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에는 저 유명한 파판6 말고도, 굉장히 게이머들의 "발목"을 낚아채는 놀라운 작품이 또 있었습니다. 바로 1994년 1월에 발매된 파이어엠블렘 문장의수수께끼 였지요. 국내에서는 문장의비밀 이라고도 불리는데, 일단은 위키피디아의 번역을 따랐습니다. 판매량은 무려 77만장. 구성면에서도 독특합니다. 1부는 리메이크를 한 작품이고, 여기에다가 새롭게 그린 2부가 추가되어 있습니다. 두 개의 시나리오를 만날 수 있는 셈이지요.
사실상 파이어엠블렘의 간판스타이기도 했고, 대표작이라고도 불릴 만큼 이름값을 날리는 작품입니다. 그 까닭이라고 하면, 역시 불타게 어려운 난이도와 아주 뛰어난 완성도를 들 수 있습니다. 그래픽과 연출도 전작들에 비해서 슈퍼패미컴 답게 많이 강화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신규 많은 팬층을 흡수할 수 있었고, 파이어엠블렘이 이후 인기 시리즈로 자리매김하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작품이 되었다고 높이 평가받습니다.
SRPG의 금자탑이라고 불릴 만합니다. 후세에도 길이 이름이 남아서, 그 완성도에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힘이 있는 작품이지요. 전략게임으로서 게임밸런스가 월등히 뛰어납니다. 예를 들어, 이동은 늦지만 수비력이 높아서 벽으로써 활용할 수 있는 제너럴, 공격력은 높고 전투에 강하지만 약간 수비력이 딸려서, 막 돌진하게 하면 그대로 죽어 버리는 용사 (...) 능력적으로 밸런스 있게 짜여진 백마탄 팔라딘 등 각각의 캐릭터들이 장점과 단점이 있어서 사용하는데 있어서 생각할 꺼리를 만들어 주고 있으며, 균형잡힌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전략상으로 제너럴으로 유인해서 활로 선빵을 날리고, 후속타로 마무리 한다던가 등의 전략을 요구합니다. 안 그러고, 막 배치하다가는, 캐릭터가 죽어버리고, 살아나지도 않아요 (...) 게다가 캐릭터들은 시나리오를 진행할수록 강해지고, 전직까지 하게 되어서, 보람도 느낄 수 있습니다. 뭐, 아무리 강해졌다 한들, ㅇㅇ무쌍처럼 일기당천으로 다 덤벼하면서 돌격하다간 실제로 다 덤벼서, 바로 사망처리 되어버리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천천히 한 수, 한 수를 잘 고려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또한 언급할 점이, 리셋이 안 된다는 점이 여러가지로 난이도 증가에 한 몫 했습니다. 한 맵을 클리어 하는데, 시간도 꽤 걸리고 - 당연히 플레이하다가 전략적으로 실수할 수 있습니다만 - 판단미스로 캐릭터가 죽어버리면 그걸로 끝이에요. 아악, 나의 캐릭터가 죽어버렸어... 라고 절규하면서 그 스테이지를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 게다가 운이라는 크리티컬 요소가 있다보니, 간혹 부득이하게 일격사를 당해버릴 수 있기 때문에, 패드와 슈퍼패미컴을 집어 던질만큼 분노가 차오르기도 합니다 (웃음) 몇시간 진행하다가, 크리티컬 맞고 죽어버릴 때, 자신을 탓해야 하나, 게임기를 탓해야 하나, 인생무상 (...)
마음대로 리셋을 할 수 없다... 이것은 이 작품이 현실을 살아가는 것과 비슷함을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인생도 리셋을 할 수가 없어요. 잘못된 선택, 후회스러운 일을 경험하더라도, 다시 되돌리고 다시 시작할 수 없는 것이지요. 운이 없어서 혹은 일이 꼬이고, 답답한 마음이 차오를 때가 있다는 것도 정말 인생과 비슷합니다.
