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고민하는 힘 - 책리뷰

시북(허지수) 2010. 7. 25. 19:17

 고민하는 힘 이라는 책에 대해서 이야기 할까 합니다. 고민이라고 하면 어딘지 모르게 다소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예컨대, 나는 고민이 많아, 고민으로 한숨도 못 잤어, OO때문에 고민이야... 등 우리는 고민을 많이 하면서 살아갑니다. 가끔은 점심 메뉴처럼 간단한 선택조차 곤란할 때도 있고요. 그렇기에 단순하게 살아라 같은 책이 인기를 끌기도 합니다. 이것이 현실임에도, 고민하는 힘이라는 책에서 저자 강상중 교수님은 고민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고민은 나쁜 것이 아니다. 인생에 대해서, 돈에 대해서, 일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럼 구체적인 책 안으로 좀 더 들어가 봅시다.

 저자 : 강상중 / 이경덕 옮김 / 출판사 : 사계절
 출간 : 2009년 3월 24일 / 가격 : 9,500원
 페이지 : 184 / 판형 : A5

 현대 사회는 자유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혼이나 직장 등을 강제적으로 선택하기 보다는, 많은 부분을 자신이 직접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자유는 진정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인가? 라고 꽤나 심오한 질문을 던지는 강상중 교수님. 실제로 자유라는 것은 좋은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방향성 상실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때로는 혼란스럽게 하고,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친구들과 함께 밥 먹으러 갈 때 조차, 선택에 대하여, 즉 고민하는 것을 회피하고자 우리는 손쉬운 말을 할 때도 많습니다. "아무거나!" 어쩌면 점점 고민을 피하는 시대로 가는게 아닐까 생각할 때도 종종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 알아서 해주는 것이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이런 시대에서 "진지한 태도" 라는 것은 실종되고 있는게 아니냐고 강상중 교수님은 질문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해답은 간단합니다. 고민하자, 고민 끝에 얻은 답이야 말로, 인간을 강하게 만든다 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말에 대해서 - 아주 훌륭한 접근 - 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를 생각해본다면, 저는 사춘기 시절과 20대 초반에 고민이 많고도 많았습니다. 외모부터 시작해서, 정신세계, 소통, 세계, 변화 등... 답도 안 나오는 고민을 하느라 생각에 잠겨 있는 저를 보고, 아는 선생님께서는 그렇게 세상 짐을 혼자 다 지고 가듯이 무거운 얼굴로 살아가는 것을 보니 안쓰럽구나... 라며 격려하던 것도 새삼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 저를 괴롭히던 문제는, "어떻게 하면 사람이 바뀔 수 있는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 돈? 더 나아가서 욕망?" 이런 식이었지요. 사춘기 시절, 세상을 바꾸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 먼저 사람을 바꿀 수 있다면, 그 길은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웃음) 그런데, 이런 어처구니 없는 질문들 조차, 오래 고민하고 마음에 담아둔 끝에 한참 시간이 지난 뒤 나름대로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때의 그 기쁨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지요. 이 답은 매우 심플해서 밝히기도 창피하지만, 그대로 써본다면.

 "세상을 바꾸려는 자는, 우선 자신부터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진심에 있다.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듣고, 그것을 인정하고 지원해 준다면, 그 어떤 사람도 움직이게 된다." 그래서 진심이 담긴 이벤트나 선물 같은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또한 평생에 있어서 - 한 사람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변화 시킬 수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세상이 바뀐 것이나 다름 없다. 그 한 사람의 인생부터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라는 세세한 곳까지 - 고민은 언젠가 해답을 찾아서 뚫고 나왔지요. 결국 이것은 인연을 소중하게, 관계야 말로 해답이다 라는 심플한 자신만의 철학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조금 쑥쓰러운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날의 청년에 대해서, "자신이 만든 성으로부터 한 걸음도 나오지 않은 채, 다만 세상을 엿보면서 살아가고 타인을 의심하고, 오로지 자신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진다" 라고 언급한 부분은 매우 강렬했습니다. 때마침 책을 읽고 있던 무렵 제가 한참 생각하던 메세지가 바로 "자신만의 성을 쌓으면 결국 망해 버린다" 라는 것이기에, 이 부분은 매우 와닿았지요. 아무래도 개인이 존중되고, 공동체 의식이 약해져 가는 요즘에는 자신만의 성에 심취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이것이 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다보면 히키코모리 같은 운든형 외톨이가 될 수 있겠지요. 아웃사이더의 노래 외톨이가 인기가 있었던 것은, 이런 가사를 공감하는 사람이 그만큼 있었다는 반증으로도 읽을 수 있겠고요.

