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생각의 지도 - 책리뷰

시북(허지수) 2011. 7. 12. 13:20
 생각의 지도라는 책은 상당히 흥미로운 책입니다. 동양사람과 서양사람의 사고방식의 차이를 심층적으로 조명했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동양에서는 원과 같은 사고방식을 합니다. 인생은 돌고 도는 것이며, 관계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나간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직선과 같은 사고방식을 합니다. 한 가지를 놓고 끝없이 파고들어가는 것이며, 존재 의미 그 자체를 탐구하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 지를 스스로 찾아나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미덕은 무엇이 옳고 그르냐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다만 차분한 어조로 각각의 사고방식이 가지는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한 번 출발해 봅시다.

 저자 : 리처드 니스벳 / 역자 : 최인철 / 출판사 : 김영사
 출간 : 2004년 4월 13일 / 가격 : 12,900원
 페이지 : 248 / 판형 : A5


 한 마디로 동양과 서양은 세계관이 다르고, 보는 것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동양인은 숲을 보려는 경향이 큽니다. 전체적인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법에 의한 해결 보다는 화해하고 어울려서 살아가는 것을 선호합니다. 같은 일이 일어나도 서양인은 나무를 보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세부적인 것도 정확하게 따지고 들어가야 하며, 법적인 해결도 불사합니다. 그러다보니 변호사의 숫자도 월등히 많습니다. 토론을 통해서 끝을 봐야 하며, 친한 친구일지라도 공개적인 비판을 주저함이 없습니다. 이 두 세계관은 한 쪽이 일방적으로 옳은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사회화 되어 자라왔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는 유치원에서부터 기본적인 것을 가르친다고 합니다. 그 기본이라는 것이 남에게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라는 것이지요. 그 출발점부터 관계중심적인 사고에 익숙하도록 맞춰집니다. 결국 인간은 서양인이나 동양인이냐보다,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가" 이 점이 사고방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결정적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서양사람이라도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다면, 관계중심적 사고방식에 강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겠지요. 서양에서는 카테고리, 다시 말해서 분류적 사고에 능숙하게 됩니다. 같은 특징이 있는 것끼리 잘 체계화 시키고 잘 묶으며, 이론을 정리하는 데도 훨씬 유리합니다. 노벨상 수상자가 서양 사람들이 많은 것도, 그들이 잘나서가 아니라, 연구하는 사고방식이 보다 더 체계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보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 소가 있습니다. ⓑ 닭이 있습니다. ⓒ 풀이 있습니다. a,b,c 중에 두 가지를 선택에서 묶으라고 한다면 무엇을 선택하겠습니까. 매우 흥미롭게도 동양인들은 소와 풀, 서양인들은 소와 닭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저도 소와 풀이었고, 우리 공부방의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망설임 없이 소와 풀을 선택합니다.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동양적 세계에서는 소와 관련되어 있는 풀을 선택하는 것이고, 서양적 세계에서는 소와 같은 범주에 속하는 닭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이 책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으며, 서로 다른 세계관 속에서 발전적으로 도와간다면, 더욱 멋진 미래를 맞이할 수 있지 않겠느냐 라고 근사한 질문을 던지는 셈이지요. 개인적으로 저도 관계적 사고, 종합적 사고에 익숙하고, 섣부르게 답을 잘 내리지 못하는 경향이 큽니다. 판단보류는 넓은 시야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답답할 때가 있지요. 이럴 때는, 서양적인 세계관을 흡수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거봐, 이것이 세계일 뿐이야" 라고 단순화 시켜서 접근하면, 의외로 해결의 실마리를 쉽게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렇듯 단순하게 세계 혹은 본질을 파악하고, 또한 계속해서 수정해 나가려는 서양인의 사고방식은 분명히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 있다고 느껴집니다. 서양사람들은 메뉴얼을 만들고 체계화를 하며, 시스템을 만들어 버리는 것에 익숙합니다. 단순화 시켜서, 누구나 이해하게끔 접근하는 것이지요. 물론 이 접근 방법도 그것이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말하지 못하므로, 불완전하다고 비판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루 뭉술하게 진리는 자연 속 어딘가에 감추어져 있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훨씬 실용적인 시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 이제는 서양사람들도 동양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고, 반대로 동양사람들도 서양적인 사고를 하는 글로벌 시대가 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숲을 보는 것과 동시에 나무도 봐야 한다고 정리하는 것이 맞겠지요.

 덧붙여 서양적 사고방식이 만든 탐구적 성향을 잘 보여주는 것이 깨진 유리창 법칙이 아닌가 싶습니다.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것에는 어쩌면 단순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접근 방법으로 추적해 들어가서, 범죄와 깨진 유리창의 상관관계를 밝혀내고, 많은 예산을 투입해 깨진 유리창을 없애버림으로서 범죄율을 감소시켰다는 것은 단순화 사고도 큰 통찰을 얻을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종합적이고 관계적인 사고 역시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됩니다.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는데 있어서,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라는 접근 방법은, 문제를 다각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며, 놓치기 쉬운 부분까지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겨울 다음에 오는 것이 반드시 봄이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겨울이 지나면, 꽃이 핍니다. 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도 멋있다고 생각하니까요.

 너무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냐 라고 부담을 느낄 수도 있고, 저자가 서양 사람이다 보니, 분석적 사고로 글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될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는, 읽어둘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고, 분량도 많지 않기 때문에 무더운 여름날 저녁 일독을 권해봅니다. 많은 데이터와 실험자료들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조차도 사고방식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적, 유재석이 함께 불러서 큰 화제가 되었던 노래 "말하는 대로"처럼, 우리는 말하는 방식대로 영향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말하는 방식, 생각하는 방식을 뒤집어 봄으로써, 색다른 시각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예컨대 과연 될까? 나는 할 수 있을까? 라는 시야를 뒤집어서, 이걸 왜 못 하지? 내가 못하는 것은 무엇이지? 라고 질문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자신의 가능성을 의심하기보다는,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포기하고,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그것에 집중하라는 것이지요.

 그럼 오늘의 책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치겠습니다. 우리는 타인에 대한 이해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사람의 생명력이라는 것은 숨을 못 쉴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이 멈출 때 끝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오늘도 멋진 하루 만들어 가세요. 화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