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스타열전

데포르티보 레전드, 후안 카를로스 발레론

시북(허지수) 2011. 8. 15. 17:07

 갑자기 발레론이 쓰고 싶어졌습니다 ;) 글쎄요.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선수이고, 전성기 시절 지단과 비교될만큼 탁월한 테크니션이었는데, 이제는 세월이 많이 흘러서 발레론도 현역 은퇴가 몇 년 남지 않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2004년 챔스 4강을 자랑하던, 소속팀 데포르티보도 결국 2011-12시즌은 2부리그에서 맞이하게 되었고요. 세월은 이렇게도 빨리 흘러가고 있군요. 여하튼 발레론 이야기 신나게 출발합니다 ^^

 프로필

 이름 : Juan Carlos Valeron Santana
 생년월일 : 1975년 6월 17일
 신장/체중 : 184cm / 71kg
 포지션 : MF
 국적 : 스페인
 국가대표 : 46경기 5득점


 섬세한 패스, 탁월한 감각, 환상적인 플레이메이커 발레론 이야기

 발레론은 초창기에는 무명선수 였습니다. 스페인 3부리그에서 뛰던 선수였지요. 그런데 타고난 축구재능은 숨겨지지 않았나 봅니다. 2부리그, 3부리그를 왔다갔다 하는 약팀 라스팔마스에 있었지만, 상당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1997년 프리메라리가의 마요르카로 이적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게다가 발레론은 워낙 라리가 데뷔가 성공적이었습니다. 마요르카는 리그 5위, 코파델레이 준우승을 기록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발레론은 젊은 미드필더로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명문팀의 러브콜을 받습니다.

 1998년부터는 AT마드리드에 이적해서, 폭풍성장을 해나가면서 국가대표로도 발탁! 스페인의 미래를 책임질만한 촉망받는 재능이 되었지요. 섬세하고 상상력이 넘치는 창조적인 플레이는 보는 팬들을 단숨에 사로잡았습니다. 유로2000에서 발레론은 큰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스페인은 8강에서 프랑스에게 패배하고 말았고, 발레론은 패배의 주범(?)중 하나로 욕도 엄청 먹어야 했습니다. 발레론은 지단 2세라고 불릴만큼 뛰어난 재능이었지만, 정작 지단이 이끄는 당대 최강 프랑스의 벽은 높았습니다. 게다가 소속팀이었던 AT마드리드는 2부리그 강등이라는 충격의 결과를 맞이하였지요. 안팎으로 발레론이 맞은 커다란 위기였습니다.

 2000년 여름, 발레론은 당시 잘 나가던 데포르티보로 전격 이적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직적이고 견고한 축구의 데포르티보 였는데, 발레론이 팀에 들어오자 굉장히 환상적인 팀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허를 찌르는 발군의 패스 센스는 매력이 넘쳤고,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도 있었으며, 당대 스페인에서 손꼽히는 플레이메이커로 통했습니다. 다만 골결정력이나 슈팅에 대한 감각은 높지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세계 탑클래스 패스마스터라고 보면 좋겠습니다.

 데포르티보는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시즌을 눈부시게 보냈습니다. 언제나 최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었고, 스페인의 강호클럽으로 평가받았으며, 챔피언스리그에서도 2004년 4강을 기록하기도 합니다. 인구 20만, 스페인 구석의 시골팀이 유럽을 호령하는 명문팀들과 명승부를 펼쳐나간 것도 상당히 강렬하던 이미지였지요. 발레론은 2002년 월드컵, 유로2004에도 참가하면서, 스페인의 인기 미드필더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는 듯 했습니다.

 2006년 초, 발레론은 치명적인 부상을 당합니다. 십자인대부상 등으로 왼쪽 무릎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2년이 넘게 부상과 사투하면서, 2번의 수술을 감행합니다. 경기장에서 오랜기간 발레론을 볼 수 없었습니다. 사령탑을 잃은 데포르티보는 2007년 13위까지 추락하며, 근래에 보기 드문 안타까운 성적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발레론은 국가대표 생활도 29살을 끝으로 접어야 했습니다.

 3년이 흘렀습니다. 2009년 1월, 기나긴 재활을 견뎌낸 발레론이 선발로 출장하기 시작합니다. 그가 다시 선발로 이름을 올리기까지 무려 1,098일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복귀한 발레론은 다시금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으며, 베테랑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해나갑니다. 데포르티보는 다시금 중위권으로 치고 올라가는 등 인상적인 모습도 나타내고 나쁘지 않았습니다. 노장으로 마지막까지 소속팀을 위해서 뛰는 모습은 언제나 보는 이에게 감동을 주는 거 아니겠습니까 :)

 그럼에도, 참으로 안타깝게도, 현실은 슬프게 흘러가고 말았습니다. 골결정력에 심각한 문제를 보이던 2010-11시즌 결국 데포르티보는 강등되고 말았습니다. 상당한 승점을 얻었지만, 뒤에서 3등이라 강등을 피할 수 없었지요. 이제 이쯤에서 발레론의 이야기를 슬슬 정리해야 겠습니다.
 
 발레론은 사생활 면에서도 존경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아프리카 가나에 축구 스쿨을 만들고, 고액 기부를 마다하지 않는 인물이고, 평소에도 소박한 인간성과 성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라울과 국가대표로서 포지션 경쟁을 할 때도, 자신은 주전이 아니라도 상관 없다며, 경쟁심 보다는 온화한 성격을 보여주던 이색적인 인물 발레론. 데포르티보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명장 이루레타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발레론은 시합에 더욱 열정적이었다면, (=더욱 뜨거웠다면)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지요. 그럼에도 온화하고 부드러운 발레론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던 선수였다고 정리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글을 마치며 발레론의 동영상을 덧붙입니다. 절묘한 패스감각이 예술이지요. 독자님들께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필작어세(必作於細)라는 말이 있습니다.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지요. 세밀한 패스 한 방이 경기를 결정하는 것이 축구이기도 한다면, 참으로 되새겨 볼 만한 문구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을 의미있고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작지만 소중한 노력,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