 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보았던 저자의 답변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승인 받고, 인정 받음이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참 좋았던 답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던 것과 비슷한 답에 공감도 컸었고요. 사람은 결코 혼자서 살아갈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자신만의 성을 무너뜨리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면서 살아갈 때, 자신만의 성에서 매몰되어 버리고 우울증에 빠져서 허덕이는 그 무시무시한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요. 자신의 가치가 인정받고 있을 때, 인간은 비로소 행복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

 경제가 글로벌화 되고, 기술이 혁신 되고, 세상이 매우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인간 사회는 해체되고, 개인은 고립해 버리는 상황에 대해서 -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라는 창을 통해서 - 저자가 나름대로 내리는 결론이 "상호 인정하는 범위에서의 자아"를 강조하는 것은 참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쉽게 말하자면, 기술이 발전되어서, 그 기술에 흠뻑 빠져서 자신이 거기에만 몰두하다보면, 점점 자신의 자아만 커져가고 나르시스트가 되어갑니다. 세상에 대해서 다 알 수 있다는 자만감이 들고, (검색만 하면 순식간에 정보들이 내 손으로!) 너무 커져버린 자아가 감당되지 않고 폭주하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조차 혼란스러워 집니다. 그 선택에 대해서 혼자 생각하고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심지어 극단적인 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개인의 고립이 낳는 결과가 그 끝에 이르러 자살로 이어진다면, 너무 슬픈 것이 아닐까요. (실제 일본도 한국도 자살율이 높습니다. 혹여 사회 안전망이 약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대화의 단절, 약자에게 말걸지 않는 세상은 어두운 면을 가질 수 밖에 없겠지요)

 어쩌면 어려운 해결방법이 될 수도 있겠지만 - 다른 사람과 관계 맺음, 관심을 가지고, 타인에게 잘하는 것 - 이것이야말로 세상을 좀 더 의미 있게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조금 더 느슨하게 모색해 본다면, 최소한 - 인생을 의미있게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 라는 고민을 해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터넷이 1초만 늦게 떠도 답답함을 느끼는 시대에서, 어쩌면 위와 같은 질문은 금방 답을 구할 수 없기에 금방 그딴 고민 따위 집어치우며 쿨하게(?) 사는 것을 선호하게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럼에도 저는 경험상 이야기 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그것은 인생을 좀 더 다양하고 풍부하게 느껴보려면, 어떤 문제에 대해서 여러 번 고민하고,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한결 좋다는 것입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하는 걸까?" 라는 생각을 깊게 하면서, 다른 사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될 때가 종종 있었거든요. 타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종종 내가 그 사람에 대해서 왜 그런걸까 고민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고, 잘 몰랐기 때문에 그럴 때가 있습니다.

 이제 이야기를 마쳐야 겠네요. 고민하는 힘이라는 책은, 고민의 긍정적인 측면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했고, 여러 번 생각해보면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보고, 고민 끝에 얻은 답이야 말로 자신만의 강점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짧지만, 강력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강상중 교수님이 강연 중에 했던 이야기를 적으며 리뷰를 마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지탱해주는 것입니다" 자살이 많은 시대에서 사람을 지탱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더 없이 좋지 않을까요. 가끔 생각하는 것인데, 성공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물론 좋겠지만, 성공하는 친구 옆에서 박수쳐 줄 수 있는, 잘 안 된 친구에게도 조용히 위로를 건네줄 수 있는,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라고 생각해 봅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