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킹스 스피치는 상당히 저예산 영화입니다. 1천5백만 달러로 제작했는데, 상상 이상의 세계적 성공을 거두었지요. 4억달러가 넘는 흥행수입을 기록했고, 걸작 명화로 평가받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물론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지루한 느낌을 줄 수도 있습니다. 자극적이거나 감동적인, 이른바 극적인 장면은 철저하게 사라져 있고, 건조하고 느린 템포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킹스 스피치는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리더십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고, 우정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으며, 국가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음, 제가 오늘 접근해 보고 싶은 부분은, "자학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다르게 쓰자면, "열등감과 압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기도 합니다. 그 탐구 속으로 들어갑니다.
영화의 주인공 버티는 어린 시절부터 심각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말을 더듬는다는 것이지요. 그는 왕위를 계승받을 가능성도 있는 왕족이지만, 자신의 단점을 일찍부터 잘 알고 있어서, 스스로 왕이 될 마음을 좀처럼 가져보지 않고, 그야말로 맑아보이는 사람입니다. 그의 아내가 갑갑한 생활을 감수하고 여러번의 청혼을 거절하면서도 끝내 버티와 결혼했던 것은, 이처럼 말을 더듬고, 착한 마음이 좋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내도 대단하지요. 호화로운(?) 생활이 보장된 왕족의 결혼요청을 두 번이나 거절하다니, 멋있습니다.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그는 여하튼 높은 우선순위의 왕족이므로, 연설을 해야할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는 단점을 고쳐보기 위해서, 정말 많은 세월을 노력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잘 되지 않습니다. 급기야 치료는 더 이상 하지 않을거라며 울분에 차기도 합니다. 그런 그에게 행운이 찾아왔으니, 어떤 남자와의 인연, 언어 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와의 만남입니다. 버티와 로그의 깊은 우정이 이렇게 막을 엽니다.
로그는 왕족 버티를 고쳐보기 위해서 상당히 독특한 방법을 시도합니다. 마치 잠재된 가능성을 이끌어 내는 것처럼, 내부적인 시선으로 그를 대합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원래부터 당신은 말을 더듬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노력하면 무엇이든 고쳐나갈 수 있습니다." 라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야기를 해줍니다. 가볍게 보자면 이렇습니다. "거봐요 욕할 때는 더듬지 않잖아요, 노래할 때도 더듬지 않잖아요" 라면서 그 사람이 가진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이 대목은 하나의 중요한 통찰을 줍니다. 가능성을 발견했다면, 그것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안 되는 것은 그만 쳐다보고, 할 수 있는 작은 가능성을 바라볼 때, 우리는 변화의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변화의 첫 걸음을 내딛은 버티는 어떻게 되었나요. 얼마 못 가서 그대로 넘어져서 만신창이가 되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자전거를 처음 타보려다가, 손바닥과 무릎이 까진 아이처럼, 버티는 치료를 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 힘들어 합니다. 마침내 버티는 국왕 조지6세가 되었음에도, 국왕이 맡아서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인 연설조차 잘 해내지 못한다며 자책하고, 또 자책합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마음이 무겁고, 당사자는 절망감까지 들었을 것입니다.
우스갯소리 처럼 들리겠지만, 긴 시간 동안 연습해서 그가 나아진 것은 욕설을 좀 더 잘하게 되었다는 것 정도. 이 쯤에서 습관에 대해서 말하고 싶습니다. 습관을 버리기는 무서우리 만큼 어렵습니다. 매일 매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노력해야만 우리는 삶을 조금씩 바꿀 수 있습니다. 유느님이라 불리는 유재석이 처음 헬스장을 찾았을 때는 약골이었지만, 그는 이제 몸짱으로도 통하게 되었습니다. 그토록 지독하게 자신과의 약속을 소중히 여기며, 스스로를 이겨내 나가는 모습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를 사랑하고, 유느님이라며 존경하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스쳐지나가는 대사로 "그는 인내심이 많아서 좋은 왕이 될 것" 이라는 대사가 있습니다. 변화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면, 저는 꾸준히 노력하는 "인내심"을 들겠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의 특징도 뜻밖에도 재능만큼, (혹은 재능이상으로) 인내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고통을 잘 참고, 인내할 줄 아는 사람은 좋은 리더가 될 것입니다. 반대로 성격이 급하고 쾌락을 좋아하는 리더는 조직을 망친다는 것과 같은 이치겠네요. 하늘이 큰일을 맡길 때에는 그 사람에게 반드시 시련을 준다는 이야기를 뒤집어 보면, 시련을 견뎌내는 인내심이 없는 사람은 결코 큰 책임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와 똑같습니다.