후회없이 살고 싶어, 난 많은 꿈들이 있었는데 왜 이럴까, 왜 여기를 헤쳐나가지 못하는 걸까,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 굉장히 부정적인 요소가 가득한 이러한 말들을, 우리는 한 번 쯤 살아가면서 던져보지 않았을까요. - 지인 중에서, 명문 공대를 다녔던 분이 있었습니다. 주위에서는 부러움을 샀고, 성격도 정말 좋았지요. 그러나 그 분은 인상적인 말을 하셨어요. 사는게 참 쉽지 않더라... 대학가면 다 해결될꺼라고 학창시절 그토록 열심히 공부했었는데, 대학가니 더욱 치열한 싸움터가 펼쳐지고 있었어. 그리고 나중에 현실에 발을 놓으니, 또 더욱 힘든 전쟁터에 와 있었어. 쉽게 쉽게 살아가는 인생이 어디 있겠니.
크... 매순간 매순간이 결코 만만하지 않았던 것이 바로 우리 인생이었고, 또한 파이어엠블렘 문장의 수수께끼였어요. 왜냐하면, 결국 되돌릴 수 없으므로, 그 순간에서 열심히 헤쳐나갈 수 있게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겁니다. 그 노력은 결코 10대 학창시절만으로 단순히 끝나는 것도 아니며, 대학에 가서도, 직장에 가서도, 결혼을 해서도 계속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삶이라는 것이 대단히 기쁜 것이기도 하지만, 이토록 무거운 삶의 책임이라는 것을 안고 가는 것입니다. 삶은 한 번 뿐이므로.
그래서 이런 말이 있습니다. 살아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멀리 있는 희미한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뚜렷하게 가까이에 있는 것을 몸소 실천하는 것이다. 칼라일의 말이었던가... 여하튼 그래요. 파이어엠블렘을 하다보면 답이 안 보이는 상황을 종종 경험합니다. 그 순간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해봐야 신중하게 나아가면서, 한 번에 하나씩 확실하게 적들을 제압해 나가는 것이지요. 그런데 사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한 번에 하나씩 집중해서 격파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게 어쩌면 현명한 답일테고요.
문장의 수수께끼에서는 동료가 되는 캐릭터를 모두 살려서 클리어 하면, 진엔딩을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진짜 인생을 보고 싶다면, 역시 자신의 재능을 잘 살피고, 그것을 살리는 방향으로 간다면, 좀 더 즐거운 내일을 맞이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요즘은 또 제 2의 인생을 사는 분도 많더라고요. 저녁시간을 활용해서, 음악을 하는 분도 있고 말이지요. 역시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활용하는게 중요합니다. 모든 것을 잘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금메달을 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자신의 필살기를 하나 정도 보유하고, 그러면서 새로운 경험들도 해보고, 또 동료들과 함께 어울려서 살아가는 것. 그 중요함을 문득 생각하게 해주는 오늘 이야기 였습니다. DS로 리메이크된 것도 해봐야 하는데, 아직 해보질 못했네요. 그 쪽도 재밌다고 하던데... 하하;
이제 이야기를 마치며 정리하겠습니다. 혼자서 돌진하면 죽도 밥도 안 됨을 알려주는 작품이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며, 절대로 되돌릴 수 없으므로, 대충 대충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명작이지만, 좀 뼈아팠던 추억이 함께하던 작품이라고 기억이 됩니다. 한 번은 열심히하다가 정전나서 망해버린 트라우마도 있고 (... 그로 인해 혹시 또 정전될지도 모른다는 그 자체가 무서웠음;) 덕분에 SRPG를 하게 되면 무척 신중하게 플레이하게 되었다랄까... 과감성 능력이 떨어진 기분입니다 (웃음) 여하튼 잊지마세요. - 한 번에 하나씩! - 이것이야말로 살아가는데 있어서 난관을 극복해나가는 열쇠랍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