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영화 귀여운 여인 (Pretty Woman, 1990) 리뷰

시북(허지수) 2013. 3. 6. 20:11

 1990년 3월의 봄날, 귀여운 여인이라는 영화가 미국에서 개봉했습니다. 1천4백만 달러의 비교적 저예산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기록적인 흥행돌풍을 일으키며, 1990년 미국흥행수입 1위를 기록합니다. 귀여운 여인이 거둔 수입은 무려 4.6억달러가 넘습니다. 제작비 대비, 30배가 넘는 수익을 안겨다준 대박 잘 만든 영화가 되었지요. 세계적인 여배우 줄리아 로버츠의 젊은 시절을 보는 풋풋한 즐거움도 있습니다. 예쁜 여배우의 맑은 웃음은, 수 많은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하하.

 

 백마탄 왕자님이라는 동화같은 스토리를 깔아두고 있지만, 영화는 비교적 현실적인 분위기로 흐르는 편이며, 감정의 상처, 소통의 어려움도 드러납니다. 두 세계가 만나는 일이, 결코 낭만만 들어있는 보따리는 아님을 말해주기도 합니다. 두 세계라고까지 표현한 것은, 에드워드와 비비안이 마주하고 있는 세상이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영화 언터처블에서는 서로 다른 두 세계의 남자가 소통하고, 우정을 나누는 것을 현실적이면서도 감동적인 방법으로 그려냈습니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두 세계의 남자와 여자는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갈 것인가? 로맨틱한 영화 속으로, 퐁당 들어가봅시다.

 

 

 에드워드는 이른바 기업사냥꾼으로, 냉정한 사업가 입니다. 10억 달러의 돈을 움직이고, 최고급 호텔에 머무는 최상류층입니다. 반면, 비비안은 세상의 밑바닥까지 추락해서,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슬픈 인생입니다. 비비안의 친구는 마약에 빠져있고, 그녀의 친구의 친구쯤 가면, 젊은 나이에 쓰러져 쓰레기더미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비참한 현실입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비비안의 슬픈 스토리는 계속 되는데...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비비안은 이른바 "쓰레기 자석"이라고 놀림받을만큼, 남자가 꼬여도, 꼭 진상 남자친구가 들러 붙어왔습니다. 행복은 실종된지 오래되었고, 같이 지내는 친구는 방세를 빼돌려서 마약을 사고 있고, 정말로 곤란합니다. 이 때, 캄캄한 그녀 앞에 등장한 깔끔한 남자가 있으니, 에드워드 입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현대판 신데렐라 스토리를 시작합니다. 인상적인 것은 에드워드의 정중한 태도입니다. 폭로형식(?)으로 쓰자면, 남자가 저렇게까지 근사하다는 것은 좀 반칙이라고 까지 생각될만큼, 깔끔하고 부드러우며, 신사의 품격을 멋지게 보여줍니다. 에드워드 정도의 남자가 여성을 이토록 존중한다면, 세상의 반이상, 70%, 아니, 90% 이상의 여자들이 다 넘어갈꺼에요! 그렇습니다. 리차드 기어와 에단 호크는 한 때 여자의 낭만이었지요 :)

 

 뭐, 여하튼, 에드워드 역시 워커홀릭으로 살아가며, 피곤한 삶일지언정 즐거운 삶이 아닙니다. 에드워드는 비비안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살짝 놀라는 눈치입니다. 비비안의 소박한 마음들이 정말 눈부시게 표현되는데, TV프로그램을 보면서 마냥 좋아하며 어린아이처럼 웃기도 하고, 욕실에서 음악을 흥얼거리며 순간을 기쁘게 살기도 하며, 치실을 사용해서 입안은 꼭 청결하게 유지하며, 최고의 기회 앞에서도 좋은 드레스 1벌만 사는 근검한 마인드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에드워드 눈에 비춰진 그녀의 모습은 "어딘지 특별"합니다.

 

 (에드워드와 같이 다니게 되어서) 이제 좋은 옷을 한 번 사볼 꺼라며, 기대를 잔뜩 안고, 나홀로 과감히 명품관에 들어갔다가, 천대 당하고 돌아오는 비비안의 처량한 모습을, 나중에 에드워드가 예리한 대사로 정리해 버립니다. "원래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신용카드지" 라면서 신경쓰지 말라는 투로, 정말 다정하게 말해줍니다. 정말 마음에 쏙드는 멋진 말이지요.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너무 신경쓸 필요는 없습니다. 솔직히 우리는 살아가면서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나를 정말 아껴주고 좋아해주는 사람"이 대부분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적습니다. 충분히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기에도 짧은 인생을, 싫은 사람 눈치 맞춰가면서 피곤하게 살기에는, 너무 아깝습니다.

