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기타

Wii하드연구 - 2. 미움받지 않는 디자인

시북(허지수) 2013. 8. 4. 21:06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디자인 센스가 영 없는터라, (당장 블로그만 해도 기본 베이스 배경으로 하고 있듯이요) 이번 내용에서는 어떤 의견을 함께 쓸 수 있을지 꽤 고민했습니다만, 다행히 주변에서 몇 가지 경험담을 전해주어서, 그 점을 하단부에 함께 소개하면서, 게임기 디자인에 관한, Wii 이야기를 계속 해나갑니다. 2006년 공개된 대담을 의역 및 정리한 내용입니다.

 

 2화. Wii란 형태가 매우 색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압도적으로 작아요. 그 점을 말해주겠어요?

 

 개발할 때의 구체적인 목표란 "DVD의 경우, 2,3장 분량의 용적"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작게 만들어야 할까"라고 조금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개발이 진행되면서 그 의도를 알게 되었어요. 즉, Wii라는 기계는 최대한 거실의 텔레비전 주위에서 "미미한 존재"이어야 한다고 이해했어요.

 

 TV주변이라는 것은 모두 잘 아시다시피, 다양한 AV기기가 연결되고 있습니다. (Wii 이전의 거치형 콘솔이었던) 게임 큐브 때는, 컨트롤러가 와이어드라서, 놀때는 당연히 앞으로 (꺼내서) 갖고 오게 됩니다. 그런데 Wii는 무선이고, 포인팅 장치의 기능을 가진 리모콘 컨트롤러의 성질상, TV근처에 본체를 거치해 두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공간이 한정되어 있겠네요. 생각되는 것은 텔레비전 옆의 작은 공간, 또는 늘어서 있는 AV기기 위의 틈새. 그러한 공간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으로, "작게 만든다는 것을 실현해야 한다"고 느낀 것입니다.

 

 고생했던 점이라면, "작음"과 "고장 나지 않음"을 양립하는 데, 몇 번이고 시제품을 만들어 실험을 하고, NG가 되었고, 또한 대책을 세우고는 NG가 된다, 계속되어 갔고.... 시행 착오의 결과 내부 보강판을 추가하는 형태로, 그럭저럭 "DVD케이스 3장 분량"의 두께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뚜껑이 위로 열리는 타입으로 하면, 몇 mm는 두께를 (더 얇게) 누를 수 있었습니다. 반면, (DVD를 넣었다 빼는) 슬롯 기능 유형은 비용이 들고 물리적으로도 내구성이 우려됩니다. 하지만 역시, 아까도 말씀 드린 설치 장소의 문제가 있습니다. 현대의 잉여 공간이 없는 텔레비전 주변에 Wii을 두고 실제에 놀아 주는 손님을 생각하면 슬롯 기능 유형의 드라이브가 간결하게 출납이 가능하니까요,

 

 역시 이것은 아무래도 무시할 수 없는 사양이었습니다. 손님의 라이프 스타일 및 컨트롤러가 무선임을 생각해도 이치에 맞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DVD를 뚜껑을 열고 넣을 것인가, 슬롯 삽입으로 넣을 것인가, 이것을 두고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선택은 두께보다는 유저 편의성으로 갔다는 거고요.)

 

 디자인에서 신경을 썼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큰 목표 중 하나는 두기 쉬운 디자인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게임 큐브에 대한 의견에서 많은 피드백은, 역시 이것은 "장난감 디자인"이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것은 의식해서 만든 것으로, 닌텐도의 하드웨어라는 것은 슈퍼 패미컴 때부터, 계속"장난감이다"라는 것에 대해 매우 의식적으로 디자인되어 왔어요.

 

 AV기기로서의 디자인을 무시하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어느 쪽인가 하면, 장난감이랄까, 오락으로서의 디자인에 비중을 두고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용자의 연령층도 바뀌고 있으니까, 장난감이라는 디자인의 축과, AV기기로서의 디자인의 축의 양쪽의 균형을 보면서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Wii는 할 수 있었음에도, DVD재생 기능을 의도적으로 탑재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사용되는 기능을 장난감으로 본 것이지요.)

 

 모순점에 관해서는, 장난감으로 나오면 TV의 주변에 적합하지 않다. AV기기로 나오면 오락 디자인으로 흥미가 없다. 그런 가운데, 조금으로 폭넓은 사용자에게 사용하기 위해서 나온 키워드가 "싫어할 수 없는 디자인"이었습니다. 강렬한 개성 있는 디자인보다는 Wii는 누구에게나 미움 받지 않는 머신으로 하고 싶었어요. 장난감도 아니고 AV기기도 아니고 마치 하나의 인테리어처럼 두는 것으로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사내에서 Wii의 디자인 팀을 결성하였습니다. 지금까지 하드의 디자인이라는 것은, 결정권을 가진 디자이너가 중심에 온 겁니다. 하지만, Wii의 디자인에서는 사내의 젊은 디자이너들을 모아 여러가지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그래서 지금의 모양이 순조롭게 완성했다고 하면, 그렇지 않은 것인데……. (※어느 정도 방향성을 잡아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고, 폭넓은 의견을 들으려고 했다는 대목이 인상적입니다.)

