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아바타 (Avatar, 2009) 리뷰

시북(허지수) 2013. 4. 10. 00:01

 내용도 잘 알려져 있고, 한국을 포함해 세계적 흥행 돌풍을 기록한, 전설적인 영화 아바타. 여기에 대해서 무엇인가 관점이 다른 리뷰를 남기기 위해서는, 좀 더 개인적인 시선이 들어가야겠다 싶습니다. 어쩌면 서론은 고백으로 채워질 듯 합니다. 저는 10대 시절, 걷지 못했던 몇 년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 불편함은 이루 말하기 힘든데, 화장실 가는 것부터가 고역이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합니다.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한 후에, 저는 다른 사람보다 빨리 가상세계의 가능성을 환호했습니다. 몇 군데 동호회에서 참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마음껏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모습이, 마치 세상을 즐겁게 누리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때는 게임도 참 좋아했었고, 가상 세계를 즐기는 "WOW" 같은 게임을 친구와 함께 밤새도록 즐기기도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엄청나게 철이 없었지만, 나름대로 행복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 이후, 어느정도 확신을 얻게 되었는데, 현실세계에서 별볼일 없는 사람이라도, 가상 세계에 집착하면 재밌게 활동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동호회에서 알게 되었던 이른바 "가상세계"에서도 참 멋진 사람들이 많았는데, 현실에 아주 충실하면서도, 가상공간을 즐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 사람들을 참 사랑했었고요.

 

 

 정모 같은 모임을 개최하면, 저는 "장"이라는 이유로 각종 편의와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어떻게 이 정도까지 선의로 뭉친 사람들이 있을까 싶을 만큼, 좋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금전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는 선뜻 돈까지 빌려주기도 했습니다. 저의 20대 시절은, 도전과 실패투성이로 기억되지만, 그럼에도 이런 사람들과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이 제게는 보물 같이 고마웠던 기억들 입니다.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라고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답할 수 있습니다. "얼마든지요, 당신의 공간을 만들어보세요."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영화 아바타는 다리를 쓸 수 없던 남자 제이크 설리가, 아바타를 통해서 자유를 얻게 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제 경우 서론에서 언급했던 경험이 축적되어 있었으므로, 푹 빠져들어서 볼 수 있었던 작품입니다. 화면이 예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음악과 효과음, 그리고 신비로운 분위기까지, 블록버스터 답게 빵빵한 스케일로 가득차 있습니다. 특히 좋았던 것은 캐릭터가 생생했기 때문입니다. 여전사 네이터리의 모습은 당당한 귀여움이라고 표현하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습니다. 알다시피 이 영화는 단순히 아바타가 되어서 사랑에 빠졌다는 내용이 아니라, 전쟁과 의문에 관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탐욕에 눈이 멀어서, 파괴를 일삼는 행동이 과연 올바르다고 할 수 있는가? 나는 내부고발자가 되어서,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가? 지켜야할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가? 힘이 있다고, 방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일단 밀어버리면 그것이 최선인가? 생각할수록 무거운 내용들을, 판타지적인 분위기 속에서 섬세하게 하나 하나 그려내고 있습니다. 무엇인가 멋진 리뷰를 쓸 내공도 없으며, 또한 빠르게 써내려가는 리뷰가 제 한계이므로, 어서 답변들을 생각해 봅니다.

 

 첫번째 답변은 명확합니다. 상대방이 총을 들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이쪽도 총을 들게 됩니다. 가령 미국에서는 총기 소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위급한 상황에서는 총알이 그냥 발사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나쁜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빼앗기 위해서 총을 들고, 선한 사람들도 자신의 것을 지켜내기 위해서 방어적 차원에서라도 총을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서로 이빨을 드러내고 싸운다면, 공존의 지혜 대신, 공멸의 현실을 얻게 된다는 교훈은 선명합니다. 영화 아바타는 나비족의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 되지만, 어쨌든 현실에서는 위협을 일상화 시키는 것을 가장 조심해야 합니다.

