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한국사

중세문화사 3 - 고려의 과학과 건축

시북(허지수) 2013. 4. 26. 23:55

 문화, 그 중에서 특히 예술문화는 아름다움이나 정성, 은은한 감성 같은 단어와 어울리는 듯 합니다. 이번 문서에서는 고려의 과학 기술과 건축 양식을 살펴보도록 합니다. 사진도 살짝 올려봤는데, 천천히 5분간 응시하면서, 느낌 속으로 빠져들어가보면 좋겠지요. 억지로 외울 필요가 뭐 있습니까, 문화는 감수성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고려시대의 분위기에서 출발해 봅니다. 국가에서 미는 것은 역시 유학이 장려되었습니다. 전에도 살펴봤지만, 관학에서는 신분이 낮으면 유학을 배우지도 못했을 정도였고, 수도 개경에는 사립학교 유학공부가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나머지 학문들은 듣보잡...  아, 조금 심한가요. 여하튼 "잡학"으로 처리할만큼, 유학이 학문의 최고가치로 인정받았지요. 그럼에도 몇 가지 꼭 필요한 학문들이 있습니다. 천문학과 의학은 고려시대에도 상당히 비중이 있습니다.

 

 국가에서 천문학을 강조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농본정책의 일환이기도 하고, 왕권강화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고려에는 사천대(→이후 서문관)처럼 천문과 관련된 관청도 있었습니다. (천문은 일상과 밀접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저녁뉴스에서 기상예보는 절대로 빼먹지 않고 등장하잖아요) 또한, 고려시대 역법의 경우 당나라의 선명력을 사용하다가 원간섭기부터는 원나라의 수시력을 사용합니다. 수시력은 상당히 정확도가 높았는데, 일년이 거의 365일로 계산될만큼 탁월했습니다. 현대에는 양력(그레고리력)을 세계가 쓰고 있고요.

 

 의학에서 기억할 대목은, 향약 구급방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가장 오래된 의학서 입니다. 고유의 약재를 이용해서 구급방법을 모아놓았습니다. 질병과 처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소개되어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겠지요.

 

 고려 과학 기술의 절정은 인쇄술입니다. 글자에 대한 감각은 그야말로 탁월한 우리나라 입니다. 한글로 스마트폰 검색이 얼마나 편리한지 모릅니다. 영어 자판으로 검색하려 해보세요. OTL... 자판 제대로 누르기도 편안하지 않습니다. 한글에 대해서는 높은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하하, 어쨌든 선조들 역시 글자사랑이 대단합니다. 하나씩 천천히 살펴봅시다.

 

 우선 목판인쇄물, 목판의 장점이라면 한 번 만들어놓으면, 쿵쾅쿵쾅 대량인쇄가 가능합니다. 거란(요나라)이 여러번 침입해 들어왔을 때, 이를 물리치고자 초조대장경을 만들었고요. 이런 문화는 호국불교적 성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의천에 의해서는 교장이라는 것이 발행되기도 했습니다. 훗날 고려가 몽골에 의해서 심하게 시달리게 되자, 이 때 간절한 몽골퇴치의 염원을 담아서 만든 유명한 목판인쇄물 이 있지요. 15년간 정성스럽게 제작한 "팔만대장경" 입니다. 나무판인데도, 아직까지 잘 보존되고 있다는 점은, 얼마나 정성가득한 신앙을 담았을까요. 역작 중의 역작이라 불릴만 합니다.

 

 활판(금속활자)도 봐야겠지요. 활판은 다양한 글자를 소량으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목판과는 약간 다르지요. 여러번 글자를 찍어내고, 떨어져나간 금속활자를 교체해서, 이번엔 다르게 찍어내고 이런 느낌이지요. 대표적인게 상정고금예문이 있습니다. 몽골 침입기에 만들었는데, 예법과 관련된 책자입니다. 다만 현존하지는 않고요. 독일 구텐베르크보다 200년이나 앞서 있는 활판 기술인데, 우리나라 글자 기술은 정말 예로부터 최고입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활판은 "직지심체요절" 입니다! 존재하는 것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활판인쇄물이니, 그 시기와 위치 (고려말, 청주) 까지는 기억해두면 좋겠습니다. (한편 직지는 현재 프랑스 국립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수집경로를 통해서 프랑스가 값을 주고 구입했는데, 사실상 외부 유출된 형태라고 하네요. 엄밀히 말해 뺏어간 약탈이 아니라서 반환이 쉽지는 않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번쯤 깊게 생각해볼 것이 있습니다. 다소 늦은 서양의 구텐베르크 활자본은 (글자를 보급함으로서, 현실을 폭로하고, 지배층의 권위를 무너뜨리며) 근대를 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왜 우리나라는 눈부신 인쇄 기술을 활용하지 못했을까요? 그것은 우리나라 인쇄 기술들의 역할이 주로 불경과 국가적 문서기록 등 에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자부심과 함께 역할과 한계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건 요즘도 마찬가지로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기술은 발달되고 있지만, 그 기술과 글을 통해서 사람들의 의식을 깨울 것인가? 아니면 기술과 글이 국가나 기득권의 홍보수단으로 그칠 것인가? 바꿔 말해, 좋은 기술이 있다해도, 그 활용이 특정한 용도에만 머물러 있다면, 커다란 역할을 해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좋은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라는 고민은 참 멋진 질문입니다.