갈등 속에서도, 끝까지 연습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에 감동하게 되는 영화 킹스 스피치, 영화는 후반으로 가면서 또 다시 감탄을 줍니다. 버티가 알고 보니, 박사도 아니고, 게다가 호주에서 왔다는 것. 그러다보니 국왕 주변에서는 그를 사기꾼처럼 바라보며, 국왕에게 언어 치료사 로그를 제대로 된 인물로 (학력과 배경이 깔끔한 인물로) 갈아치우라고 조언합니다. 이 때 국왕이 된 조지6세의 결정은 심금을 울립니다.
당신말처럼, 로그는 박사도 아니며, 호주에서 왔지만, 나는 그가 필요하다, 그러니 내가 결정하도록 놔두라고 조금의 빈틈도 없이 단호하게 잘라 말합니다. 학력과 출신을 보지 않고, 오직 능력을 보고 사람을 중용하는 태도에 깊은 인상을 받습니다. (조지6세와 로그는 이후로도 오랜 친구가 되었고, 마침내 로그는 자신의 공을 인정받으며 훗날 기사작위도 받습니다.) 리더가 보아야 할 것은,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사회적 껍데기가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내면이어야 합니다. 독선적이고, 독단적인 권력을 휘둘러서는 곤란하지만, 그렇다고 주변의 말에 휘둘리는 꼭두각시가 되어서도 곤란합니다. 자신의 주장을 통해서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리더가 된다면 정말 근사하겠지요.
그렇게나 연설을 못하던 조지6세는 끝없는 연습으로, 마침내 사람들에게 와닿는 연설을 해내는데 성공합니다. 그것도 매우 중요한 긴 연설을 감동적으로 해냅니다. 연설 장면은 물론 감동적이지만, 이 뒷부분에서 저는 더 강렬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오랜 동반자 로그는 칭찬을 끝내자마자, 다음에는 이 부분을 고쳐보자며, 정확하게 지적하면서 더 앞으로 나아가기를 권유합니다. 조지6세의 대사는 더욱 멋있습니다. 아직 더 연습해야겠어.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 지도자의 모습은 묵묵하게 빛을 발합니다.
이제 결론을 내야 겠네요. 자학에서 벗어나는 방법,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해서 연습하는 것입니다. 열등감과 압박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 남과 비교하지 않고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아지도록 연습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작은 성취와 발전에 대해서 꼭 칭찬하고, 또한 그와 동시에 적당한 성공에 안일하게 안주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매일 노력해 나가는 사람은, 조금씩, 조금씩,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인생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리뷰를 마치며, 저는 아무리 파악해봐도 지도자의 소질이 전혀 보이지 않는 사람입니다. 솔직히 작은 가게의 책임자를 하는 것 조차도 버거워 합니다. 저는 다만 로그 정도의 역할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할 수 있어, 자신감을 가져봐!" 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정확히 로그와 마찬가지로 경험을 통해서 얻은 자산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 때는 류머티즘으로 인해 무릎을 구부리지 못했었는데, 지금은 가벼운 달리기도 가능하고, 한 때는 포도막염으로 인해 시력이 거의 실명 직전까지 떨어졌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노력만 하고, 인내심만 가진다면, 우리는 도전을 통해서, 마침내 발전할 수 있는게 아닐까요?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 언젠가 인상적인 명연설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재능이 부족한 사람이라도 계속해서 노력해 나간다면, 언젠가 아름다운 날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도망치지 않고, 자신이 맡은 바를 노력하며, 계속해서 한걸음씩 걸어가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단언컨대, 모든 것이 가능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집중해서 노력해 나가는 그만큼은, 분명히 바뀔 것입니다. / 2013. 02.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