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로봇대전

확률과 재미, 그리고 중독 (스키너 행동주의 심리학을 토대로)

시북(허지수) 2007. 12. 29. 13:01

 이번에는 확률이 가져다 주는 재밌는 사실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 글은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책/에코의서재), 제 3 차 슈퍼로봇대전 등을 토대로 쓴 글입니다.

 심리학의 행동주의 이론을 토대로 글을 작성한 것이며,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내용들이므로, 이 내용들을 절대적으로 받아들이지는 마세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처 : http://www.yes24.com


 # 장면 1, 쥐를 이용한 상자 실험

 학자 스키너가 쥐를 상자에 가둡니다. (그래서 위의 참고 책 제목이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입니다 >.<)
 그 상자는 발판이 하나 장착 되어 있어서, 그 발판을 누를 때마다 쥐가 좋아하는 음식이 나오게 됩니다.

 쥐는 우연히 발판을 밟게 됩니다. 당연히 먹을게 '덩그러니' 나오게 됩니다.
 그 이후로 쥐는 배가 고플 때마다 혹은 필요할 때마다, 발판을 누르게 됩니다. 먹을게 나오니까요.
 여기까지는 동물이 이렇게 학습될 수 있다 뭐 이런 간단한 내용입니다.
 이것은 (유명한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실험인) 개에게 먹을 것을 주기 전에 종을 치게 되면,
 나중에는 개가 종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리게 된다 와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웃음)

 이번에는 발판을 여러 번 눌러야 먹을 게 나오게 상자의 시스템을 변경합니다.
 예를 들면 10번 누르면 먹을 게 나온다는 이야기입니다.
 우연히 발판을 누르다가 10번 누르면 먹을 게 나온다는 것을 눈치챈 쥐는,
 역시 필요할 때마다 발판을 10번 누르게 됩니다. 그러면 먹을 게 "띠요용" 하며 나옵니다.

 # 장면 2, 쥐를 이용한 확률적 실험의 충격

 이번에는 실험을 하는 도중에 음식이 안 나오게 시스템을 바꾸게 되면,
 쥐는 몇 번을 계속해서 누르다가, 그 다음부터는 아예 포기하고 누르지 않게 됩니다.

 문제는 발판을 눌렀을 때, 음식이 확률적으로 (랜덤하게) 나오는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즉, 예측할 수 없을 때는 어떻게 될 것인가? 입니다.

 누르다보면 언젠가 나오기는 하겠지만,
 눌렀을 때 나올 수도 있고, 나오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경우에 쥐는 계속 발판을 누르게 됩니다.
 그리고 급기야는 강박적으로 (중독적으로) 발판을 계속해서 누르게 되고 맙니다.

 그게 뭐 어때서? 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요.
 그러나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의 의미는 생각보다 매우 큽니다.
 그 작은 환경설정의 차이때문에, 확률의 영향력은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게 됩니다.

 # 장면 3, 인간심리에 적용할 수 있는 위의 실험적 사실 (1. 도박)

 자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인 본론에 들어가 봅시다.
 (※본론에 앞서 중요 참고사항 - 이 실험들과 적용에 있어서 스키너는 엄청난 비판을 받았으며, 현재까지도 받고 있습니다. 적용에 대한 부분은 가급적 실험적인 의미로써 받아들이시길 바랍니다. 인간은 단순한게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위의 쥐를 이용한 실험의 사실들을 대표적으로 적용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도박 입니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슬롯머신(빠칭코) 같은 게임의 경우 일반적으로 약 0.8~0.9 의 배당확률이 정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카지노나 주사위, 포커, 블랙잭 등의 도박은 생각보다 이길 확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심지어는 1 대 1 게임에서 승률이 0.98 (약 49%) 인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절대로 1 보다 높을 리는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카지노 업계는 망하게 되니까요.)

 이해를 돕기 위해서 구체적인 예를 들어봅시다.
 시간당 0.9의 배당확률을 정한다면,
 100만원을 가지고 2시간을 놀게 되면 결과적으로는
 100 x 0.9 = 90
 90 x 0.9 = 81만원
 이런식으로 평균값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일반적으로 0.9의 배당확률으로 100만원을 가지고 2시간 동안 도박을 한다면,
 평균 81만원을 손에 쥐고 있게 됩니다. 도박은 확률적으로는 분명 손해보는 게임입니다.

 그러나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도박을 하게 될 때,
 승리하게 되거나, 돈을 따게 되면, 즉 당첨되면 그 기분이 정말 말로 이룰 수 없이 좋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당첨은 어떤 정해진 주기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 마디로 확률적 (랜덤) 이지요.

