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기타

GT 이야기 3화 - 게임과 현실의 결정적 차이는 이것!

시북(허지수) 2011. 4. 2. 23:43

 3번째 이야기 시간이군요. 그란투리스모가 현실을 정교하게 반영하고 있는 모형임은 분명합니다. 예컨대 리얼 서킷에서 레이서가 실제로 달린 타임과 GT4로 같은 차를 타고 달리는 경우 오차범위가 3% 안팎이라는 이야기도 존재합니다. 약 1분 10초 정도로 주파할 수 있는 츠쿠바 서킷을 예로 든다면, 게임과 실제 주행과의 오차는 2초 안팎이라는 이야기 입니다.

 그렇다면 호기심이 들 수 있습니다. 과연 내가 게임에서 연습한 실력으로, 실제 서킷에서 주행한다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현역 레이서 중에서는 취미로 GT를 하는 분들도 있는 만큼, 나도 한 번 현실에서 서킷 주행을 해본다면 어떨까! 하하, 물론 현실에서는 고가의 자동차를 가지고 서킷을 달려볼 기회 그 자체가 어렵겠지요. 그래서 재밌는 방송 실험을 소개할까 합니다.

 영국 BBC의 인기 프로그램 탑 기어에서 정말로 GT와 현실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미국의 리얼 서킷인 라구나 세카에서 혼다의 NSX를 몰고, 테스트를 시작합니다! 여담으로 NSX는 정말 빠른 시판차 였습니다. 제 경험상으로도 츠쿠바 1분 2초, 라구나세카를 1분 40-50초대에 찍을 수 있는 녀석이지요.


 와우! 진행자 아저씨 제레미 클락슨은 자동차 전문가 답게, 플스 패드로 멋진 실력을 발휘합니다. 300마력에 가까운 NSX를 잘 컨트롤 하는군요. GT는 오버 스티어, 언더 스티어까지 정교하게 구현되고 있는 만큼, 그 감각을 패드로 느껴보는 것도 나름대로 즐겁다고 생각합니다. GT5 위키에 따르면, 6천 명이 투표한 가운데, 패드로 즐기는 유저는 무려 4천명이 넘으며, 수치로도 70%가 넘습니다. 굳이 비싼 레이싱 휠이 없더라도 나름의 즐거움을 충분히 추구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여하튼 제레미 클락슨이 조종한 NSX의 GT4의 기록은 1분 41초! 시판차 로서는 훌륭한 기록입니다. 자 이제 실제 필드로 날아가 봅시다!

 GT와 현실의 결정적 차이, 벌써 눈치챈 분이 있겠습니다만, 정답은 바로 중력의 느낌 입니다. 우리가 놀이동산에서 아찔한 놀이기구를 탔을 때의 그 강렬한 느낌, 그게 바로 중력의 힘이지요. 실제 자동차로 코너를 고속으로 달리면 중력과도 싸워야 합니다. 제레미 클락슨은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간신히 2분 안에 라구나 세카를 돌파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이상은 무리였지요. 현실은 말 그대로 현실이었습니다 (...)

 한 가지 더, 서킷에서 달린다고 해도, 현실에서는 함부로 밟을 수가 없습니다. 잠깐의 미스로 생명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지요. 만화 이니셜 D 에서 조차 달리는 친구들은 최대한의 힘으로 달리지 않습니다. 캐릭터들이 "약간의 여유를 남겨두면서 달리는 것이 꼭 필요하다"라고 언급하지요.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 입니다. 타이어가 미끄러져서 통제를 잃어버리면 어떻게 하지 라는 공포심이 인간에게는 존재하기 때문에, 라구나 세카의 블라인드 코너인, "코크 스크류" 같은 데서 함부로 밟으면서 통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중력도 아찔하고요.
 
 뭐, 지금으로부터 시간이 많이 흐르면 중력을 느낄 수 있는 수준까지 GT가 발전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날이 올 때까지, 30대 여러분들은 아직 힘을 내야 합니다. (웃음) 아래의 10분 짜리 영상을 니코동에서 가져와 봤습니다. 언어는 영어이고, 자막은 일어입니다만, 뭐 화면만 봐도 그 느낌은 알 수 있다고 믿습니다 ^^

 제 나름대로 내려본 결론은 이렇습니다. 현실에서는 몸으로 느끼는 속도 감각이 다르고, 중력의 부담이 작용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이 서킷에 나간다면, 그란투리스모 에서의 실력을 단시간에 발휘하는 것은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코스의 레이아웃(구성)을 익힌다거나, 또한 자동차가 달릴 때의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의 움직임을 간접적으로 배우는 것으로도 의미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험들은 적어도 몸에 남아 있기 마련이니까요. 자동차의 특성을 익힐 수 있는 것만으로도 GT의 경험은 상당히 특별하다고 생각해 봅니다.

 게임과 현실은 엄연히 다른 세계라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현실에서의 많은 경험들 덕분에 게임을 보다 더 깊이 있게 즐길 수 있을 때도 있으며, 반대로 게임에서의 경험들 덕분에 현실에서 통찰이나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너무 과하지 않는 선에서 즐긴다면 말이지요 :) 그란투리스모를 예를 든다면, 역시 현실에서는 조심해서 운전해야 하는구나, 고속 주행은 현실에서 정말 위험하구나 라는 것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아, 이것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요. 오늘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