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부터가 재밌습니다. 외계인 관람금지. 뭐 어쨌든 이 리뷰는 한국어이고,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겠지만, 관람은 자유 입니다! 신개념SF 영화인데, 정말 즐겁게 감상한 영화 입니다. 보통은 외계인이 몰려오고, 한바탕 전쟁을 벌이고 하거나, 또는 외계인과의 우정을 그리곤 하는데, 디스트릭트9 는 확실히 좀 개념이 다릅니다. 어쩐지 외계인은 불쌍해 보이고, 어쩌다가 신세가 저렇게 되었나 싶기도 합니다. 아, 그래서 외계인들은 관람하면 안 되는 거군요 :)
일단 흥행면에서는 성공입니다. 3천만 달러 제작비로, 2억 달러 넘게 벌었습니다! 크게 알려지지 않은 무명 배우를 기용했지만, 참 좋았지요. 작품성도 인정받아서 많은 리뷰어들이 높은 평가를 아끼지 않았으며, 아카데미나 골든글로브 등에서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지요. 외계인 나오는 영화 치고는 무척이나 시사하는 바가 많기 때문이겠지요. 닐 블롬캠프 감독은 인터뷰에서, 남아공 토박이 사람들과, 분쟁이 많은 인근 국가에서 피난겸 이주해온 사람들끼리의 갈등을 참고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건 정말 많은 나라들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국도 피해갈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고도 생각하고요. 영화 이야기 속으로 이제 들어가 봅시다.
물론 현대 사회의 많은 부분들을 반영하고 있지만, 감독이 말하기를 이 영화의 본질적인 측면은 인종 대립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약자의 시선을 토대로 오락성을 추구했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이 영화에서 약자로 취급되는 것은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구박받는 (...) 외계인이지요. 이들은 쓰레기더미나 뒤져서 먹고 사는 멍청이로 다루어집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정보 통제 등의) 정치적인 이야기도 조금 담는다면 좋겠지만, 일단은 외계인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영화를 살펴보는것도 상당히 재밌을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주인공 비커스는 잘 나가는 조직에서 중요한 업무를 맡았습니다. 승진이 걸려 있고, 그는 주어진 일을 누구보다 성실하게 하는 편입니다. 9 구역에 들어가서, 외계인들을 내쫓아 버리는 것이 오늘의 임무지요. 징그럽게(?) 생긴 외계인들은 통제된 구역에서 차별을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점점 외계인들을 싫어하기 시작하자, 그들은 추방되어야할 존재로 이제 내몰리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재밌게도 사회적인 강자인 비커스가 일을 하다가 외계물질에 오염되는 참사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빠른 속도로 망가져가는 비커스의 삶을 집요하게 보여줍니다. 인간을 철저하게 이용가치로 바라보는 것이지요. 13년 동안 친하게 지냈던 직장 동료도 외면하고, 정말이지 세상에 믿을 사람 없네요. 씁쓸한 내용이지만, 이거 꽤 중요한 대목입니다.
우리가 사회적인 추락을 겪으면, 갑자기 연락이 뚝 하고 끊길 때가 있습니다. 반대로, 승진을 한다면? 잘 알지도 못했던 사람에게서 과일박스를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현대 사회는 정말이지 이런 일들이 너무 흔하게 발생합니다. 하기야, 너무 씁쓸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힘들어 하는 사람과 연락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됩니다 :) 이것이 저의 생활에서 그래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 중에 하나입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잘 안 되서 문제지만... 쿨럭.