 

 두번째 답변은 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탐욕에 눈멀어서 파괴하는 행위는 당연히 부당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오늘날은 각종 생태계가 이미 탐욕으로 파괴되고 있습니다. 자연 생태계 외에도, 사회적 생태계는 지금 붕괴 직전 상황입니다. 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갑과 을의 비정상적인 계약들이 난무하며, 상식 조차도 사라진 듯 보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 정의다" 라는 잘못된 가치관의 빠른 확산입니다. 돈이 있으면 귀족으로 대우하고, 돈이 없으면 경멸하는 시스템을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합니다. 비싼 차 앞에서는 닥치고 있다가, 경차 앞에서 빵빵 거리기 바쁜, 강자에게 침묵하고, 약자를 괴롭히는 우울한 현대의 장면들을 제발 그만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세번째 답변, 내부고발자 문제는 사실 어렵습니다. 용기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진실이 밝혀지는 것은 너무나 의미 있는 일이지만, 정작 내부고발자들은 삶을 보장받지 못하고, 고생길을 각오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영화에서는 제이크 설리 주변에 놀라울 만큼, 좋은 협력자들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미친X" 소리를 들을 때가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그 때는 잘만 받아먹더니, 지금에 와서 딴소리 하는 변절자 프레임에 갇혀, 맹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내부고발자야말로 흙탕물을 정화시킬 수 있는 커다란 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을 수 있어야만, 제대로된 개혁을 해나갈 수 있고, 좀 더 나은 모습을 그려갈 수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이 보장받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유토피아의 출발이 아닐까 싶습니다. 반대로 평양이나 베이징처럼 광장에서 떠드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그 위장된 평화로움이 바로 우울한 현실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깨끗한 침묵" 보다는 "자유로운 이야기들"이 훨씬 더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행동하는 것의 중요성을 생각해 봅니다. 흔히 우리가 착각하는 것 중에 하나는, "위기 상황이 오면 어떻게든 되겠지, 저절로 행동하겠지." 라고 안일하게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벼락치기 하면 되겠지, 귀찮은데 연락 계속오면 나가면 되겠지... 등등 지나칠 정도로 적당히 안주하려는 습성이 강합니다. 다시 말해, 피곤하게 적극적인 대처를 하기 보다는, 소극적으로 눈치만 살피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영화 아바타에서 제가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제이크와 네이터리의 과감성 이었습니다. 이방인과 결혼을 결단하는 네이터리의 과감성은 영화 끝날 때까지 계속됩니다. 제이크 역시도 만만치 않습니다. 주도적으로 계획하며, 현실적으로 전쟁에 임합니다. 기적을 마냥 기다리지 않는 태도, 이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답변은 이것으로 마치고, 영감에 대해서 떠올려 봅니다. 저는 네이터리가 봐주지 않고, 제이크를 가르치는게 재밌었습니다. 대충대충, 혹은 적당히 라는게 없습니다. 과정을 하나씩 밟아가며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지도합니다. 이런 리더십도 참 좋구나 싶었습니다. 한가지 더, 저는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 참 멋지게 보였습니다. 서로 손을 얹고서 힘을 모아 나가는 것이 "연합"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나비족을 관찰하고 있으면, 인간세계에서 흔히 보는 "소외"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세상을 소중히 대하는 사람이, 하물며 같은 동족을 소홀히 여길리가 없겠지요. 욕심 때문에 돌멩이를 금전가치로 환산하기에 바쁜 현대인들에게, 나비족은 질문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 돈으로 무엇을 할건데요?" 소유보다는 관계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이들이야말로, 어쩌면 인류의 미래 공동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리뷰를 마치면서, 저는 여전히 가상공간을 참 좋아합니다. 내향적인 사람이지만, 인터넷에서는 참 말이 많고, 장문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보이기에 재밌기도 합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시북"이라는 개성 있는 캐릭터로 상상적 이미지를 만들고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것이 익숙하기도 하고요.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또 다른 세상을 계속해서 꿈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기에, 저는 앞으로도 여건이 허락하는대로 "자유를 사랑하는 아바타"를 입고서 계속해서 이곳 저곳 활동해 나가겠지요. 나이가 더 들어서 중년이 되더라도, 제이크 처럼 저항정신을 잊지 않는 모습이기를 더없이 소망합니다. / 2013. 04.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