 

 확실히 방향이 정해진 것은, 본체와 독립적인 것의 조합이라는 대목이 생각 났을 때였습니다. 왜냐하면, 우선 Wii에는 "DVD케이스 2,3장 분량"이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습니다. DVD케이스를 목표로 만들어 나가면 역시 본체의 기본적인 디자인은 직육면체겠네요. (※책으로 이해해보면 빠릅니다, 책 3권을 눕혀놓을 것인가, 세워놓을 것인가, 배열방식에 따라 받는 느낌이 다르지요)

 

 그런데 아무래도 직육면체를 디자인하는 것으로 막혀 버립니다. 그, 직육면체니까요(웃음). 그러면서 젊은 디자이너들이 스탠드를 만들어, 본체를 조합하는 것으로, 본체가 직방체이면서도, 다양한 새로운 형태가 나타나게 되었지요. 사실, 이 스탠드와 본체가 일체화 된 디자인이 생긴 것은 E3에서 Wii가 발표되기 수주일 전의 것이었는데, 바로 OK 되었지요. 내부의 설계와 외부 디자인이란 건 이른바 끊을래야 끊어놓을 수 없다는 점을, 긴 시간에 걸쳐 피드백 받고 있습니다. - 2화 인터뷰 끝 -

 

 저는 이 내용에서 스스로가 미미한 존재가 되어서, 존재감을 확 떨어뜨리고, 위화감을 줄인다는 발상이 대단했습니다. 예컨대 현대사회는 슈퍼스타나,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 또 다방면의 등수놀이 등, 존재감을 올리고, 스타가 되는 방향으로 흐르기 쉽습니다. 쉽게 말해 "하나라도 나를 더 봐줘, 내 이야기를 들어줘, 나를 주인공으로" 이런 의식으로 가득차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런 태도야말로, "미움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 아닐까요. 결국 포지셔닝의 문제에서, 스스로 주연이 아니라, 조용히 TV 옆에 붙어 있는 조연이 되기를 자처했다는 의미입니다.

 

 한편 이 인터뷰를 여러번 보았지만, 예전부터 의문스러웠던 점은, "지금은 사용자의 연령층도 바뀌고 있으니까" 라는 대목입니다. 즉 SFC세대와는 연령층이 달라졌다는 이야기 입니다. 간단히 비유하면, 상대적으로 연령층이 올라갔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1991년도의 파판유저가, 2011년에 Wii로 젤다를 한다면, 최소한 30대 이상이라는 거니까요. 가령 레고처럼, 주연령층이 아이들 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많은 판매를 올리고 있는 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이제 아이들의 게임기 라기 보다는, 모두가 쓸 수 있는 작은 기구가 되려는 (거대한?) 욕망인지도 모릅니다. 꽤 지난 일이 되었지만, 실제로 한국에서는 wii를 운동을 도와주는 보조도구로 파악했었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어떤 기기가 될 것인가 라는, 포지셔닝의 고민과 TV광고가 합쳐진 경우겠지요.

 

 (여기서부터는 제가 좀 더 과감하게 추측한 대목이라, 지인분들에게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 게 아니냐" 라는 핀잔도 들었지만, 일단 끝까지 써본다면) 한국보다는 일본에서 "보다 더 게임문화가 폭 넓게 받아들여진게 아닐까?" 라고 저는 추측합니다. 즉, 게임을 한다고 해서, 사회적 편견이나 부담이 적은 편이 아닐까 싶어요. 이를테면 동호회에서 이미 30대를 한참 넘기신, J님과 K님의 경우, 흥미로운 통찰을 들려줬는데, 한국에서 PSP, NDS를 하고 있으면, 주변에서 무슨 어른이 그런 것을 하느냐고 따가운 시선, 혹은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을 때가 있었다고 합니다. 적어도 수년 전에는 그랬다는 거지요.

 

 그러나 지금은 워낙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기 때문에, 이제는 소니의 VITA로 게임하든지, 갤럭시나 아이폰으로 게임하든지, 별로 상관하지 않게 되었지요. 다수가 하고 있으니까, 이제 괜찮아진 겁니다. 조금 씁쓸한 대목이기도 하고요. 어느 순간부터인가, 엄마가 게임을 하든, 아빠가 게임을 하든, 상관없는 문화가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물론, 폐혜라고 할까, 단점도 있기 마련이라, 전자기기 의존이라는 병리적 현상이 나타날 수 있겠고요, 긍정적인 면을 꼽아본다면, 결국 인간은 누구나 즐거움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점을 생각할 수 있겠네요. 저는 "누구나 마음 한 켠의 즐거운 공간" 이라는 작은 여유가 참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낙관적으로 본다면, 온가족이 함께 게임을 하고 논다는 Wii식의 "비현실적 판타지 광고"들은, 앞으로 수십년 안에 다수가 인정하는 현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또한, 이 점에서는 "한국에서는 불가능" 이라는 핀잔도 꽤 혹독히 받았고요. 오바마가 딸과 Wii 저스트댄스를 즐겼다는 건, 외국에서나 가능하다는 의견이었지요.) 여하튼, 적어도 아이디어 측면에서 미움받지 않고, 가족을 품에 안아보겠다는 "닌텐도식 전략"은 생각해 볼만한 점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 2013. 08.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