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북입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제가 넷상에서 그동안 해왔던 거의 모든 일들이 중도포기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연재중인 것도 있지만, 계획만큼 속도가 나오지 못할 때도 있고요. 여하튼, 그럼에도, 저는 또 하나의 연구를 시작합니다. 사실 연구보다는 인터뷰를 번역하는 것에 가깝습니다만, 2006년 이후, 약 8년 가까이 연재 중인 닌텐도 "이와타 사장의 인터뷰 이야기"를 번역해서 옮겨놓고자 합니다.
물론 후다닥 빠른 속도로 올릴건 아니고, 동호회 지인분들의 내용 검토를 받아, 일주일에 대략 1~2개 남짓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인터뷰를 가독성이 높도록 재정리한 것이며, 또한 괄호를 넣어서, 필요한 대목에는 보충 설명을 덧붙이는 형식입니다. 저는 수 차례 이와타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여러 번 영감을 얻었고, 그 영감을 나눈다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거슬러 올라간다면 저는 닌텐도사의 패미컴, 슈퍼패미컴 세대이기도 하고요.
연재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지만, 마지막 강의라는 책에서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비디오게임은 계획(프로젝트)이 일단 시행되더라도, 리서치나 개발단계에서 사라져 버릴 수 있다. 혹시 생산단계까지 가더라도 전혀 판매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 성공을 거둔 비디오 게임 크리에이터들은 매우 높이 평가된다. 그러나 실패를 한 사람도 나름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가끔은 성공한 사람들보다 더 말이다." 즉, 저는 이와타나 미야모토 처럼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보고 싶은 셈입니다. 또한, 간혹 이들의 실패한 소프트도 함께 생각해보면서, 왜 이건 사랑받지 못했는가를 이해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비디오게이머들을 위한, 장기 프로젝트 출발합니다.
① Wii 개발에 관하여 요약 (대담 - 닌텐도사장 이와타, 개발본부장 타케다 등) / 2006년 9월 8일 공개
Wii의 개발이 시작된 것은 게임 큐브가 발표하고 바로 때입니다. 일반적인 기술자, 개발자란, 그 로드맵을 참고하면서 장래에 발매하는 머신을 만들어 가는 것이지만, 지금, 완성된 Wii를 다시 보면 일반적인 기술 로드맵의 연장선상에 있는, 기계들과는 전혀 다른 머신이 되었다는 인상이 있네요.
(※해석 - Wii는 일반적인 바람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기술이 전개되었다는 의미 입니다. 아래를 참고하세요)
이것은 역설적인 생각이 되지만, 기존 로드맵을 그대로 고려한다면, 기술이란,
(가령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진영처럼) "보다 빠르고 더 호화롭게"라는 식으로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즉, 호화로운 영상을 (뛰어난 성능을 바탕으로) 빠르게 비춘다는 방향이군요.
그런데 그 기존 방향으로 간다고 하면 손님에게 얼마나 충격(혹은 감동)을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봤습니다.
더 호화롭게 할 때 개발 측의 고생하는 것들과 그 비용을 감안했을 때, 손님에게 새로움을 느끼게 하는 것의 효율이 나쁘다! 그런 것을 개발 도중에 느끼게 되었습니다.
"더 좋은 것을!"라는 식으로 요구하는 사람들의 바람이라는 것은 임계가 없군요.
예를 들자면, 1을 얻은 사람이 다음에 2를 얻어, 다음에 요구하는 것이 3인가 하면 그런 게 아니고,
5를 10을 30을 100을... 라고 하는 식으로, 희망사항은 가속도적(!)으로 급격히 증가할 거에요.
거기를 추구해 가면, (나중에는) 터무니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됩니다. 거기에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했던게 Wii를 개발하고 1년 정도 지난 무렵이었지요. (※이리하여, 결과적으로 Wii의 노선은 "더 빠르고 더 화려하게"가 아니었다는 이야기 입니다. Wii는 사용법이 다른 게임기를 추구하게 됩니다.)
기술의 사용법은 기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Wii는 소위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구사하고 있지만, 그 최첨단 기술의 사용법이라는 것이 다른 기계와는 크게 달라요. 그래서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사용하는 부분에서는 개발 당초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사용법의 부분이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들여다보면, 보통 새 반도체 기술을 사용하고자 하면, 보다 고성능에, 또 더 세련된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CPU로 치면, 연산 능력을 점점 높이고자 하며. 사용 전력은 늘고, 칩도 커집니다. (※예전에 PS3 초기 버전이 얼마나 크고 무거웠는지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같은 세대의 소니의 기기인, 플레이스테이션3는 성인 남자 가방에 간신히 들어갈 정도의 크기입니다.)
여하튼,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당연히 높은 반도체 기술이 요구됩니다. 그러나 그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지금 말한 같은 호화로운 방향으로 선택하는 사용법도 있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용하는 선택지도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최첨단의 기술을 사용하면서도, "칩을 줄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Wii에서는 기술을 그런 방향으로 이용하여, 기계의 소비 전력을 가능한 한 작게 하고 있습니다.
칩이 작아지면 머신의 크기 자체를 줄일 수 있고요. 칩을 줄여 소비 전력을 낮게 누르면, 언제라도 전원을 넣어 두는 것이 가능할 거예요. 다른 기계와 마찬가지로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사용하면서, 그 쓰임새가 크게 다르다는 것은 그런 점입니다.
(이 때, 이와타 사장의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집니다. 제가 수년간 오래도록 생각해왔던 대목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고성능인 것을 싫어하는 기술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발하는 동안 Wii라는 컴퓨터의 방향성이 반드시 "하이 퍼포먼스 쪽으로 가지 않는다"고 정해졌을 때
기술자로서의 갈등은 없었습니까?
