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마지막 강의 리뷰

시북(허지수) 2013. 8. 1. 18:00

 오랜만에, 마지막 강의라는 책을 다시 집어 들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재밌게 인생을 보내겠다고 생각하던 랜디 포시 교수님의 열정적인 태도가 문득 그리워졌나 봅니다. 이 책은 암으로 작고한 교수님의 마지막 강의를 유쾌한 필치를 살려 책으로 펴낸 것이고, 미국을 비롯해서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책이기도 합니다. 내용도 굉장히 가족애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고, 전혀 권위적이지도 않게, 일상적인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예를 들면 신형 컨버터블 카를 몰고서, (암은 암이고) 신나고 즐겁게 드라이빙을 하는 내 모습이란! 와우!... 이런 식이지요.

 

 그리고 어린 시절의 꿈들을 소중히 여긴다는 관점도 (적어도 제게는)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보통은 어린 시절 꿈꾸었던 것들을, 가볍게 넘긴다거나, 그 때는 철이 없었다며, 스스로를 부정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본다면, 랜디 포시 교수는 스스로 밝혔듯이 "피터팬" 처럼, 여전히 꿈꾸며, 또 꿈을 이루며, 마흔이 넘어서도 정열적으로 살아갔던 겁니다. 들려주는 인생의 비결은 깜짝 놀랄겁니다. 정말 뻔한 말이라서요. "만약 첫 번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다시 시도해라." 이야기 아래에서 계속해 나갑니다!

 

 저자 :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공저 / 심은우 역 / 출판사 : 살림출판사

 출간 : 2008년 06월 16일 / 가격 : 12,000원 / 페이지 : 286쪽

 

 

 영화 록키에 대해서 언급하며, 문제는 얼마나 세게, 강하게 치는게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럼 뭐가 중요합니까? 녹아웃이 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얼마나 센 주먹에 얻어터질 것인가, 아무리 세게 맞았더라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 이게 중요하다고 본거지요. 어떤 외부의 거센 압력 앞에서도, 여전히 걸음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제게 감동을 줍니다. 승리와 패배, 성공과 실패에 집착하기 보다는, 또 시도할 수 있는가, 아직 버틸 수 있는가, 그 끈질긴 정신이 저는 좋습니다.

 

 컴퓨터공학 교수님 답게, 사용자 인터페이스 (UI) 이야기도 아주 달달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기 어려운 것을 만든다면, 사람들은 너무나 화가 나서 부서붜리고 싶은 심정이 든다고 거침없이 표현합니다. 실제로 UI 강의에서는 비디오 플레이어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네요. 즉 이제는 어떤 분야에서든지, "사용하기 쉽게" 만드는게, 콘텐츠 만큼이나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복잡한 문제를 간단한 방식으로 설명하기!" 여기에 능숙해진다면, 전달자로서 더욱 탁월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단순함을 추구하라"는 가르침을 꼭 전하고 싶어서 쇠망치까지 휘두르는 교수님의 모습이 정말 유쾌하지 않나요? 하하.

 

 이어지는 내용들도 정말 쉽습니다. 통상적인 경우보다 일 년 먼저 종신 교수가 된 비결을 묻자, 유머로 화답합니다. "금요일 밤 10시에 연구실로 전화를 걸면 비결을 말해주겠다"고 너스레를 떱니다. 결국 남들보다 많이 연구하고, 공부하는 것만이 정답이라는 것이지요. 다만 저는 비효율적이고 억지공부만을 하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 역시 그런 일은 정말 못하니까요.

 

 (다르게 표현해본다면)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공부에 의미 부여를 강하게 해서 하고 싶게 만들거나, 또는 배워나간다는 것을 즐겁게 생각하기 위해서 의식적으로 노력하거나 해서, 동기를 유지하고, 스스로가 자발적인 태도로 앉아있는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할 때 랜디 교수님의 말처럼, 쌓인 시간만큼 실력도 늘어가고, 보다 유능해지고, 더욱 행복해질 것입니다! 심지어 오랜 결혼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부부들 조차도 비결은 단순합니다. "열심히 노력했지요!" 조금 재치 있게 바꿔쓴다면, 금요일 밤 10시에 뭐하고 있느냐가 우리의 어떤 미래를 말해줍니다.

 

 영화 스타트렉을 통해서 리더십을 말하는 대목도 좋았습니다. 매력 넘치고, 인기 높은 커크 선장은 사실 실력면에서는 유능한 부선장이나, 기관장보다 떨어졌습니다. 머리 좋은 사람들은 오히려 부하들이었지요. 그럼에도 그는 "리더"로서의 할 수 있는 역할에 집중합니다. 다른 사람을 고무시키는 열정, 비전을 제시하고 기강을 확립하는 모습, 부하들의 사기를 책임지며, 권한을 위임하는 유연함도 돋보입니다. 이 대목을 상상해보며 저는 문득 "조직은 혼자 뛴다고 되는 게 아니며, 대장이 잘 났다고 되는 건 더더욱 아니다"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얼마나 의사소통을 잘 할 수 있고, 신뢰관계가 구축되어 있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오늘날 리더십이 추락한 것은, 우리가 말과 행동이 다른, 책임을 망각하는 이상한 리더들의 사기스러운 행태를 보며 분노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리더만 있는건 아닙니다! 따르는 사람을 호구로 볼 것인가, 스승으로 볼 것인가, 그 차이는 실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랜디 포시 교수님의 "재미추구"라는 유쾌한 철학을 소개합니다. 삼십 년을 더 살게 된다면, 그 정도 쯤은 재미로 가득 채울 수 있다고 확고하게 말합니다. 혹여 그럴 수 없다고 하더라도, 주어진 시간이 얼마이든 그저 내게 주어진 시간만큼은 재미로 다 채울 것이다 라고 표현합니다. 실제로도 교수님은 할로윈 기간에, 가족끼리 근사한 캐릭터 의상을 착용하면서 "유쾌한 추억"을 만들어 갑니다. 휴가 대부분의 시간을 열세 살 소년들처럼 보내는 그 신나는 열정에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매일매일 우리는 한쪽 발은 아름다운 동화 속에, 다른 한쪽 발은 끝을 알 수 없는 구렁텅이 속에 담근 채 살아가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저는 이 표현에 동의합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현실을 봐야하며, 그러면서 즐거운 상상도 같이 하면서 살아갑니다. 비록 현실이 구렁텅이, 시궁창 같은 면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인간은 현실감과 상상력이 어울려 공존함으로서, 더 나은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는게 아닐까 싶었고요. 소년 감성을 잊지 않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며, 벌써 세 번째 보았던 마지막 강의를 조용히 덮습니다. 우리도 앞으로의 인생을 무엇으로 채워볼지 생각해 본다면, 한결 풍요롭지 않을까요. 어제와 오늘은 우리가 노력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습니다. / 2013. 08.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