 100만원을 가지고 한 시간만에 당첨이 전혀 없이 다 탕진한다면, 도박을 쉽게 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도박의 경우 그렇지 않습니다.
 승리(당첨)의 기분을 만끽하고 그 기분에 도취되어 가면서,
 서서히 몰입해가고, 중독되어가고, 급기야.
 실험실의 쥐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확률에 기대어 심한 말로 폐인이 되어가는 것이지요.
 도박 이야기는 그만두고. 그렇다면 슈퍼로봇대전 유저들에게 좀 더 와닿는 이야기들을 해보겠습니다.

 # 장면 4, 인간심리에 적용할 수 있는 위의 실험적 사실 (2. 확률 당첨의 즐거움)

 인간은 확률에 대단히 약합니다. 수학책의 확률에도 약하긴 하지만 (웃음)
 실제적인 확률에도 대단히 약합니다.

 일반적으로 10%의 낮은 확률에 당첨되는 경우, 인간의 기분은 매우 큰 즐거움을 얻게 됩니다.

 실감이 안 나신다구요?
 만약 겟타빔을 필중 (명중률 100%) 쓰고 맞췄을 때의 기분과
 10%의 겟타빔을 우연히 한 번만에 맞추었을 때의 기분. 을 한 번 생각해봅시다.

 전자라면, 겟타빔 역시 강력하네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후자라면, 오히려 우와 하하하하 저거 맞췄다 라면서 크게 기뻐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이지요.

 (물론 반대로 생각한다면 5~10% 확률을 우주괴수 아무로가 피하면 역시 아무로 하겠지만,
 그걸 맞는 경우 거의 모든 사람은 정말로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불쾌하다 이거지요.)

 본격적 적용의 예로 온라인 게임을 들어보겠습니다.
 대표적 MMORPG 게임 (ex : 리니지 등) 들은 대부분 이 확률적 심리기제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적을 잡는 경우조차 확률적으로 아이템을 주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상당히 낮은 확률로 말입니다.
 그럼 우리는 생각해 봅니다. 아 짱나~ 저렇게 쎈 녀석도 아이템을 왜 이리 안 주노. 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이런 경우 그 몬스터(적)를 해치우는 것을 쉽게 단념하고 포기할까요?
 그런데 일단 좋은 아이템이 나올 수도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몇 개의 파티(그룹)를 이루어서라도, 몇 십 번씩이라도 도전하게 됩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강력한 몬스터를 10번 잡으면 아이템을 주는 것이 더 공평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인간은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앞서 말했듯이, 낮은 확률에 당첨되었을 때의 선택된 기분. 그 쾌락.
 그것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것입니다.

 # 장면 5, 인간심리에 적용할 수 있는 위의 실험적 사실 (3. 예측 불가능의 즐거움)

 또한 확률은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굉장한 힘을 가지게 됩니다.
 두 개의 방향이 있을 때 50%의 확률은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 지 사실상 확답을 전혀 주지 못합니다.
 그런데 어쨌든 결과는 오게 된 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긴장감은 배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또 다른 게임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항상 인기가 좋은 FPS게임(1인칭슈팅) 서든어택 (혹은 스폐셜포스) 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지금 두 갈래의 길이 있습니다. 적군이 어딘가로 오고 있습니다. (발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이 때의 긴장감. 예측 불가능한 즐거움. 그것 때문에, 온라인 FPS게임의 재미는 식지 않습니다.
 (※물론 쏘고 승리하는 즐거움이 크겠지만, 그 이면의 배경에는 완벽한 예측은 불가능이라는 강력한 점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완벽한 예측이 불가능한 예는,
 국민게임이라 불린 스타크래프트 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트라이더 역시 상당부분 예측 불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요. (특히 아이템전은 -_-;)

 예측이 불가능 하면, 인간은 더욱 더 즐거움을 느끼게 됩니다. 긴장감도 더해지지요.
 이렇게 했을 때,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경우. 완벽히 대처할 수 있는 경우.
 보.다.는.
 결과가 어떻게 될 지 잘 모르는 경우인데 결과는 닥쳐오고 있을 때, 도무지 완벽한 대처가 힘든 경우.
 인간은 긴장감과 함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 재미대신에 스트레스 같은 압박감 혹은 공포감만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 장면 6, 인간심리에 적용할 수 있는 위의 실험적 사실 (4. 중독 현상)

 앞서, 쥐 실험에서 확률적으로 보상이 주어질 때, 쥐가 헤어날 수 없는 것을 보았습니다.
 온라인게임도 마찬가지로 (그 확률이 적더라도) 확률적으로 보상이 주어지는 경우,
 심취해서 푹 빠지면 헤어나기가 생각보다 매우 힘듭니다.