갈등은 있었네요. 더 솔직히 말하면 두려움도 느꼈습니다.
로드 맵과 달리 일을 하겠다는 것은 역시 용기가 있는 것이고. 특히"이 기계로 도대체 뭘 하는가?"라는 것이 아직 보이지 않았을 때는 불안이 컸어요. 소비 전력을 줄이라고 하는 허들 자체는 넘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개발의 빠른 단계에서 소비 전력을 억제한다는 전망은 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어떻게 게임을 살릴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역시 불안과 갈등은 사라지지 않는군요. 그래서 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한 것은 "매일 뭔가 새로운 일이 일어나는 기계"라는 Wii의 컨셉이 뚜렷한 형태로 나왔을 때고요. 즉, 24시간 부담없이 켜놓을 수 있음으로써 그것이 가능하게 되었지요.
(정리하자면, 초기의 불명확한 상황에서, Wii를 통해서 매일 새로운 무엇인가를 추구한다는 기획방향으로 나갔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보통 새로운 기계를 만들 때는,
"지금까지보다 CPU가 몇배 빨라진다? 메모리는 몇배 싣게 될까? 폴리곤은 몇배 표시될까?"
라는 부분에서 경쟁하는 것인데, 닌텐도는 "지금까지와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전력을 몇분의 1로 할 수 있을까?" 라는 논의를 한 것입니다.
닌텐도라는 회사가 항상 "뭔가 바뀐 것을 하고 싶고, 새로울 것을 하고 싶다" 라고 생각해 왔으니까요.
내부에서도 그렇고 다른 회사를 위해서도, 항상 그러한 메세지를 보냈기 때문에 개발의 파트너가 되는 회사도, 자연스럽게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제안해 주게 되었습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Wii라는"보통으로 만들면 안 되는 머신" (=기존과는 다른 머신) 이 태어났다고 생각합니다.
"로 성능,로 파워"는 아무나 할 수 있습니다.
"하이 퍼포먼스, 하이 파워"를, 다른 사람들은 목표로 합니다.
그런 가운데, 우리는 Wii에서 "로 파워, 하이 퍼포먼스"라는 것을 추구한 거에요.
기술적으로도 성능적으로도 최첨단이지만, 지향하는 방향이 그동안의 기계와는 전혀 달랐지요.
가령 자동차의 진화를 생각해 봐도, 일직선상에 모두 나란히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속도를 겨루는 한편, 하이브리드 카에 세계적인 주목이 모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게임기의 진화라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엔진의 힘을 겨루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차량이 F1 트랙에 나오는 것은 아니잖아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환경 성능이라는 새로운 축을 탄생시켰듯이 Wii는 새로운 가치를 찾아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라고 해도,"기술 경쟁에서 손을 떼려고 한다"라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기술적으로 고도의 것은 산더미처럼 쌓여 넘치고 있습니다
최첨단의 기술을 지금까지 없는 방향으로 쓰는 것은, 그 기술을 사용하여 다만 고성능을 목표로 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하고 기술력 있는 일입니다. 시스템적으로도 Wii는 닌텐도64, 게임큐브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복잡하게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Wii는 게임 큐브와 호환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새 것을 목표로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옛날의 기능도 남겨둬야 하는... 솔직히 말해, 쉬운 일은 없었습니다만, 자신을 가지고 세상에 제안하는,
"새로운 매력에 찬 머신이 생겼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 여기까지 Wii하드웨어편 제1부 이야기 입니다. 참 매력적인 이야기 였는데, 무엇보다 남들과 다른 발상을 한다는 점에서 꽤 신선했습니다. 그로부터 한참 시간이 흘렀지만, 요즘도 저는 이 대담에 실려있는, "로 파워, 하이 퍼포먼스" 라는 단어에 큰 매력을 느낍니다. 다른 말로 하면, 효율성, 최적화 이런 말이기도 하고요. 적은 힘으로도, 커다란 힘을 낸다는게 어쩌면 "진짜 기술력, 진짜 실력"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합니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연비 40km, 50km에 도전하고 있는 셈입니다.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라는 책에서는 시간에 대해서, 흥미로운 정의를 내립니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주어진 시간은 줄어들고, 반비례하여 시간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바꿔말해, 30대, 40대, 50대가 될수록 시간은 더욱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매력적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우리는 거꾸로 이상하게(?) 생각할 때가 훨씬 많습니다. "이제 나이도 들었고, 시간도 빨리 가고, 무엇을 하겠나..." 라고 자포자기하고 맙니다. 확실히 인생의 체력이나 매력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10대나 20대가 꽃다운 시절에 가깝겠지요. 그러나 밀도나 농도에서 본다면, 인생의 본격적인 여정은 서른부터, 마흔부터라고 봐도 좋지 않겠어요? 이 때부터는 우리가 로 파워를 가지고도, 얼마든지 하이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는 진정 "알찬 시기" 입니다.
저는 젊은 시기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젊음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라는 말에 다소 집착을 가지고 있었고, 영화 빠삐용의 대사처럼, "젊음을 덧없이 흘려보냈으므로 너는 유죄다" 라는 장면에 전율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지금까지 없는 사용법"을 창조할 수 있습니다.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고, 다른 방향으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오늘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가능성을 부정하고, 자신의 잠재력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스스로에 관한 유죄가 아닐까요?" 끝으로, 로파워 하이퍼포먼스야 말로, 진짜 실력이 필요하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럼 다음 화에서 만나요. / 2013. 07. 리뷰어 시북