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스타열전

#3 레전드 공격수 로베르토 바조 (판타지스타 테크니션!)

시북(허지수) 2019. 11. 5. 08:24

제 20대 시절, 지갑에 늘 넣고 다니던 카드.

 

 2008년, 블로그 문을 열고 한 달쯤 지났을 때 입니다. 젊음의 피가 넘치던(하하-) 20대 였고, 축구 좋아하니까, 축구스타를 소개하기로 마음먹고, 첫 글을 쓰게 되었는데, 바로 이 글이었죠. 판타지스타 로베르토 바조 편!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때는 이후 그렇게 긴 세월, 제 블로그가 많은 사랑을 받게 될 줄 몰랐습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도 큰 기쁨이 된다니, 언어로 쓰면 너무 감사하게도, 큰 은총을 받은 것 같습니다. 첫 글이라 부족한 내용이어서, 이번에 동영상도 새로 업데이트 하고, 11년만에 가독성을 올리고 고쳐써보려 합니다. 출발~

 

 프로필

 

 이름 : 로베르토 바조 (Roberto Baggio)
 생년월일 : 1967년 2월 18일

 포지션 : FW / 등번호 : 10
 신장체중 : 174cm / 73kg
 국적 : 이탈리아

 대표통산 : 56시합 27득점
 주요수상 : 1993년 FIFA 올해의 선수상, 1993년 발롱도르 (유럽최우수선수상)

 

 아, 왜 이탈리아의 바조부터 첫째로 썼느냐고 하면, 음... 잠시, 정직하게 이야기하죠. 저는 축구 보는 것 만큼이나, 축구 게임도 엄청 좋아합니다. 20대 시절에는 게임패드 4개를 준비해놓고, 공부방 제자들 불러서 시험 끝나면 함께 축구 게임 하면서, 스트레스 풀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축구 게임을 좋아하는 분은 자연스럽게, 보다 많은 축구 선수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나아가 조금만 더 깊이 발을 담그게 되면, 이른바 레전드를 만납니다. 그러면 호기심이 들겠죠? 어, 저 선수 능력치 좀 봐~ 장난 아닌데, 도대체가 누구야!!! 네... 그래서 이 프로젝트가 2008년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로베르트 바조 카드는 테크닉이 20이 찍혀 있어요. 최대라는 뜻인데, 다르게 쓰면, 이 선수의 테크닉은 그 시대 최고 였다는 뜻입니다.

 

 그래놓고 저는 1994년 미국 월드컵 이야기를 소개했지요. 그것도 과감하게 이탈리아 VS 브라질 결승전을 조명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때 바조의 페널티킥 실축이 대단한 화제였으니까요. 인상적인 꽁지머리 스타일에, 월드컵 결승전 PK 날리는 바람에, 유명한 선수였습니다. 참, 덧붙여 그 경기 브라질이 이겼답니다. 이탈리아! 아 월드컵 준우승-

 

 그런데 시간대를 더 과거로 살짝만 돌려보죠. 왜냐하면, 역적으로 기억되기에는 너무 아깝고 근사한 이야기가 숨어있으니까요. 94년 월드컵 당시 돌풍의 핵이였던 팀이 나이지리아 였어요, 16강에 진출해 있었고, 이탈리아 VS 나이지리아 경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돌풍이 태풍이었어요. 나이지리아가 골 먼저 넣었고요. 경기장 시계가 88분을 가리키고 있고, 아- 이탈리아 끝났구나 싶었습니다.

 

 뭐, 정규시간 2분 남았는데요... 그런데 말입니다! 축구에서는 끝나기 5분 전, 참 중요하답니다.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정신적으로도 그렇습니다. 비유적으로는, 또한 어떤 일이든, 마지막을 집중해서 잘해야 합니다. 축구에서 대단히 크게 배워야 할 인생교훈이죠.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의 언어 "인간의 도덕성과 의무에 대해 내가 배운 모든 것은 축구로부터 나왔다" 라는 말도 있습니다. 하하.