 

 자, 이제 새 옷을 입고, 예쁘게 단장한, 비비안의 외모는 그야말로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주변의 시선을 사로 잡는 세련미가 넘쳐흐릅니다. 어쩌면, 유명한 전설적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가 떠오르기도 하겠지요. 여자는 꾸미면 정말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차분하고 지적인 에드워드의 존재감을 능가하는, 비비안의 생기발랄함과 자신감 넘치는 미소는, 훗날 영화계의 일등별로 빛나는 줄리아 로버츠가 왜 뛰어난 배우인지 보여줍니다. 비할 데 없는 아름다움으로 주변을 올킬하는 반칙외모에서 나오는, 그 우아한 분위기가 정말 인상적입니다. 이 영화는 제목을 빌려서 한 줄로도 정리됩니다. "너무 사랑스러운, 귀여운 여인, 비비안, 끝." 남자의 입장에서 쓰자면 이렇게 정리되는 영화이지요 :)

 

 그녀가 가장 사랑스러운 대목이 있다면, 큰 돈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굽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녀는 비록 몸을 팔아서 생계는 유지하지만, 영혼은 절대로 팔지 않으며, 구걸하는 인생으로 살지 않고, 당당하게 살기 위해서 중요한 순간에도 노력해 나갑니다. 눈물나도록 멋진 아름다움. 그녀에게서 인간의 신성을 보았다면, 너무 과찬일까요. 돈이면 뭐든 된다는 천박한 가치관이 지배하는 세계 앞에서도, 그녀는 사람의 마음은 절대로 돈으로 살 수 없음을 온몸으로 연기합니다. 에드워드와 동등한 위치에 서서, 돈이 아니라 당신의 마음을 말해달라고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은, 인간의 품격을 보여줍니다. 우리에게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 입니다.

 

 또한 이 영화가 사랑스러운 점은, 에드워드와 호텔의 톰슨이 발맞추며 보여주는, 따뜻한 배려심 입니다. 돈 많은 남자가, 배려심 깊고, 자상하며, 타인을 존중하며, 언행을 정중하게 행할 때, 그는 "존경받는 부자, 사랑받는 부자"가 될 것입니다. 영화가 후반부에 이르면, 톰슨의 배려하는 태도에, 비비안은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사람의 태도야 말로, 그 사람을 말해주는 게 아닐까요. 그런 측면에서, 돈 많고 경박한 변호사 필립에 비한다면, 훗날 마약을 끊고 새로운 꿈을 향해서 움직이는 비비안의 친구 킷이 더욱 멋진 사람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태도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주옥같은 두 사람의 애정행각(?)은 일주일의 계약기간이 끝나고, 헤어짐을 맞이하게 됩니다. 비비안은 마지막까지 부자와 적당히 지내볼 수 있는 쉬운 티켓 대신에,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눈부신 용기를 보여줍니다. 아무리 에드워드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녀가 원한 것은 동등한 삶의 연인이 되기를 원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환상적인 마무리가 시작되지요. 한 사람의 공주를 대하는 자세로, 에드워드는 꽃 한 송이를 가슴에 품고, 비비안을 향해서 출발합니다. 동화같은 스토리는 이렇게 막을 내립니다.

 

 마지막을 고백으로 마쳐서 죄송합니다만, 저는 "부자도 아니며, 미남도 아니지만," 에드워드 같은 삶의 자세를 가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태도", "남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태도", "끝까지 친절을 잃지 않는 태도" 이것이야말로 사람을 한없이 멋지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젊은 날 조영래 변호사님을 참 좋아했었는데, 그의 이야기를 덧붙이며 마칠까 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조금이라도 권력을 가진 자의 우월감을 나타내거나 상대방을 위축시키거나 비굴하게 만드는 일이 없도록" 자신이 가진 힘을 이렇게 경계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을 때, 그 힘은 충분히 아름답게 사용될 수 있는게 아닐까 싶네요. / 2013. 03.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