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골키퍼는 잘 하다가도 순간의 판단미스 등으로 실책을 해버리면, 많은 욕을 얻어먹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잘하면, 팀을 구한 수호신으로 하늘까지 올라갔다가, 실수하면, 경기를 망쳐버린 원흉이 됩니다. 바둑에서 일반적으로 자신의 구역에서 부터 세력을 확장해 나가는 것처럼, 현대 축구도 수비와 골키퍼가 잘 해주지 못한다면, 불안감에 시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야구에서 아무리 타선이 강해도, 투수력이 안 되면 우승 못하는 것과도 비슷한 이치지요. 그런 의미에서 존재감이 탁월한 명골키퍼들은 여러가지로 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독일의 올리버 칸, 스페인의 카시야스 등의 유명한 골키퍼는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을 이끌기도 합니다. 오늘도 서론이 길었는데, 그렇습니다. 오늘은 모처럼 골키퍼 이야기! 이탈리아가 낳은 명골키퍼 월터 젱가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젱가는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던, 걸출한 거물 골키퍼였지요... 이야기 출발!
프로필
이름 : Walter Zenga
생년월일 : 1960년 4월 28일
신장/체중 : 188cm / 84kg
포지션 : 골키퍼
국적 : 이탈리아
국가대표 : 58시합 출장
월드컵 최장시간 무실점 기록의 주인공 - 월터 젱가 이야기
월터 젱가는 현역 시절 세리에를 대표하던 명골키퍼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인터밀란(이하 인테르)의 부동의 수호신으로서, 많은 인기를 자랑했던 선수입니다. 인테르의 데뷔 당시에는 출장 기회를 얻기 힘들었지만,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서 1983년경부터 주전골키퍼 자리를 차지! 이후 10년 넘게 인테르의 사랑받는 수호신으로 군림하게 됩니다.
골키퍼에게 가장 중요한 안정감은 물론 가지고 있었고, 특히 격렬한 퍼포먼스가 젱가의 트레이드 마크였습니다. 우리팀이 골을 넣으면 멋진 승리의 제스처를 날려주고, 상대팀의 거친 태클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달려가 분노하고, 심판이 애매한 판정을 하면, 단호하게 항의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이런 격정의 골키퍼는 종종 카드를 받기도 했지만, 팀을 생각하는 강력한 리더십 덕분에, 팬들에게는 절대적인 지지와 인기를 얻게 됩니다. 젱가가 펄펄 나는 날이 오면, 상대팀 입장에서는 골을 넣는 것이 대단히 어려워 지고 말았습니다. 한마디로 그는 팀의 분위기를 업그레이드 해주는 선수였습니다. 80년대 중반부터 젱가의 활약은 꽃을 피게 되었고, 1987년에는 골키퍼 임에도 세리에 A 최우수선수에게 주는 Guerin d'Oro 상을 획득하기도 합니다.
인테르에서는 1989년에 마테우스, 브레메 등과 함께 리그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90년대에도 두 번의 UEFA컵을 차지했고요. 국가대표 활약상도 인상적입니다. 국대로 1988년 유로 4강에 공헌했으며, 1990년 월드컵에서는 6경기에서 한 골도 내주지 않으면서, 연속무실점 기록(518분)을 세우기도 합니다. 아직까지도 월드컵 최장시간 무실점 기록이지요. 당대 이태리 수비진들이 프랑코 바레시, 베르고미 등 그야말로 특급이었으니, 철벽에 가까웠지요 ^^ 월터 젱가는 UEFA가 선정하는 최고의 골키퍼상, 제 1회 (1990년) 수상자이기도 합니다. IFFHS에서도 젱가를 3년 연속 최고의 골키퍼로 꼽았지요. 젱가는 잘 하기도 하고, 인상적이기도 하고, 팬도 많고, 스타성과 실력을 겸비한 명골키퍼입니다.
(물론, 한편으로는 월드컵 4강전에서 중요한 순간에 바람의 아들 카니쟈에게 통한의 골을 내주면서 무실점 기록이 깨지고 말았고, 왜 그토록 강했던 수비진과 함께, 이탈리아 홈에서 우승을 차지 못했냐는 이탈리아 내의 비판도 상당히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젱가와 당시 이태리팀에게 기대가 컸었다고 해야할까요...)
1992년에는 국가대표팀에 새로 부임한 감독, 아리고 사키와 의견 충돌이 일어났고, 선수 기용 등을 놓고 격렬한 말다툼을 하고 맙니다. 평소에도 열혈파였던 젱가는 그대로 대표팀에서 나와버렸고, 이후에도 대표팀에서 뛰지 않았습니다. 그 걸출한 실력에 비해서 국대 활약기간이 다소 짧았지요. 재밌는 기록으로는 58경기 중에 약 65%인 38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냈습니다. 체격도 크고, 훌륭한 반사신경에, 실수가 적었고, 명수비수들과 호흡도 좋았기 때문에 이런 놀라운 기록들을 남겼지요. 종종 골키퍼에게 거미 같다는 별명이 따라붙는데, 젱가 역시 스파이더 맨이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 1994년 젱가는 인터밀란을 떠나서 삼프도리아로 이적했고, 현역 마지막은 미국 클럽팀에서 활약하다가 현역에서 은퇴했습니다.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현재에도 축구감독을 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내의 인지도도 높고, 스타출신 감독으로서 한 번쯤 세리에의 명문팀을 맡을 법도 한데, 2010년 현재에는 사우디클럽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면서, 젱가 골키퍼의 선방 동영상을 덧붙입니다 ^^ 존재감 있게 막아내는 장면들이 멋집니다. 그럼 오늘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칩니다. 애독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힘내서 좋은 날 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에게 때때로 날카롭고 매섭게 찾아오는 두려움과 걱정들, 젱가의 펀칭처럼 힘차게 날려버리는 겁니다! 종종 저는 격려하는 만큼, 커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한 번 뿐인 하루, 하루인데 젱가 처럼 뜨겁게 격려하고, 고무하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