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지인 덕분에 어쌔신 크리드 2 를 접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긴 분량이 아닌터라, 열심히 즐기다보면 일주일 정도면 끝을 볼 수 있는 작품이지요. 잠입 액션 게임으로서, 이번 2탄에서는 이탈리아 (특히 베네치아와 피렌체) 를 무대로 펼쳐지는 액션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가벼운 난이도에, 이국적인 경치 속에서 건물들 사이를 활보하는 느낌이 즐거웠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완성도도 매우 좋아서, 예전에 잠깐 했던 어쌔신 크리드 1탄에 비한다면, 거의 3배 강력해진 느낌을 받았고요. 그럼 차분히 이번 작품의 특징들을 살펴볼까 합니다 ^^
게임명 : 어쌔신 크리드 2
기종 : PS3
배급 : 유비소프트
발매일 : 2009년 12월 17일, 한글화 정발되었음.
판매량 : 세계적으로 약 900만장 (엑박, 플스 등 총합)
플레이타임 : 약 20시간 (플래티넘 트로피 획득)
개인적평가 : ★★★★★
어쌔신 크리드 2 의 미덕이라고 한다면, 역시 디테일에 있다고 봅니다. 중세 이탈리아를 정교하게 묘사해서, 실제로 그 거리를 걷고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각종 유명한 건물들과 자세한 설명까지 볼 수 있다는 점도 즐거움입니다. 영화에서 봤던 피렌체의 그 장면을 게임에서 직접 보면서, 그 공간을 누비고, 건물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주변을 내려다 보는 느낌은 장관이지요.
게임 자체의 테마는 "암살"이다보니, 다소 무거운 느낌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주인공의 일가족도 씁쓸한 최후를 맞이해야 했고, 주인공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그 답을 계속 찾아갑니다. 그러면서 역사적 인물과 크로스오버가 더해집니다. 메디치가가 등장하고, 다 빈치가 등장해서 주인공에게 도움을 줍니다. 유쾌하지요. 부패하고 썩은 인간들에게 형벌을 내리는 것, 주인공은 정의며, 악당들은 정말 못된 짓만 골라가며 합니다. 한편으로 씁쓸한 생각도 들었지요. 설정이라고는 해도, 베네치아 귀족들은 자기네들끼리 권력을 나눠가지면서 "이름 뿐인 시민정치"를 내걸고 있었습니다. 실제 시민들은 의사결정에 참여할 기회도 없었고, 그러다보니 자연히 부와 권력이 한 쪽으로 쏠려갑니다. 주인공은 이걸 막는 암살자이지요.
자본주의가 좋은 점도 있지만, 이른바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천민자본주의 로 흘러가면, 너나 나나 돈만이 유일한 가치가 되어갑니다. 그러다보면 정치나 의사결정의 문제는 외면하게 되지요. 결국 지배층은 계속 우월한 지위를 가지게 되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는 외칠 수 있는 공간도 사라지게 됩니다. 게임 내에서 베네치아의 상인은 정치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딘가로 끌려가지요. 이게 21세기 사회에도 이런 모습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여전히 우리는 출신 성분으로 귀족과 평민을 구분하고 있는건 아닌지...
너무 무거운 이야기 였나요. 하하. 아무튼 주인공은 이제 다양한 무기를 사용할 수 있고, 액션의 범위도 더욱 좋아졌습니다. 숨어서 공격하는 다양한 기술 덕분에 한결 수월한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액션이 약한 사람이라도 조금만 하다보면 익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주변 환경을 이용하는 플레이도 한층 더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계획만 잘 세워놓으면, 한 챕터의 보스도 단 일격에 처리하고, 유유히 거기를 빠져나오는 것도 가능합니다. 시나리오도 충실한 편이라, 1탄의 단순반복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새로운 이야기가 계속 되고, 새로운 장소가 계속 열려나가지요. 그 밸런스를 잘 맞춘 것이 좋았습니다.
메인만 따라가면 금방 클리어가 가능합니다만, 마니아들을 위한 파고들기 요소도 충실히 구성되어 있습니다. 곳곳에 숨어 있는 깃털 100개 모으기, 숨겨진 문양 20개 해독하기 등, 특별히 길을 따라가지 않은 채,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놀 수도 있습니다. 천천히 하나 하나 음미하는 느낌으로 클리어 하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얼른 타겟만 죽이고, 타겟만 죽이고 하는 작품으로 생각하기에는, 공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배경에도 낮과 밤이 있어서 묘하게 분위기가 달라지는 부분도 있는데 꽤 감탄했습니다.
즐겨 플레이 하는 무쌍류와는 전혀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혼자서 수 많은 적들을 상대하면서 다 쓸어버리는 것이 특징인 무쌍류에 비한다면, 어쌔신 크리드는 훨씬 차분하고, 냉정한 게임입니다. (아, 물론 어쌔신 크리드도 적들을 몽땅 모아서 무쌍플레이가 가능합니다만 -_-;) "절제의 미학" 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혼자서 몰래 적진 속으로 숨어 들어가, 일격에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긴장감도 느낄 수 있고, 신선합니다!!! PS3 에서의 손꼽히는 액션 게임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만약, 언차티드 같은 액션 어드벤처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한 번 어크2도 권해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제 약간의 아쉬웠던 점도 언급해 보겠습니다. 이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는데, 적들이 그다지 집요하게 주인공을 추적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물 속으로도 숨을 수 있기 때문에, 조작법이 익숙해 지기 시작하면, 적에게 발각 되어도 그다지 급박하게 숨지 않아도 됩니다. 좋게 말하면 스트레스를 안 받는거고, 나쁘게 말하면 일반적 마을 이동 시에는 별로 긴장감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너무 쉽게 숨어버리는 주인공이다보니, 가끔 적 병사들이 좀 바보 같았습니다. 하하.
이야기를 정리하며 동영상을 덧붙입니다. 아, 이 동영상은 18세 이상만 보시길 바랍니다. 작품 자체가, 워낙 하드한 면이 있다 보니, 다소 폭력적입니다 (...) 그럼, 다음 리뷰에서 만나뵙겠습니다. 밀린 축구스타 이야기도 연재해야 하는데... ^^ 이런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