 피시방에서 만난 어떤 분의 경우, 거의 매일 밤마다 아주 낮은 확률에 기대어 몇 백번이고 몬스터를 잡고 있습니다. 다른 취미를 두는 게 어때요? 라고 얘기하면, 이것보다 재미있는 게 없다고 합니다. 누가봐도 지겹기만 할 것 같은데 말이지요. (무작위성에 기댄) 확률에 의한 중독은 그만큼 강력합니다.

 또 모모 분의 경우는, 스페셜포스만 하루에 몇 시간씩 무조건 그것만 하는 분이 있습니다. 계급? 상상 초월입니다. (웃음) 그래서 은근히 물어봤습니다. 무슨 재미로 하세요?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 간단합니다. '할 때 마다 게임이 다르니까' (할 때 마다 패턴이 다르니까)

 에이, 자꾸 게임이야기가 뭐야? 라고 하는 분.
 연애도 마찬가지의 사실이 어느 정도 적용됩니다.
 
 애인이 정기적으로 전화를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전화를 안 하게 되거나...!!!
 혹은 다소 부정기적으로 전화를 하게 되면, 애절한 마음은 더 커지게 됩니다. (연애심리학 -_-;)

 언제 연락이 올 지 모른다는 것. 그것 때문이지요.
 연락이 오긴 오는데, 혹은 연락이 어쩌면 닿을 거 같은데, 언제인지는 정확히 모를 때,
 그럴 때에, 오히려 정말 굉장히 애절한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상식적으로 제 3 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연락이 안 오면 뭐 내 할 일 하고 차라리 잘 되었네 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훠~얼신 많다는 것이지요.

 무작위(랜덤)의 힘. 정말로 무서울 정도로 사악할 수도 있습니다 ^^

 # 장면 7, 슈퍼로봇대전과 확률의 관계. 예측의 관계.

 이 곳은 슈퍼로봇대전 연구소 이므로, 슈로대 이야기를 잠깐 하도록 하겠습니다.
 턴제를 가진 많은 시뮬레이션 게임이 그렇지만, 슈로대 역시 확률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슈로대와 확률의 재밌는 관계에 대해서는 이 곳에 글을 써둔게 있으므로 참고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럼 예측의 관계는 무엇인가!?
 제 3 차 슈퍼로봇대전을 예로 설명하겠습니다.
 3차의 경우 고전게임이라서, 우리가 조작할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무기개조도 없음)
 심지어 적이 공격해 왔을 때, 아군의 행동도 일일이 정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경우, 분명히 생각해 볼수록 답답한 것 같기도 하지만...
 오히려 긴장감과 재미는 더욱 강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경우, 인간의 즐거움은 커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연애도 즐거운 것일까요? (웃음)

 # 결론과 의미

 원래 스키너는 보상의 힘을 강력하게 주장한 학자였습니다. 예를 들면 애를 안아주면 더욱 친근감이 커진다는 것을 실제로 설명하였지요. 그래서 당시 교육분위기가 애는 안아줘선 안되며 엄하게 키워야 한다가 대세 였는데, 그 분위기를 흔들어 바꾼 사람이기도 합니다. 또한 인간에게 적절한 보상이 꾸준히 주어진다면, 한 분야에 강화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였습니다. 심지어 피아노 건반에 새가 발을 대면 새에게 음식을 주는 방식으로, 새가 피아노를 치도록 만든 사람이기도 하였습니다.

 어쨌든, 이 중독과 확률의 관계는 인간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하나의 유용한 틀을 제공해 줍니다.
 또한 온라인게임 이나 연애중독, 도박중독 등의 여러가지 중독, 지나친 몰입의 근거를 제시하며,
 그 심리적 기제를 파악한다면 마음먹기에 따라서 현실을 직시하고 벗어날 수 있게 해줍니다.

 또한 확률의 즐거움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듯이, 내기가 없이 어찌 인생이 유쾌할 수 있겠습니까 (웃음)

 특별한 결론을 내리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의 인생은 한 번 뿐이고 충분히 소중한 것입니다.
 자신이 해야할 일, 진심으로 원하는 일 등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잘 분별하고,
 크게 의미 없는 일에,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인생을 낭비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게임보다는 역시 사람이 중요한 것이며, 시간은 더없이 소중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임은 어디까지나 취미로서 즐길 때, 훨씬 더 가치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프로게이머나 게임전문가의 경우는 예외가 되겠지만요 ^^)

 아무쪼록,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인생을 즐겁게 여길 줄 아는 한 분 한 분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원본 작성일 : 2005. 12. 26.
 수정 작성일 : 2007.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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