비커스는 그리하여 하이브리드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반은 사람인데, 반은 외계인. 경계인이라고 쓰면 좋겠네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까요. 사람들 입장에서 볼 때 비커스는 괴물일 뿐입니다. 일단 다르다고 생각되면, 무지막지 하거든요. 인정사정 볼 것 없습니다. 오히려 외계인의 입장에서 볼 때, 비커스가 어땠을까, 이 부분이 굉장히 참신했습니다. 그래도 귀엽게 그려지는 외계인 꼬마는 이 비커스 삼촌(?)을 좋아합니다. 이유는 한쪽팔이 자신과 닮았다는 이유지요. 와, 이거 정말 놀랍지 않나요. 누군가는 자신과 다른 점이 조금 있다고, 증오를 폭발시키고, 누군가는 자신과 닮은 점이 조금 있다고, 따뜻한 시선을 보내옵니다. 그래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볼 때, 다른 점을 먼저 볼 것이 아니라, 비슷한 점이 있는지 보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 가지 더, 이 영화에서 인간 욕망이 추구하는 두 가지는 돈과 힘 입니다. 아 같은 말인가요 (웃음)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인상적인 대목이 많이 나오지요. 가령 고양이밥을 사기쳐서 팔아먹는다거나, 힘에 좋다면 뭐든지 먹어치운다거나, 어? 이거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 아닌가요. 네, 정확히 오늘 저녁 뉴스에 나오던 내용입니다. 당근을 국적세탁시켜서 팔아치우고, 건강에 좋다는 많은 영양제를 먹다가 식도염에 걸렸다는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물론 돈이 중요할 수 있는데, 적어도 먹을 것으로 장난치는 사람들은 가혹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타인의 삶과 건강"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표현을 가져오면, "벌레보다 못한 저질인간"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업의 목적이 단순한 이윤 추구가 아니라, 사회를 생각하는 이윤 추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돈 번다고 주변의 환경과 이웃의 건강을 망가뜨려 놓고서, 부자되었다고 목에 힘주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겠지요. 뭐, 부끄러움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많아서 문제인가요? 하하.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것은, 왜 외계인은 몰락했는가 입니다. 영화에서는 그들이 리더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이야기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정치적 이야기는 자제하려고 했는데, 끝내 조금 하게 되네요. 누군가 자신을 대변해서 이야기를 해주는 리더의 역할은 정말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서 한국의 대통령이, 한국사람을 대변하지 못하고, 다른 나라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면, 그 국민은 얼마나 비참한 존재가 되는 것입니까.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지도자나 대표를 잘 뽑아야 합니다. 정치 참여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투표를 무엇보다 귀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개개인은 아무리 똑똑하고, 능력이 있다해도, 뿔뿔이 흩어진채로, 노예처럼 살아갈 위험성도 있는 것입니다. 참 재밌고, 독특한 시선의 영화 디스트릭트9 였습니다.
해외 리뷰에서는 디스트릭트 9와 카프카의 소설 변신을 연결해서 보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카프카의 변신에 잘 묘사되어 있듯이, 우리가 어느날 벌레 같은 존재가 되면 미움받겠지요. 가끔 사람이란 참 슬프다는 생각을 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사랑 받는다는 것이 어쩐지 판타지가 되었고, 잘 보이기 위해서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시선을 의식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실제로 카프카의 소설 초판 표지그림은 "어두운 방으로 통하는 문에서 얼굴을 가리며 멀어져 가는 젊은 남자의 그림" 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자화상을 카프카는 백년전에 보고 있었나 봅니다 (...)
재밌게(?) 이 리뷰의 마무리를 충격적으로 쓰자면, 어쩌면 우리 모두는 외계인화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승자 독식의 사회에서는 승자 외에는 누구나 한 번쯤은 벌레 취급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불행지수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지요. 어딘가에서 실패하고, 떨어지고 나서 기뻐한 사람을 본 적 있나요? 분노하거나, 울거나, 주저앉고 맙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뭐 어때" 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요즘 자주 인간은 과거의 경험들이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히려 괴로운 과거사 한 두개쯤 있는 것도, 그 나름대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인생이 깨끗하게만 보인다면, 어쩌면 아무런 도전도 하지 않은게 아닐까요.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 2013. 02.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