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트랜스포터 (The Transporter, 2002) 리뷰

시북(허지수) 2013. 4. 26. 18:01

 피곤한 일상을 잠깐 벗어나고 싶을 때, 시원스러운 액션 영화 만큼 좋은게 잘 없지요. 오래전 작품이지만, 트랜스포터도 상쾌한 질주감을 느낄 수 있는 박력있는 작품입니다. 전개가 빠른데다가, 1시간 30분 정도의 타임이기 때문에, 제이슨 스타뎀(프랭크 역)과 함께 다 덤벼! 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지요. 아무 생각도 필요하지 않으며, 아무 준비도 필요하지 않으며, 그냥 앉아서 악당들을 박살내는 원초적 즐거움을 느껴보도록 합시다!

 

 원초적 즐거움 중에 하나는 역시 "빠름의 쾌감"이 아닐까 싶어요. 빠르고 시원스러운 모습은 호감의 대상이고, 우유부단 망설이는 모습은 약한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또한 굉장한 실력을 발휘하면서 문제를 척척 해결해 나가면, 존경심까지 드는데요. 주인공 프랭크 마틴은 철저한 준비와 완벽한 실력을 시작부터 화려하게 선보입니다. 영화 초반의 질주감은 놀랄만큼 압도적으로 펼쳐집니다. 약속한 대로 가자고, 내가 얼마나 정확한지 보여줄테니까!

 

 

 과묵하고 조용한 것을 좋아한다는 프랭크지만, 일할 때 있어서 그의 모습은 철저함 그 자체입니다. 상황 판단 능력이 탁월하고, 잠깐의 여유까지 잊지 않습니다. 경찰의 표현대로, "죽여주는 환상적인 운전실력"을 선보이면서, 존재감을 어필합니다. 칼같이 엄격하게 해낼 줄 아는, 무적의 배송업자(트랜스포터) 입니다. 그런데 암암리에 명성을 얻고, 두둑한 돈을 벌어가는 카마니아 프랭크는 사건에 휩쓸리는데요.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스스로 정했던 규칙들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깨면서부터 일이 터지고 맙니다. 하기야 법을 깨면서 살고 있는 남자가, 자신만의 세계를 너무 철두철미하게 지키는 것도 쉽지는 않았겠지요. 엄밀히 본다면, 프랭크는 남들과의 약속은 엄격하게 지키지만, 혼자만의 세계에서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남자에 가깝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피곤하면 자고, 자신의 세계가 확고하게 자리잡혀 있습니다. 커피 한 잔도 함께 하기 어려운 상대이고, 고독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지요. 심플하고 깨끗한 생활방식은 제법 근사하게 그려집니다.

 

 자, 그런데 운송일을 하다가 라이(서기)를 만나면서, 프랭크는 상당히 커다란 심경의 변화를 맞이합니다. 아리따운 처자를 홀로 버리고 갈 수 없었던, 남자의 마음이란! 이리하여 라이와 프랭크는 함께 협력하면서, 나쁜 녀석들과 치열한 한판승부를 펼쳐나가게 됩니다. 가만히 보면, 결국 사람은 힘든 환경에 처해 있는 사람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는 것 같아요. 게다가 도울 수 있는 사람이 1명 뿐이라면, 보통은 발벗고 돕는 경우가 많지요. 차갑기 짝이 없는 프랭크가, 묵묵하게 라이를 도와주는 모습이, 서늘한 햇볕처럼 포근함이 있습니다.

 

 한편, 라이의 아버지가 보여주는 추태는 반드시 꼬집어 보고 싶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하고, 그렇게 벌어들인 검은 돈으로 자식들에게 잘해주려는 태도는, 절대로 행복으로 통하지 않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좋은 이상을 품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나쁜 방법으로만 계속 시도되다보면, 역풍을 맞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라이는 아버지에게 절망하면서 "당신을 증오한다고" 쏘아붙입니다. 먼저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여야지, 말만 그럴싸하고, 앞장서서 더러운 행동들을 하고 있다면, 정말 꼴불견 아니겠어요. 막판에 이 부녀지간이 다소 비극적으로 펼쳐지는 모습들은, 비열한 행동이 누적되면 훗날 아픈 결과만을 낳음을 꽤 혹독하게 보여줍니다.

 

 1/3은 자동차 액션이고, 1/3은 총싸움이고, 1/3은 격투장면인데,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할까요! (난감) 좋습니다, 과감한 상상을 입혀보자면 - 사실 프랭크는 영화 중반에 굳이 싸우고 싶지 않음을 언급하면서, 죽은 체 하며 살고 싶어합니다. 내 삶은 좋은 차와 함께 그저 조용히 지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라이는 그렇게 하고 있으면,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될 것이라고 도움을 아주 적극적으로 요청합니다. 영화 내내 한 번씩 과감하게 이어지는 라이의 적극적인 태도는 영화를 더욱 즐겁게 해주는데요. 적극성이 과연 무엇을 낳을 수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소극적 사고라면, 가만히 있으면 해결되겠지 혹은 누군가 도와주겠지,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지겠지, 아직은 때가 아니야 라면서 합리화 하기 쉬운 약점이 있습니다. 나도 그 상황에는 어쩔 수 없었어 라고 말하면 어떻게든 어물쩍 넘어갈 수 있을 듯 보입니다. 그런데 적극적 사고라면 이와는 다른 길을 가게 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해보겠어, 지금을 놓치면 내가 해볼 수 있는 기회는 없어, 한마디로 "오늘을 사는 원동력", "지금에 전부를 거는 용기"가 될 수 있습니다.

 

 세네카의 유명한 말처럼 "인간이란, 항상 시간이 모자란다고 불평을 하면서. 마치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시간은 제한적으로 주어져 있고, 할 수 있는 행동도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지금 해야 하지 않을까요.

 

 질문으로 마무리 하자면, 과연 내가 프랭크 정도의 생활 수준을 누릴 수 있는 실력이 있을 때, 라이의 입장을 공감하고 도울 수 있을까요? 여기서 YES라고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는 무비스타 만큼의 멋진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알 바 아니야, 무슨 상관이람?" 이라는 쿨함 보다는, "그래 한 번 같이 고생해 보지 뭐" 라는 남자의 마음이란! 어휴, 심장이 쫄깃해지는 근사함이네요. 하하, 오늘은 여기에서 끝. / 2013. 04.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