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3분 고전 古典 - 책리뷰

시북(허지수) 2011. 10. 6. 18:04
 평소 라디오 등에서 정겹게 들리던 그 목소리, 박재희 교수님! 오늘은 박재희 교수님의 책 - 3분 고전에 대해서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이 책은 고전에서 발췌한 고사성어를 위주로, 편안하고 알기 쉽게 해석해 놓은 책입니다. 많은 고사성어가 담겨 있으며, 잘 알려지지 않은 문구도 있기 때문에, 음미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몇 가지 매우 인상적인 대목이 있어서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시작은 상선약수와 함께 합시다. 물처럼 사는 것이 아름답다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해주지만, 공을 다투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흐른다." 멋지지 않습니까. 남을 도와주고, 슬쩍 빠져주고, 궂은 일을 담당하면서도 내세우지 않고. 상선약수의 의미는 몇 번이나 되새겨볼 가치가 있습니다.

 저자 : 박재희 / 출판사 : 작은씨앗
 출간 : 2010년 11월 7일 / 가격 : 13,500원 / 페이지 : 255쪽



 자 본격적으로 더 깊게 파고 들어갑시다. 좋아하는 구절 중에 난득호도 라고 있습니다.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게 보이기는 힘들다 라는 의미 입니다. 요새는 워낙에 스펙이니, 자격증이니, 내세우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세상에 일견 이상해 보이는 구절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실력을 숨기고 짐짓 고개를 숙이는 이 태도는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어리석게 보이면, 일단 적을 만들지 않습니다. 예컨대 오늘날의 중국도 난득호도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분석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난 아직 부족하고, 바보같으니 넘어가주세요. 라는 식이지요. 그러면서, 주변에서 방심하는 사이에, 계속해서 실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자신의 빛을 일부러 숨겨서, 몸을 살리고, 후일을 도모하는 자세는, 때에 따라서 매우 귀중하게 사용할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자기자랑 하기는 쉽지요. 자기자랑 늘어놓다가는, 다 잃을 수 있음을 고전에서는 오래도록 경고하고 있습니다.

 목계지덕도 생각해 봄직 합니다. 최고의 싸움닭은 나무닭과 같다는 것이지요. 조용하게, 움직이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이른바 "지존"의 포스가 여기서 나옵니다. 바둑의 고수들이 대국을 하는 것을 보면, 가끔 돌부처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무엇을 생각하는 지 상대방이 읽을 수 없어야 진짜 고수인거지요. 카드놀이에서 한결같은 포커페이스가 최고인 것과 같은 이야기 입니다. 버려야 할 것을 박재희 교수님은 언급합니다. 교만, 조급, 공격적인 눈초리를 버려야 덕이 있는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아 정말 멋있습니다. 하하.

 지성무식은 제가 지인들에게 자주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지극한 정성은 쉬지 않는다 라는 이야기 인데, 다시 말하자면, 성실하다는 것은 쉬지 않는 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성실한 삶의 태도는 하늘도 감동한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도 매일 반복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습관은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라고 적었습니다. 매일 운동하는 사람은 체력이 좋아지고, 매일 영어공부하는 사람은 영어실력이 는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성실함은 보답받게 되어 있습니다.

 유명한 사자성어, 대기만성에 대한 색다른 해석은 감명 깊었습니다. 흔히 큰 인물은 나중에 혹은 천천히 완성된다 라고 알고 있는 대기만성! 박재희 교수님은 다른 해석을 제시합니다. 큰 그릇은 완성이 없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완성이 없다는 허무함의 철학이 결코 아닐 것입니다. 한 마디로 "내 인생 최고의 작품은 다음 작품이다" 라고 말하는 태도 입니다. 끝없는 발전, 끝없는 노력의 가치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날마다 혁신하는 사람의 위대함을 차분하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동양 역사에서 말하는 인재란,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더 나음"을 추구하는 사람임을 알려줍니다.

 세 가지 불행에 대한 언급은 꼭 되새기고 기억해 둬야 하는 대목입니다. 어린 시절 과거 급제, 부모 형제가 대단하고, 자신의 재주와 재능이 뛰어난 것, 이 세가지가 인간을 망친다고 경고하는 것입니다. 제가 현대식으로 풀어쓰자면, 재벌 집안에, 뛰어난 학벌에, 못하는 것이 없는 다재다능 실력까지. 결국 이 오만함이 성품을 훼손시켜서, 덕이 없는 사람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과연 이 말은 사실일까요? 일본에서 경영의 신이라고 불렸던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못 배우고, 약하고,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것이 가장 큰 행복이다 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마쓰시타는 못 배웠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지혜에 귀 기울일줄 알았다고 합니다. 어쩌면 약했기에 몸을 조심했고, 가난했기에 배울 수 있었던 점이 있지 않았을까요? 작고한 스티브 잡스도, "stay hungry, stay foolish"를 이야기 합니다. 계속 배고파 하고, 계속 바보같은 짓을 할 줄 알아야, 인간은 갈구하는 것을 이루어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인간에게 필요한 세 가지라면, 겸손한 태도를 배우는 것, 성실하게 노력하는 태도를 배우는 것, 안일하고 방탕함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하는 자세를 배우는 것. 이 세 가지를 배워야 함을 정중하게 박재희 교수님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람을 눈멀게 하는 것에 대해서 고전 이야기를 덧붙이고 마치겠습니다. 춘추시대 오나라 왕 부차는, 약한 나라 월나라에서 미인계로 공격하자, 정신이 혼미해 지고 맙니다. 보다 못한 오나라 신하 오자서가 간곡하게 청합니다. 오색이 눈을 어둡게 하고, 오음이 귀를 먹게 한다라는 것이지요. 화려한 빛깔, 화려한 소리가 사람을 망친다고 역사적 사례를 들어가면서까지 조언을 합니다. 하지만 끝내 부차는 쓴소리는 무시하고, 정신줄 놓은채로 유희를 즐깁니다.
 
 미인 뿐만 아니라, 앞서 말한, 많은 돈, 자기 재능, 집안의 빽, 이런 것들에 눈이 멀다보면, 사람은 노력하는 태도를 잃어버리게 되고, 결국 그 댓가를 치르게 됩니다. 결국 오나라는, 와신상담으로 유명한 월나라 왕 구천에 의해서 망하게 됩니다. 승리는 결국 역겨운 쓸개맛을 매일 맛보며 고통 속에서 실력을 기른 구천이 차지합니다. 인간을 성장시키는 것은, 편안한 환경이 아닐 수 있음을 되짚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부디 힘을 내시길 바랍니다. 리뷰 마칩니다. / 2011. 10.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