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아이언맨 3 (Iron Man 3, 2013) 리뷰

시북(허지수) 2013. 5. 4. 23:52

 영웅이 언제나 즐겁고, 멋지며, 근사한 것은 아닐테지요. 고독한 시간을 달랠 수 있는 취미가 필요하고, 때로는 잠을 이루지 못해서 방황하고, 힘들어 한다는 것. 어쩌면 영웅의 뒷모습이란 우리네 일상처럼 힘든 풍경이 펼쳐지 있는지도 모르지요. 우리는 너무 앞모습만 보고 판단하려는 경향이 강한 듯 합니다. 아이언맨 3편은 그런 면에서 참 흥미로운 시선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영웅은 무슨 답을 할 수 있을까요?

 

 토니 스타크는 겉으로는 최고의 성공가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집은 또 얼마나 화려하고 넓은지요. 천재답게, 엔지니어링 뿐만 아니라, 언론과 대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까지 잘 파악할 줄 압니다. 정작 가장 무겁게 다가오는 것은, 토니가 남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힘들어 한다는 점입니다. 일단 취미겸, 신기술 테스트로 각종 다양한 아이언맨 버전을 만들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요...

 

 

 요즘 토니가 꽂힌 것은, 원격 조정 아이언맨입니다. 직접 싸움터에 나가지 않고도, 멀리서 조작이 가능하다는 이른바 리모컨(?)같은 느낌이지요. 아무래도 직접 싸우기에는 위험부담이 있으니까, 제대로 작동만 한다면, 재택근무를 하면서 세계를 지켜낼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리고, 악당은 역시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더욱 강력해진 기술로 무장한 악당. 악당 역시도 언론과 대중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잘 파악할 줄 압니다. 그렇게 본다면, 아이언맨3은 진화한 아군과 진화한 적군의 정면대결이 펼쳐지는 셈입니다. 개인적으로 참 좋은 느낌을 주던 이번 작품이었는데요. 조작되는 현실 앞에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생각해 보기에도 좋더군요.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시간순 이야기가 아니라, 인상적인 포인트를 몇 가지 집어서 가볍고 경쾌하게 리뷰를 써볼까 합니다. 첫 번째 흥미로운 대목은 "만들어진 위험!", 사람들은 저마다 두려워하는 게 있습니다. 불편하게 느끼는 것도 있기 마련이고요. 이번 악당 킬리언은, 정확하게 그 지점을 노리고 공략해 들어옵니다. 위험은 과장되고, 가짜가 진짜로 행세하는 세상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지요. 아바타를 내세웠다고 말할 수 있고, 꼭두각시를 이용한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현명합니다. 스스로를 위장한채, 대리인이 싸워나가는 모습이 참으로 그럴싸한 명석함이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토니 역시도 스스로를 가리고, 원격 조종을 이용해 중요한 문제를 처리하는 모습이 멋지게 펼쳐집니다. 이걸 조금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지금 토니와 킬리언은 컴퓨터 하나를 켜놓고서, 원하는 모습을 알맞게 그려놓은 후, 이걸 내세워서 대리전을 펼치고 있는 셈입니다. 가능성으로 해석해 본다면, 내가 누구라도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위험성으로 해석해 본다면, 몇몇 사람의 조작만으로도 한 세계를 털썩 주저앉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만큼 실력 있는 개인들이 활동하기 좋은 세상이 되었음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곧 펼쳐질 근미래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기도 합니다. 주사를 통해서 인간이 더욱 근사해진다는 것은, 사실상 현대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의식이기도 합니다. 이제 레이저로 점을 없앤다거나, 수술로 더 매력적인 모습을 갖추는게 거의 일상화 되고 있습니다. 경쟁이 중요한 스포츠 세계에서 약물버프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가 박탈당하는 사례도 적잖게 볼 수 있습니다. 성생활도 얼마든지 합법적 약물을 통해서 지원될 수 있습니다.

 

 좋게 보자면, 우리는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수명연장의 혜택과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고, 나쁘게 보자면, 우리는 순수한 정신세계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인간 외에는 그 무엇도 인위적 수명향상을 추구하지 않으니까요. 욕심 때문에, 점점 타락해갔던 여인의 애처로운 모습은, 인간 그 자체의 모순을 상징하는게 아닐까요. 꿈을 이루기 위해서, 포장에 의존해 가는 현대인의 모습은, 멋있어 지긴 했지만, 행복해 졌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아무리 더 좋은 아이언 맨을 만들어 가도, 토니는 잠을 잘 이루지 못합니다. 성취를 향해 달려가는 인생의 한계가 이러하다면, 우리에게는 다른 상상력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어쩌라고요? 우리는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합니다. "나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이 한 가지 있다면 무엇인가?" 이 질문의 위력은 엄청나서, 쓸데 없는 것들, 가령 한가할 때 켜게 되는 스마트폰이나 TV채널 돌리기를 멈추게 만듭니다. 토니에게 중요한 것은 당연히 사랑하는 페퍼, 시도 때도 없이 부르는 이름, 페퍼 였고요.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취미에 올인할 게 아니라, 페퍼와의 시간의 밀도를 올리기 위해서 고민하는게 필요했습니다. 만약 진작 그랬다면, 황당한 토끼선물을 고르지도 않았을테지요 :)

 

 악당들과의 박터지는, 슈트터지는(!) 싸움을 통해서 토니 스타크는 진짜 삶에 다가간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를 해결한 그 맑은 느낌이 참 인상적이었네요.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멋집니다. 누군가 해결해 주지 않고, 저절로 답이 주어지지 않는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누군인지 아는 사람은, 어떤 순간에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에디슨이었던가요? 화재로 집이 싸그리 불타서 없어지자, 그는 실패들이 날아갔다며 겸허히 현실을 바라보았고, 새롭게 다시 출발해서 새로운 발명을 완성해 나갑니다. 우리가 꿈꿔왔고, 노력해 왔던 모든 것들이 물거품이 되는 날을 만난다면, 눈물 대신에 새출발을 시도하는 대범함이 있기를 응원합니다. 좌절하지 않는 토니 스타크, 당신은 여전히 영웅입니다. / 2013. 05.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