 

 이탈리아의 침몰 앞에서, 한 선수. 로베르트 바조가 있었습니다. 강력하지도 않았습니다. 압도적이지도 않습니다. 단지 해야할 일을 냉정하게 합니다. 침착하게 공을 터치하더니, 가볍게 구석으로 골을 차더니, 그것이 그물망을 가릅니다. 좋은 공격수라는 건, 기회의 순간 득점으로 말해버리면, 그게 베스트 입니다.

 

 로베르트 바조에게는 판타지스타 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아마 테크닉이 끝내주고, 마법같은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이기에 팬들이 애정을 담아서 그렇게 불렀던 것 같습니다. 나이지리아와 16강 경기에서 바조의 센스는 계속되어서, 상대수비수 손쪽으로 감각적으로 볼을 맞춰버립니다. 작전 성공. 페널티킥 상황 발생! 88분까지 0-1 의 경기를, 경기 종료가 되었을 때, 2-1 이었습니다. 그것이 공격수가 해내는 마법입니다.

 

 월드컵 같은 큰 무대 토너먼트에서, 패배를 눈앞에 두고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기적은 일어난다는 것이 축구사가 알려주는 아름답고 빛나는 교훈입니다. 이것이 제가 기억하고 있는 로베르트 바조이며,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은 이야기 입니다. 인생조차 마찬가지 이기 때문입니다. 낙관하는 강인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면, 역전의 꿈을, 바로 우리가 직접 노력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한다면 좋겠습니다.

 

 아, 맞다. 로베르트 바조의 94년 월드컵 특급 활약은 계속 되었습니다. 8강전에서 무적함대 스페인을 격침시키고, 4강전에서 스토이치코프가 이끄는 불가리아를 맞이해서 2골을 몰아 넣어버리며, 이탈리아를 결승까지 올려놓았으니까요. 이런 당대 특급 공격수 였으나, 결승전 실축 사건으로 또한 월드컵 역사에 기억되곤 있습니다. 하지만 바조의 진짜 팬들은 그의 환상적 플레이들을 잊지 않을 것이라 저는 확신합니다. 아! 90년대 그토록 테크닉 끝내주는 공격수 있었지! 그 이름 로베르트 바조 였다고!

 

 평가로는 이탈리아 말디니의 이야기가 재밌으니 읽어보시면 괜찮겠죠. "'다시 태어나더라도 물론 축구선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왕 다시 태어날거면 다음번엔 로베르토 바조로 태어나고 싶다." 아니, 말디니! 수비수로 그만큼 전설을 이루었으면 되었는데, 이번에는 공격수를 하고 싶습니까. 하하.

 

 또한 이탈리아 국가대표였던 잠브로타는 "그와 처음 그라운드에 선 날 나는 흥분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마치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맨유 전설 라이언 긱스도 바조를 나의 영웅으로 손꼽고 있네요. 토티는 아예 길게 장문을 써주었으니 소개합니다.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 나(토티)는 자원 봉사 볼보이로서 체코전에 참가했었다. 그리고 그 날 나는 미드필더에서 공을 잡아 30미터를 폭풍같이 질주하며 골을 성공시킨 한 선수(바조)를 보았다. 나는 그를 보며 커서 꼭 저런 선수가 되리라 다짐했고, 그 꿈을 이룰 기회가 이제 오고 있다(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그래요. 어떤 축구선수에게 있어서 바조는 영웅과도 같은 멋진 선수였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던져볼 시간 입니다.

 

 어떻게 해야 좋은 공격수가 될 수 있나요?

 

 바조의 소속팀, 브레시아의 카를로 마초네 감독(대표적 덕장이자, 명감독)의 이야기 들어볼 시간입니다. 깊게 생각해 볼 시간입니다. "로베르토 바조는 지난 35년간의 감독 생활 동안 내가 본 어떤 선수보다 항상 열심히, 더 많은 시간을 훈련에 매진하는 선수였다" 그렇습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만번씩이나 넘어져가면서 또 일어나 마침내 아름답고 우아한 연기를 선보이며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과 비슷하죠. 좋은 공격수의 숨은 비결은 그러므로 명확합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라.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라. 입니다. 진실은 원래 단순하고, 가혹한 것입니다.

