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제리 맥과이어 (Jerry Maguire, 1996) 리뷰

시북(허지수) 2013. 4. 9. 10:25

 너무 좋아서 보게 될 때마다, 미소 짓게 되고, 눈물을 선사하는 영화가 있다면, 저는 이 작품 "제리 맥과이어"를 손꼽을 수 있습니다. 젊은 톰 크루즈를 만날 수 있는데다가, 여배우 르네 젤위거도 참 사랑스럽게 나오니까요. 무엇보다 다수의 시끌벅적함 보다는, 소수의 깊은 통찰력을 좋아하는 저같은 사람은, 영화 내용에 그야말로 "풍덩"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스포츠 에이전트의 삶을 감동적이게 그려내고 있는 영화 제리 맥과이어로 떠나볼까요. 우선 스포츠 에이전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겠습니다.

 

 오늘날 스포츠 선수는 "연예인" 혹은 그 이상의 대우를 받기도 하는, 걸어다니는 기업에 가깝습니다. 연봉이나 주급을 계약하고, 광고를 찍기도 하고, 경기도 소화해야 하고, 이래저래 혼자서 일처리를 다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가 스포츠 선수들을 관리해야 합니다.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바로 극중의 제리 맥과이어 처럼, 스포츠 에이전트 입니다. 영화 초반 제리는 잘나가는 에이전트로 바쁜 하루를 보냅니다. 어찌나 관리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전화는 쉴새 없이 터지고, 계약을 열심히 관리하면서 많은 수수료를 벌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어지는 제리의 고백은 충격적입니다. "이렇게 사는게 올바른 길일까? 나는 내 일을 혐오해... 어떻게 하지..." 사람보다 돈을 우선하는 시스템을 회의하는 제리!

 

 

 새로운 길의 출발은 언제나 "오늘의 반성"에서 시작됩니다. 제리는 새벽 2시, 영감과 감상에 가득 차서, 엄청난 의지로 자신의 비전을 써내려 갑니다. 이 비전은 참으로 낭만적이며, 인간성의 회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정성을 다해서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기업 입장에서는 황당합니다. 다수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통해서 많은 수입을 벌어와야 하는데, 지금 제리가 강조하는 것은 반대입니다. 소수에게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해서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자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윽코 제리는 이런 말을 듣게 됩니다. "당신 해고야!"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아, 좋습니다. 사측에서 그렇게 나왔다 이거지요? 제리는 그래도 자신 있었습니다. 자신의 비전이 실현 가능한 꿈이라고 믿었습니다. 과거와 다른 새로운 에이전트의 길을 열어보겠다며, 회사를 박차고 나옵니다. 제리에게 감동한 (어쩌면 제리의 외모에 감동한) 도로시양 혼자, 그 꿈에 동참해 보겠다면서, 회사를 때려치우고 제리와 함께 합니다. 이제 직원은 2명, 과연 그들은 특별하고 감동적인 에이전시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요?

 

 영화는 공교롭게도 비전의 시작부터, 딜레마에 직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지금 여러통의 전화가 빗발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효율을 따져봅시다. 모두에게 필요한 말만을 딱딱 끊어서 하고, 재빠르게 다양한 전화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비전과는 맞지 않습니다. "한 사람을 최대한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제리의 꿈이니까요. 그래서 제리는 누구를 얻었나요. 단 한 사람의 계약만을 얻었고, 다른 계약들을 몽땅 놓쳐버리고 맙니다. 네, 지금 회사 문열자마자 망하게 생겼습니다. 제리가 얻은 단 한 사람, 그럼에도 제리는 그를 위해서 헌신합니다. 좌절 속에서도, 끝까지 한 번 자신의 비전을 밀어붙여봅니다. 이 모습이 너무 좋습니다. 제리는 이런 말이 어울립니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다"

 

 한편 도로시양은 지금 "돈보다 남자가 필요하다" 가 어울리는 외로운 싱글맘 입니다. 제리가 참 멋지고 마음에 쏙 들지만, 도로시는 아이도 있고, 그동안 만났던 남자들도 형편 없었고, 좀처럼 연애에 쉽게 다가가지 못합니다. 한참 좋을 스물 여섯 나이에, 도로시는 언니가 속해 있는 이혼녀 모임 틈바구니 속에서 어떻게든 더 나은 삶을 꿈꿉니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생이 퍼스트 클래스, 낭만이 퍼스트 클래스가 되기를 열망합니다." 게다가 제리는 알면 알수록 자상하고 좋은 사람입니다. 그렇게 어려운 환경을 딛고서, 두 사람은 천천히 연인이 되어갑니다.

