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댄싱퀸 (2012) 리뷰

시북(허지수) 2013. 4. 7. 19:53

 영화 댄싱퀸의 주제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지!" 당연히 이게 쉽지는 않습니다. 충분한 시간 투자도 필요하고, 많은 연습이 뒷받침 되어야 하며, 어쩌면 강철 같은 의지가 있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정민과 정화는 결혼은 했지만, 꿈을 잃어버리고서 힘겨운 밥벌이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민은 고학력에 사시합격이 무색할 정도로 가난하고 (물론 청렴하기 때문에 가난하다는 것은 조금 묘합니다) 정화는 그나마 인정받는 에어로빅 강사로, 꿈을 한 번씩 생각하기도 합니다. 슈퍼스타 참가서를 들고서 망설이는 대목이 귀여우면서도, 안쓰럽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세요? 라고 묻는다면, 요즘은 쉽게 답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저 잘 벌어서, 안정되게 사는게 꿈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꿈에 대해서 조금 특이한 답변을 내놓는 편이었는데, 창피하지만 그대로 써보자면, 20대 시절의 꿈은 "하루를 낭비하지 않으며 사는 것" 이었고, 30대 시절의 꿈은 "용기를 내어 끝까지 마무리 하는 것" 이 꿈입니다. 바꿔 말해, 저는 하루를 낭비하면서 살 때가 많았고, 시작한 것을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이런 꿈들을 이룰 수 있었다면, 저는 훨씬 멋진 모습이었을텐데 말이에요. 하하.

 

 

 어쨌든 댄싱퀸은 경쾌한 템포를 잘 유지하고 있으며, 코믹한 장면들을 중간중간 넣어주면서, 자칫 무겁게 흐를 수 있는 "꿈과 좌절, 그리고 재기"에 대해서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감동적인 연출도 있다보니,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아~ 황정민 너무 좋아요! 우선 정화씨의 이야기부터 살펴봅니다. 고심 끝에 정화씨는 용기를 내서 슈퍼스타K 에 출전하기로 합니다. 다시 가슴 뛰는 삶의 출발이 되었지요.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댄싱퀸을 꿈꾸었지만, 몸도 쉽게 따라가주지 못한데다가, 체중을 속이는 꼼수도 들통나고, 호흡곤란에... 넉넉한 길의 눈은 통과할 수 있었지만, 매서운 효리의 눈은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정화씨는 탈락입니다! 이대로 주저 앉을 것인가! 에어로빅 강사를 하면서, 남편 뒷바라지에 올인하면서, 평범한 삶을 계속 살다가 죽을 것인가? 정말 귀엽게 등장하는 딸내미가 무심한 듯 강한 대사를 던집니다.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꺼야!" 와우!!!

 

 문득 저는 한 가지 기억이 떠오릅니다. 제가 야학에 있을 때,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 분들도 와서 한글을 배우곤 했습니다. 사회적으로 높은 교육분위기 덕에, 자연스럽게 글자를 익힌 젊은 세대와 달리, 어르신들에게는 한글이 생각보다 배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받아쓰기 하면, 백지가 나올 때도 있었고,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궂은 날씨 속에서 학구열을 불태우던게 생각납니다. 왜 늦게나마 한글을 배우시냐고 물으면, 돌아오던 대답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손녀딸이 있는데, 같이 대화도 하고, 배워서 책이라도 읽어주고 싶어서..." 라는 이야기. 평생의 제 교훈 중 하나입니다. 그것은 늦은 나이에 "발견했던" 노년의 꿈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결코 결석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꿈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은, 결코 다른 게 아닙니다. "쉬지 않고 계속 가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영화에서 황정민이 종이를 씹어 먹으면서까지 이를 악물고 공부하던 모습, 엄정화가 집에서까지 댄스 연습을 계속하는 모습, 이런 것들이 꿈꾸는 사람들의 공통점이지요. 꿈에 대해서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될 이유에 관하여,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마음을 사로 잡는 것은, 평생을 살아도 만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내 마음을 한가득 사로 잡는 느낌이 있다면, 일단 그것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게 중요합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라고 적어보는 것이 꿈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윗 문단들을 빌려오면, "책을 읽어주고 싶은 마음"이 꿈이고, "춤추며 살아 있음을 만끽하려는 마음"이 꿈이고, 황정민의 멋진 말을 떠올려보면, "분유 한통에 얼마인줄 정치인들도 알아야 한다"가 바로 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유값, 지하철 운임, 도시가스료, 통신비" 이런 생활들을 헤아릴 줄 아는 시장이 되고자 하는 남자, 황정민이 너무 멋진 이유입니다.

 

 부부의 도전은 여전히 어렵기만 합니다. 황정민에게 "턱별시"는 넘기 어려운 벽이고, 정화씨는 이중생활까지 해내야 하는 곤란한 현실 앞에서 꿈과 마주해 나가야 합니다. 영화가 참 사랑스러운 대목은 이 벽들이 계속된 연습 속에서 끝내 넘어가지기 때문입니다. 틀에 박힌 연설은 잘 못하더라도, 정민에게는 특별한 매력이 있습니다. 정직하게 호소하는 장면들은 듣고 있으면, 저절로 눈물이 흐를 만큼, 깊은 감동을 줍니다. 정화가 멋지고 박력 있게 화려한 댄스실력을 선보이는 모습은, 너무 예뻐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뭉클해집니다. 하고 싶은 일을 최선을 다해서 즐기는 사람은 이토록 멋있다는게 정말 좋았습니다. 그런 모습들을 통해서 딸아이가 감격하는 대목이 정말이지 압권이었습니다. 아빠와 엄마가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 때, 아이가 보고 배울 게 있는거 아니겠어요. 맨날 남탓하며 싸우기만 한다면, 아이 역시도 그 모습 그대로 커갈지도 모릅니다.

 

 마지막 장면들이 마치 동화처럼 훈훈했던 영화입니다. 포기하지 말고, 꿈을 향해 계속 가라는 메시지는 상쾌합니다. 어차피 빙신 같은 삶이라면, 차라리 포기하지 않는 빙신, 끝까지 해보는 빙신이 되겠다는 말은, 삶의 교훈으로 삼아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자책하면서 주저앉는 사람들에게, 영화는 이렇게 외칩니다. 인생이 못나보이고, 비록 빙신 같고, 바보 같아 보일지라도, 끝까지 한 번 해봐. 할 수 있는데 까지는 가봐! 라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참 고마웠던 응원의 영화 였습니다 :)

 

 그 후, 두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선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있습니다. 딸은 이제 아빠를 자랑스러워 할 것이고, 또한 엄마처럼 꿈을 향해서 살아가게 될 것 입니다. 왜냐하면 계란을 맞고, 밀가루 범벅이 되어도 포기하지 않는 아빠의 모습을 보았고, 떨어지고 속상해 울면서도 다시 도전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교육에서는 재능 보다는 노력을 칭찬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노력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저는 영화 댄싱퀸을 보면서, 몇 번이고 생각하게 됩니다. / 2013. 04.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