 체코 결승 진출! 당시 프랑스에는, 지단, 조르카에프, 블랑 등 멤버가 빵빵했지만, 체코에게 덜미를 잡히고 맙니다.

 

 그리고 유로96 독일과의 결승전, 체코는 후반전 드디어 1-0으로 앞서가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체코의 기적은 일어나는가! 하지만 아쉽게 경기는 비어호프가 연속으로 골을 넣으며 2-1로 독일이 역전, 체코는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것은 체코에게 있어서는 대단히 큰 성공이며, 인상적인 결과였다 하겠습니다.

 

 네드베드의 활약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서 밝혔듯이 기계처럼 달리고, 대포처럼 쏘는 이 젊은이를 잡고자 유럽의 여러 클럽팀들이 움직입니다. 이 착실한 미드필더는 결국 라치오로 이적하게 되었습니다. 세리에A 라는 큰 무대에 왔지만, 네드베드의 활약은 오히려 더욱 눈부시게 펼쳐집니다. 라치오도 큰 도약을 위해서 매년 활발하게 선수를 모으고 있었지요. 미하일로비치, 베론, 크레스포 등의 화려한 선수들이 있었고, 라치오는 상위권에서 이름을 날릴 수 있었습니다.

 

 대활약 네드베드.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엄청난 체력을 바탕으로 라치오의 핵심선수로 활약을 꾸준히 펼쳐나갔습니다. 1999-2000시즌 라치오는 26년만에 염원하던 세리에A 우승을 차지합니다! 네드베드가 큰 힘이었음은 당연합니다. 체코를 대표하는 선수로 이제 네드베드가 손꼽히게 됩니다. 팬들의 사랑은 너무나 대단했고, 라치오는 네드베드와 장기계약에도 성공합니다. 이 팀, 저 팀 네드베드를 찔러보지만, 라치오는 꿈쩍하지 않았지요.

 

 그러나, 2001년 이후 라치오는 재정악화에 부딪히게 됩니다. 할 수 없지요. 고액 선수들 내보낼 수 밖에 없지요. 라치오는 눈물을 머금고 대방출을 시작합니다. 네드베드를 잡고자 유럽의 빅클럽들이 손을 내밉니다. 결국 정들었던 라치오를 떠나서 유벤투스에 몸담게 되는 네드베드입니다.

 

 유벤투스에서의 첫 시즌, 막판에 인터밀란을 제치며 우승!
 그리고 이듬해인, 2002-03시즌. 유럽축구를 사로잡아버린 "네드베드의 시대"가 도래합니다.
 유벤투스는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위기에 빠집니다. 위기를 구한 기둥. 바로 네드베드입니다.

 

 이 친구, 심장이 한 개가 아니다... 그런 소리를 듣습니다. 후반전은 물론이고, 연장전까지 가도, 시합 시작할 때랑 똑같이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대포알 같은 위협적인 중거리슛을 날리고, 헌신적으로 수비에 가담합니다. 네드베드가 살아 숨쉬고, 공격과 수비가 활기를 띕니다. 팀의 에너지원이요, 심장입니다. 전성기의 네드베드는 실수도 없고, 기복도 없고, 정말 로봇 처럼 움직였습니다. 좀 찬사를 높이자면 완벽... 이라고 해야할까요.

 

 비평가들은 이 때의 네드베드를 보며, "발롱도르 수상후보는 네드베드 말고 누가 있는가" 라고 평했습니다. 세계최고의 미드필더라는 찬사입니다. 유벤투스는 보란듯이 다시 한 번 세리에A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레알마드리드를 꺾어버리고, 결승전까지 진출했습니다. 아쉽게도 네드베드는 경고누적으로 결승전에 출장할 수 없었고, PK끝에 유벤투스는 AC밀란에게 아쉽게 패합니다.

 

 비록 결승전에서 그가 뛰지 못했다지만, 네드베드는 말그대로 완벽한 활약을 보여주었고, 세계 축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렸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유럽최우수선수상(발롱도르)에 선정됩니다. 당시 이름을 날리던 앙리와 말디니를 제치고 그가 유럽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은 것입니다. 짝짝짝.

 

 감동을 주는 축구선수 네드베드. 그 정도의 표현이 딱 어울리는 선수였습니다. 그를 사랑하는 축구팬은 그만한 선수를 우리가 다시 볼 날이 또 있을까. 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경기 하나에 올인하는 그 뜨거운 태도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유로2004에서는 체코팀의 4강에 공헌합니다. 네드베드는 그리스와의 4강전에서 무릎 부상으로 교체되고 말았는데, 결국 체코는 아쉽게도 연장전에서 패하고 맙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작 제일 중요한 경기 때마다 활약을 못 펼친게 흠이지 않은가?

 

 역설적으로 네드베드의 존재감이 너무나 컸기 때문입니다. 자동차에 엔진이 없다면 움직일 수 없고, 건물의 기둥이 뽑혀버리면 위태위태하듯이, 네드베드가 빠져버리면 그 공백은 엄청난 것이었지요. 네드베드 본인은 늘 열심을 다하면서 경기를 하지만, 과할 정도의 성실성으로 인해, 아주 중요한 경기 때 다치거나, 카드 누적이 쌓인다던가 등의 결과로 돌아오고 만 것이니... 그 무엇을 탓하겠습니까. 스포츠는 결과로 말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한 팀을 어떻게 이끌어 가는가. 그것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시간이 흘러 2006년, 유벤투스는 승부조작에 휘말리며 세리에B 강등처분을 받았고, 암울한 시기를 맞이합니다. 많은 선수들이 차례차례 팀을 떠납니다. 네드베드에게도 많은 팀이 콜을 보냅니다. 2부리그에서 뛸 바에야 내게로 와~

 네드베드의 대답 "신세를 진 클럽에 보답을 하려고 합니다"
 네드베드는 그냥 유벤투스에 남았고, 2부리그에서도 변함없이 성실하게 뜁니다. 골도 펑펑 터뜨리고 30대 중반의 나이가 무색한, 여전히 팀의 핵심이었지요. 1년만에 유벤투스는 다시 세리에A로 승격!

 

 만 35살의 네드베드는 이듬해에도 주전으로 뜁니다. 그리고 이제 현역 마지막이라고 했던 2008-09시즌에도 29경기 7골이라는 변함없는 활약을 보여줍니다. 은퇴까지도 위력적이었던 괴물같은 선수... 기계같은 선수... 아니, 어쩌면 그는 보물같은 선수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도 물론 있습니다. 2006년 월드컵에서는 체코대표팀을 이끌었으나, 16강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주전 공격수 한 명이 부상을 입고, 또 한 명은 부진하는 모습이었고... 게다가 두 경기에서는 수적으로 열세에서 싸우게 된 것도 16강 좌절의 원인이었지요. 어찌되었던 분투하던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팬들에게는 월드컵의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네드베드는 은퇴 후에 감독을 하기보다는, 아이들의 축구지도를 하고 싶다고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유소년을 키우고자 하는 그의 꿈이 앞으로 실현되어 나가기를 개인적으로 바라봅니다. 참 훌륭했던, 한 명의 명선수가 이제 그라운드를 떠났네요. 72년생 레전드 미드필더들... 지단, 피구, 네드베드, 그들의 플레이를 지켜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끝으로 유튜브 발췌영상을 덧붙입니다. 애독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2009. 09. 26. 초안작성.

 2020. 06. 04. 가독성 보완 및 동영상 업데이트 - 축구팬 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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