 

 공부방 시절에, 고교 수학 1등을 항상 차지하는 친구를 잠시 만났던 적이 있습니다. 교과서가 깨끗하지 않았고, 문제 풀이의 흔적이 가득했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어린 시절에 수학을 잘하는 비결을 교장 선생님께 들었다고 합니다. 같은 문제를 3번씩 풀어보면 된다는 매우 간단하고 짧은 이야기 였습니다. 당연히 전교생이 들었으나, (오직 소수만이) 직접 그 교훈의 가치를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값지고 뿌듯한 열매를 긴 시간이 흘러서 마침내 얻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비결을 아는 것은 조금은 쉽습니다. 그리고, 꾸준한 행동으로 가기란 드문 일이고, 힘든 일입니다. 워렌 버핏식으로 쓴다면, 위대한 조치는 대부분 조용하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금언이 있습니다. 좋은 공격수는 누구보다 열심히 시간을 훈련에 매진할 때, 비로소 탄생되는 것입니다.

 

 카를로 마초네 감독의 평가를 깊게 생각하던 20대 축구광의 저와, 10년이 흘러, 어머님의 정신장애를 힘겹게 돌봐야 하는 30대 영화광의 저는 그럼에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탁월한 재능과 혼신의 노력이 만나면, 그것이 레전드 탄생의 출발점입니다.

 

 왜 저는 로베르트 바조 카드를 지갑에 20대 내내 넣어다녔을까요. 여기에 또 하나의 진지한 고백이 있습니다. 절정기에서 절망을 맛보았기 때문입니다. 만약이지만, 그가 월드컵 결승전에서 PK실축사건 없이 우승트로피에 공헌했었다면, 저는 바조를 뛰어나고 유명한 선수로 기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진짜 명선수 였고, 진짜 달랐습니다. 절망을 맛보았음에도, 주저앉지 않았습니다. 즉, 포기를 모르는 사나이였습니다.

 

 완벽한 축구선수도 결코 아니었습니다. 무릎부상을 달고 살았으며, 수술도 여러 번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늘 그런 어려운 상황들을 돌파해 나갔으며, 앞을 향해 헤쳐나갔던 것입니다. 그 인상적인 모습이 너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틀에 박힌 생각이나, 지정된 역할에 만족하지 않았으며, 자유롭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선택했습니다. 바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생각할 수 있는 플레이 중에서 가장 어려운 플레이를 선택한다." 그 말이 젊은 날, 제게 참 독특하고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하하, 물론, 희귀한 바조 스타일은 감독들과 불화를 일으키기도 했기에 벤치신세를 지기도 했습니다. (현대 축구에서는 조직력도 매우 중요한 가치 중에 하나입니다.)

 

 어쨌든 저는 로베르트 바조의 축구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따라올 수 없는 아름답고 창조적인 플레이! 그러므로 바조의 이름은 축구사 불멸의 판타지스타로 기억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쉽고 편한 선택보다는, 어렵지만 최선을 다하는 선택을 추구하는 그의 모습, 그것이 바조입니다. 저는 우리의 인생도 감히 어려운 도전 앞에서 주눅 들지 않기를 응원합니다. 제가 언젠가 꾹꾹 필사해놓은 구절이 있기에 덧붙입니다. (어떤 일을 달성하기로 결심했으면, 그 어떤 지겨움과 혐오감도 불사하고 완수하라. 고단한 일을 해낸 데서 오는 자신감은 실로 엄청나다 - 아놀드 베넷/영국 작가)

 

 이제 바조편 동영상 감상의 시간. 유튜브의 시대라 좋네요. 프리킥 까지도 후후, 잘 넣고요. 11년만의 글 리모델링. 제게 있어서도 결코 포기하면 안 된다는, 즉, 축구를 통해 인생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독자님께 감사드립니다. 잠깐이나마 즐거우셨다면, 그것이 제게도 큰 감동입니다. 오늘도 귀하고 좋은 날 되세요.

 

 2008. 01. 23. 초안 작성.

 2019. 11. 05. 본문 추가 및 가독성 업데이트 + 동영상 추가, 2020. 07. 21. 동영상 업데이트.

 - 축구팬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