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남은 것은 기적이었는지도 모른다. 정신과 의사 스튜어트 브라운 박사님의 책을 읽고 있다. 놀이 예찬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러한 구절이 있다. "일이나 여러 가지 책임은 놀이 같은 건 집어치우라고 요구할 때가 많다. 그러나 놀이가 장기적으로 결핍되면 기분이 가라앉는다. 낙관적인 생각이 사라지고 쾌감이나 지속적인 기쁨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어머님의 (폐쇄병동을 포함한) 중증 바이폴라 정신장애 간병은 내게 매우 힘든 과제였고, 즐거움이 없는 긴 생활이 강요되었다. 인간에게 낙관성과 기쁨이 사라지는 것만큼 무서운 일이 과연 있을까? 나는 견디고, 또 견디다가, 한계치를 넘는 고통과, 결코 나아지지 않는 절망 앞에서, 종합병원 옥상까지 천천히 발걸음을 향했다. 우연히 내 모습이 병원 직원에게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