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로마 팀을 살펴보면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등번호 6번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어디간거냐 6번! 바로 영구결번이지요. 축구장에서의 영구결번은 매우 드문 경우입니다. 세리에A를 통틀어서도 몇 명 되지 않지요. 나폴리 하면 떠오르는 마라도나의 10번. AC밀란의 혼 프랑코 바레시의 6번 등이 대표적인 예이고, 비교적 최근에는 말디니옹의 3번도 영구결번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AC밀란은 말디니의 아들이 입단하면 3번을 물려준다 하네요. 3대째 축구집안으로 이름을 날릴지도!) 서론이 길었는데, 오늘은 AS로마의 영구결번 6번의 주인공인 아우다이르에 대해서 살펴볼까 합니다. 그럼 이야기 출발해 볼까요~

 프로필

 이름 : Aldair Santos do Nascimento (아우다이르, 알다이르 등으로 표기, 저는 한국어위키 표기로 갑니다~)
 생년월일 : 1965년 11월 30일
 신장/체중 : 187cm / 77kg
 포지션 : DF
 국적 : 브라질
 국가대표 : 80시합 3득점


 로마의 심장을 가슴에 담고 뛰었던 명센터백 - 아우다이르 이야기

 브라질의 명문팀 플라멩고에서 데뷔하였던 아우다이르는, 1989년 유럽으로 건너가서 포르투갈의 벤피카 팀에 잠깐 몸담게 됩니다. 그리고 운명같은 1990년 AS로마로 이적하게 되었지요. AS로마 입장에서는 정말 대박선수를 데려온 것 입니다. 이제 막 브라질 국가대표로 발탁되었던 신예 아우다이르는 아직 그 능력을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는 엄청난 거물선수로 성장하게 됩니다.

 속도 면에서는 동작이 재빠른 선수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정확한 판단력을 갖추고 있는 데다가 190에 가까운 큰 키, 결코 밀리지 않는 파워를 무기로, 세리에A 를 대표하는 센터백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1대 1에 강하고, 대인마크가 탄탄한 수비수로 인정받으며, 전성기 시절에는 90년대 세계 최고의 중앙수비수 중 한 명 이라고 까지 평가되기도 했습니다.

 90년대 브라질에 워낙 잘 차는 공격수들이 많아서 조명은 덜 받았지만, 국가대표로도 꾸준하게 활약해 나갔습니다. 94년 월드컵에서는 후보선수였지만, 주전수비수의 부상으로 아우다이르가 대신 뛰게 되었고, 그럼에도 브라질의 우승에 큰 공헌을 해냅니다. 98년 월드컵에서는 주전센터백으로 준우승에 공헌하였고요. 브라질 대표팀의 센터백이다 보니, 우승과는 거리가 있는 AS로마 보다는 더 큰 클럽팀으로 와달라는 오퍼들이 쇄도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는 90년대 내내 우직하게 AS로마에서만 뜁니다. 우승? 뭐 언젠가 하면 되는거 아닌가~

 그러는 사이에 시간은 훌쩍 흘렀고, 아우다이르가 AS로마에 온 1990-91시즌 이후 10년이 흘렀습니다. 로마는 트로피 구경한 지 오래 되었지요. 그렇게 우직하게 뛰던 아우다이르에게도 드디어 즐거운 시간은 찾아옵니다. AS로마 클럽에는 토티가 출현했고, 이 참에 우승을 위해서 바티스투타를 막대한 돈을 주고서 데려옵니다. 브라질 부동의 측면수비수 카푸도 로마에서 뛰고 있었지요. 급기야 그들은 일을 냅니다. 2000-01시즌 카펠로 감독의 지휘 아래, 유벤투스를 간발의 차이로 제치고, 감격의 우승을 차지하지요. 18년만에 맛보는 리그우승트로피 입니다. 당시 정신적지주와도 같았던 아우다이르는 얼마나 기뻤을까요. 그가 묵묵하게 지켜냈던 로마의 침울한 시간들도 다 보상받았던 기분일 겁니다.

 2003년 이제는 30대 후반이 되었던 아우다이르는 더 이상 로마의 핵심멤버가 아니었습니다. 그 풍부한 경험과 노련한 수비능력도 벤치에서 쉬는 일이 잦아지자, 이제는 볼로냐 팀이 우리에게 와달라고 오퍼를 보냅니다. 그러나, 이 때! 아우다이르 유명한 명대사를 날리지요. "AS로마와 맞붙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적 대신에 차라리 은퇴 선언을 해버리지요 -_-; 아, 물론 약간의 시간이 흐르면 - 아예 축구를 그만둔 건 아니고 - 세리에B에 속해 있는 제노아 팀으로 이적하게 됩니다만. 역시 로마가 아니면 안 되는 이 남자는, 제노아에서도 이러다가 또 로마와 맞붙으면 어쩌지... 라고 고심하게 되고, 이럴 바에 정말 그만두겠다며 1시즌만에 세리에 무대를 은퇴해 버립니다. 그가 다시 축구에 몸을 담게 된 것은 몇 년간의 시간이 흐른 후 였습니다. 아예 로마와 마주칠 일이 없을 것 같은 산마리노의 클럽팀에서 40대의 축구열정을 불태우고 계시지요 (...)

 로마에서 그가 뛰었던 경기는 무려 410시합. 다른 외국인선수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으며, 역대 선수를 통틀어서도 4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비록 AS로마가 중견팀인 관계로 메이저 타이틀은 몇 개 없었지만, 그 높은 수비능력은 많은 이들이 인정하고 있으며, AS로마를 향한 그 애틋한 마음(!)으로 인해, 많은 팬들에게 사랑 받았고, AS로마는 아예 6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해 버렸습니다. 하기야 그만한 수비수가 또 나올 일도 드물겠지요 ^^ 로마팬들은 지금도 과거를 추억하면서 말하곤 합니다. 우리에게는 최고의 수비수들이 있었다. 90년대에는 붉은 벽으로 통하던 아우다이르가 있었고, 2000년대 초반에도 역시 "벽"으로 불리던 왈테르 사무엘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훌륭한 명센터백임에도 인지도 면에서는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90년대 챔스우승까지 했던 AC밀란이나 유벤투스의 화려한 멤버들에 비한다면, 아우다이르는 AS로마에서 전성기를 보낸 것도 그 이유이고, 또 브라질 국가대표팀에는 워낙 화려한 선수들도 많았기 때문이고요. 그럼에도 로마팬들은 그의 이름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로마의 심장을 가진 위대한 브라질 선수의 전설은 여전히 회자될 것입니다. 영리한 대인방어를 자랑하면서, 최고의 센터백으로 손꼽혔던 남자. 전술적인 시야를 갖추고, 정확한 위치에서 공을 빼앗아 오던 남자. 빅클럽의 화려한 명예보다는 로마에서 헌신적으로 뛰면서 전설로 남게되는 이름, 아우다이르! 그만한 멋진 센터백도 드물겠지요 ^^ 유튜브에서 조회수 약 4만 정도를 기록하고 있는 아우다이르 기념영상을 덧붙입니다. 애독해 주시는 분들에게 늘 감사드립니다 ^^ 조금 급하게 정리하느라, 두서 없는 면이 있더라도 양해하시길 바랍니다. 하하.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by 시북 2010.11.01 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