 

 자 이제 무기 기술, 고려의 화약 제조법의 선구자라면 최무선의 화포 입니다. 화통 도감이 생겨서, 각종 무기를 만드는데 앞장섰습니다. 그리고 고려 말 왜구에 시달리던 백성들에게 커다란 힘이 되었지요. 신흥무인세력은 신무기로 무장해서, 왜구를 격퇴해 나갔고, 진포(금강)해전에서도 화약이 활용됩니다. 왜구들이 하나둘 소탕되어 나가는 과정에서, 잘 싸우고, 승전보를 울리던, 신흥무인세력들은 인기가 좋았고, 이들이 신진사대부와 손을 맞잡으며 조선 건국의 주역이 되어가지요.

 

 건축은 고려 전기와 고려 후기로 나눠서 보면 좋겠습니다. 건축 양식은 처마에 달려 있는 "포"를 기준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기둥에만 포가 있으면 "주심포양식", 처마에 포가 와장창 화려하게 달려 있으면 "다포양식" 입니다. 전자(주심포)가 깔끔하고 든든하다면, 후자(다포)는 웅장하고 멋을 뽐내는 느낌이랄까요. 아래에서 사진으로 비교해봐야 쉽지, 글로 설명하려니 영 힘드네요 -_-; 사진 위가 주심포, 아래가 다포 입니다.

 

부석사 무량수전 (주심포)

성불사 응진전 (다포)

 

 어쨌든, 고려 전기에는 주심포 양식이 대세를 이룹니다. 부석사 무량수전에서 잘 볼 수 있는데, 지붕과 기둥을 한 번 볼까요. 지붕이 직선인 것 같기도, 미세한 곡선인 것 같기도 한데, 이처럼 살짝 부드러운 맛을 주는게 일품이지요. 기둥은 살짝 부푼 느낌을 주는 배흘림 기둥입니다. 편안한 느낌을 주지요. 주심포 양식의 대표적인 건물들은, 부석사무량수전, 수덕사대웅전, 봉전사극락전이 있습니다. (※다만 부석사의 경우 처음 세워진 것은 신라시대 승려 의상에 의해서 였다는 점은 헛갈리지 않게 주의. 고려시대 부석사 무량수전 등은 나중에 세워진 건축물 입니다. 요즘말로 부석사는 고려에 의한 리모델링과 재건축.) / 한편 고려 후기에는 다포 양식이 유행했고, 이후에도 화려한 다포 양식은 조선까지 계속 이어져 내려갑니다. 대표적으로는 성불사 응진전, 화려하잖아요.

 

 다음 문서에서는 청자와 공예 등을 살펴봅니다, 고려사 정리의 끝이 서서히 보이네요.

 오늘의 영감은 기술의 발달과 활용에 관하여 입니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정보가 폭발적으로 늘어가고 있고, 신상까지도 얼마든지 추적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블로그가 2억개가 있고, 새글이 하루에 1억개씩 올라온답니다. 오늘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무한에 가까울 만큼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어졌다는 점입니다. 몇몇 사람의 용기와 조직적인 힘이 만나면, 진실은 엄청난 속도로 확산됩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에 따르면, 해외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세금을 탈루한 세계의 유명 인사들 중에는 한국인 이름들도 200명이 넘게 꽤 많았다고 합니다. 이 비밀계좌의 주인공들이 밝혀지고 공유된다면, 그 후폭풍이 엄청나겠지요. 만약 국격을 떨어뜨린 인물들이 정계,재계 고위급 인사였다면, 우리는 아주 이상한 세계를 보게 될 것입니다. 행동은 비겁하게 하면서, 국가를 걱정하는 듯한 위선. 기술의 발달으로 위선을 깨부순다면, 참 유쾌한 세상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 리뷰어 시북.

 

(※이 자료정리는 최태성 선생님의 한국사 강의를 노트로 요약하고, 메모를 함께 쓴 것입니다. 개인적 용도로는, 공부방 등 에서 활동할 때, 보조 자료나 참고 자료, 혹은 글쓰기 영감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 거기에 대한 일종의 고찰이기도 합니다. 키워드 형태로 중요한 부분들은 나름대로 강조해 두었습니다. 크게 바라는 것은 없으며, 다만 짧게나마 영감의 시간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