 

 로드 티드웰이라는 선수가, 제리네 회사의 마지막 한 줄기 희망입니다. 사람들이 잘 거들떠 보지 않는, 체격도 작고, 계약도 쉽지 않는 선수 말이에요. 제리는 아는 지인에게 거의 빌다시피 해서, 로드 티드웰 선수가 뛸 수 있도록 계약을 했습니다. 170만 달러라는 크지 않은 규모의 계약이지만, 그래서 이걸로도 회사는 망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럼에도 제리는 끝까지 로드 티드웰을 책임지고, 친구처럼 대합니다. 이 모습이 얼마나 감동적인지 모릅니다. 자극적인 연출법이 아닌, 은은한 응원들이 더 세심하게 마음을 파고들어 옵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돌직구 응원이 나올 때는 가슴 한 켠이 뭉클합니다. 진짜 애정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말로 풀어쓰면 이런 느낌이랄까요. "인마, 그렇게 해서는 안 돼. 똑바로 정신차려서 열정을 가슴에 채우라고. 열정을. 그게 있어야 일류지. 너 지금 뭐야, 그게 최선이라고 할 수 있어?" 이 따스한 시선이 참 좋습니다.

 

 열정을 가슴에 가득 채운 로드 티드웰은 다른 선수가 되어갑니다. 그는 팀의 핵심이 되었고, 소속팀을 승리로 이끌면서, 일약 인기스타로 업그레이드 됩니다. 인터뷰에서 그가 "제리"를 찾아서 외칠 때, 쏟아지는 눈물을 참기 어렵습니다. 내용도 이제 잘 알면서도, 볼 때마다 그렇습니다. 누군가의 인생을 일으키는 모습이, 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중 하나"라고 확신합니다. 조금 상징적으로 해석하면, 그라운드에 쾅하고 쓰러져서 걱정되던 선수가, 다시 일어서서 힘차게 환호할 때, 사람은 어떤 순간보다 빛나보이던 것입니다. 언제나 우리에게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쓰러지고 상처받는게 아니라, 다시 일어날 용기가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나는 아직 할 수 있어, 라고 외치며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면, 그의 꿈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중요한 것은 애정이야!"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에 대한 애정, 타인에 대한 애정, 꿈에 대한 애정, 이것이 있는 인생이야말로, 행복한 웃음을 선물받을 수 있는 멋진 길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은 억지로 웃는 표정을 자꾸 연습하면, 삶이 조금씩 즐거워 진다지만, 제리 맥과이어를 보고 있으면 어쩐저 "저절로" 웃게 됩니다. 그 까닭은 다른 게 아닙니다. 저토록 순수한 열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구나 싶어서 한없이 마음이 맑아집니다. 힘든 현실을 외면하고 억지 웃음을 연습한다고 행복해 질 수 있을까요? 저라면 차라리 과감하게 제리나 도로시처럼 적극적으로 다른 현실, 다른 방법을 한 번 찾아보는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에게 솔직한 선택을 해나갈 때, 우리는 저절로 웃게 되는게 아닐까 합니다. 자신의 일을 혐오하던 제리는, 그렇게 함으로서, 자신의 일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웃으면 복이 오고, 웃으면 만사가 해결된다고 한 때 믿었던 저는, 제리 맥과이어 같은 영화의 영향을 받아서, 지금은 반대로 생각합니다. 환경을 조금만 바꿔도 훨씬 더 행복할 수 있으며,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하루를 영화처럼 즐겁게 만들 수 있으며,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신념을 좇아서 도전하는 인생은 그 자체로 눈부시게 멋진 삶, 이라고 생각합니다. 적극적으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내면에 충실한 삶을 살아갈 때, 미소는 저절로 우리 곁을 맴돌게 될 것입니다. 무엇이 나를 채워주고, 완전하게 해주나요? 거기에 다가가는 삶이기를 힘차게 응원합니다. / 2013. 04.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